40화 - 미행
**형원의 숙소**
진은 답답해하며 형원에게 조언했다.
“네 마음은 알겠는데... 우린 지금도 위험한 상황이야.”
“그러니까 넌 먼저 이 도시를 떠나. 너까지 위험하게 둘 수 없어. 폭탄 던진 것도 나 혼자 한 건데, 괜히 날 돕다가 너까지 위험에 빠진 것도 미안한데, 계속 이런 상황에 둘 순 없어.”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든 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 너도 너 걱정해. 우리 서로 자신의 걱정부터 하자. 아무튼 우선은 여기 남는 걸로.”
“넌 먼저 가라니까!”
“됐네요. 진짜 조심하자. 나 갈게.”
“야! 야!”
**만두집 사장 집 앞**
나무 뒤에 숨어 깜빡 잠에 들었던 형원이 꿈에서 깨어났다.
‘그때 너랑 같이 떠났어야 했는데... 미안해... 제발 살아만 있어라... 제발...’
그때 사장이 문 밖으로 나왔고, 형원은 나무에 몸을 더 밀착시켜 숨었다. 사장은 큰길 쪽으로 나갔고, 큰길에 들어서자마자 사장은 인력거를 탔다.
‘어디로 가는 거지? 따라가면 진을 찾을 수 있을까?’
형원은 조심스럽게 인력거를 따라갔다. 인력거는 시내 번화가 방향을 지나 식당 쪽으로 가고 있었다.
‘식당에 뭐가 있나? 거기는 뒤져봤지만, 진은 없었는데..’
주변을 잘 살피면서 인력거를 따라가던 형원은 인력거가 식당으로 가는 냇가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 걸 보았다. 조금 멀리 떨어져 뒤를 쫓던 그는 혹시나 놓칠세라 빠르게 뛰었다.
다행히 인력거는 멀리 가지 못했고, 조금 떨어진 앞쪽으로 가고 있었다. 형원은 다시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오 분 정도 더 따라붙었을까? 인력거가 멈췄고, 손님이 타는 게 보였다.
‘엇, 뭐지?’
그는 빠르게 뛰어 인력거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곳에 사장은 없었다. 당황한 그는 바로 이를 멈춰 세웠다. 그러자 인력거꾼은 짜증을 냈다.
“뭐 하는 거요?”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런데 혹시 좀 전에 주택가에서 타신 손님은 언제 내리셨나요?”
“그건 왜요?”
형원은 안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 접힌 돈을 전부 꺼내 그에게 쥐여주며 다시 한번 읍소했다.
“제가 진짜 중요한 일이라 그런데, 방금 전 손님이 혹시 어디서 내리셨는지 알려주실 수 없으실까요?”
“아, 진짜··· 시내 지나서 냇가 다리 건너기 전에 골목 꺾어서 바로 내리셨소. 거기 있는 병원에 가신다셨소. 이제 좀 비켜주시오.”
이 말을 듣자마자 형원은 부리나케 뛰었다.
'젠장. 이렇게 놓치면 안 되는데.’
그는 좀 전에 인력거꾼이 알려준 장소에 도달했다. 그리고 근처를 쭉 둘러봤다. 그곳엔 아까 들은 대로 병원이 하나 있었다.
형원은 이곳이 익숙했다. 예전에 식당 주방장이 일본 경감에게 구타당해 진과 함께 그를 부축해서 데려간 곳이 이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상처가 많아 보이던데, 혹시 치료받으러 온 건가?’
그는 혹시나 사장과 마주칠까 봐 두리번거리며 조심히 병원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접수를 받는 간호사가 말을 걸었다.
“아, 저는 그...”
“어휴, 여기저기 많이 다치셨네요. 불편한 곳은 의사 선생님께 말씀하시면 돼요. 지금 다른 분 진료가 곧 끝나니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혹시 안에 계신 분이 60대 정도 되시는 남자분이신가요?”
“엇, 네. 어떻게 아세요? 같이 오셨어요?”
“음... 네...”
어물쩍 대답을 한 그는 자연스럽게 앞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간호사가 업무를 보는 틈을 노려 옆의 창고에 몸을 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료실 문이 열렸고, 사장이 의사와 함께 나왔다.
“이만 가겠네. 신경 써줘서 고맙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며칠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야 하네. 여기도 오지 말고. 내가 갈 테니까.”
누가 들어도 둘은 꽤나 친분이 있어 보였다. 형원은 문에 등을 바짝 대고 더 유심히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알아서 하겠네. 그나저나... 그 친구는 좀 어떤가?”
“음... 다행히 큰 이상은 없을 것 같네. 아직은 누워 있는데, 치료 잘 받고 있고, 젊은 친구니 금방 나을 걸세.”
이를 들은 형원은 눈이 커졌다. 둘이 진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 부탁하네. 고맙네.”
“남 걱정하지 말고 자네나 신경 써. 우리 나이에 뼈 한번 금가면 붙지도 않아.”
“알겠네. 이제 잔소리 좀 그만하게나. 난 가겠네.”
인사를 하고 의사는 진료실로 다시 들어갔다. 사장도 역시 문을 나서려는데, 아까 그 간호사가 급히 말을 걸었다.
“선생님, 일행분이 찾아오셨는데... 어? 어딨지?”
“네? 제 일행이요? 전 혼자 왔는데...?”
“아니, 방금 전까지 여기 앉아 계셨는데...”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간호사를 보며, 사장은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혹시 스무 살쯤 되는 키 크고 눈이 좀 찢어진 친구였나요?”
“네, 맞아요.”
간호사의 대답에 사장은 빠르게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핀 뒤 다시 병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서히 병원 안을 둘러봤다. 간호사는 갑자기 이러는 사장을 멀뚱히 쳐다봤다.
병원 내부에는 총 다섯 개 문이 있었다. 진료실과 처치실, 입원실, 창고, 그리고 화장실이었다. 사장은 우선 화장실과 처치실을 둘러봤지만,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창고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또각또각 소리가 났다. 그리고 창고 앞에 다다랐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콜록! 콜록!”
사장은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간호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별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문을 열었다.
**통화 경찰서**
츠즈키는 오매불망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기다리는 건 바로 류허현으로 보냈던 순사였다. 그는 초조함에 계속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타케루 살인에 대한 보고를 하지 말라고 자신 있게 서장에게 종용했으나, 츠즈키는 실은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테러 집단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그들의 은신처를 급습해 모조리 체포했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덮어버리려 계획 중이었다. 그러나 어제 일찍 은신처를 확인하라고 보낸 자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거기가 그놈들 은신처가 아니면 어쩌지? 뭘로 이 사건을 덮어야 하지···’
답답한 마음에 건물 밖으로 나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어 불을 막 붙이려던 순간, 말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보낸 그 순사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아니다. 잘 확인은 했느냐?”
순사가 말에서 내려 경례를 했고, 츠즈키는 격하게 그를 반겼다.
“네, 말씀 주신 대로 그곳은 반정부 조센징 놈들 집단이 몰려사는 곳이 맞았습니다.”
츠즈키는 이 말을 듣고 순사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그래, 그래. 정말 고생 많았다.”
“감사합니다.”
“근데··· 무슨 냄새가···”
“죄송합니다. 마을에 잠입했는데 들킬 뻔해서 축사 거름밭에 숨어 있었더니··· 냇가에서 씻었는데도 이렇습니다.”
순사를 안고 있던 츠즈키는 이 말을 듣고 바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코를 막으며 말했다.
“내가 잘 말해둘 테니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좀 쉬다가 나오게. 정말 고생 많았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 안으로 들어갔다.
**시내 병원**
“콜록! 콜록!”
사장은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간호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별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문을 열었다.
그러나 창고에는 아무도 없었다. 진료실에선 방금 나왔으니 이제 남은 곳은 입원실밖에 없다 생각한 만두가게 사장은 저벅저벅 그쪽으로 걸어갔다.
형원은 아까 사장이 화장실을 둘러보는 사이 몰래 입원실로 자리를 옮겨 병실 침대 밑에 숨어 있었다. 사장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고, 그 뒤에 발자국 소리와 함께 그의 발이 이곳저곳을 지나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 사장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무릎을 구부렸다. 이를 보며 형원은 입술이 바짝 말랐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고, 사장은 조금씩 고개를 숙였다.
사장이 허리를 숙여 침대 밑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형원은 사장의 바로 등 뒤 침대 밑에서 사장이 앞쪽 침대를 살피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제 그가 고개만 돌리면 형원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탁.
그때였다. 바로 옆 침대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고, 사장은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 형원은 사장이 가려진 커튼으로 치는 소리를 들었다.
“자네, 여깄었구만.”
“으··· 어···”
병실에 누군가가 있단 사실에 형원은 놀라면서 반가워했다. 아까 사장과 의사의 대화 내용으로 봤을 때, 진이 치료 중인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몸조리 잘하게. 정말 미안하네···. 난 이만 가보겠네.”
인사를 하고 사장은 바로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형원은 재빠르게 침대 밑에서 나와 아까 사장이 열었던 커튼을 제쳤다.
그리고 그곳엔 그가 있었다.
[독립운동가 인물평전]
백학천 (白鶴天, 1910~1995)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1930년경 위화청년단을 조직해 간도 지역에서 항일투쟁을 전개하였다. 독립운동 활동을 통해 관공서 파괴, 교통기관 방화, 친일 인사 처단 등 직접 행동을 이끌었다. 1931년 체포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했으며, 출소 후 중국 허베이성에 은거하였다. 1944년에는 한국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해 지하공작 활동에 참여하였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