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
본 글은 약을 단약 하라고 쓰는 글은 아니다. 특히 사람들은 ADHD 확진 후 약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큰일 난 것처럼 말하던데 그냥 코미디가 따로 없다. 보통 ADHD 확진을 받는 시기는 고등학교 또는 성인이 된 이후일 텐데 인생의 절반을 안 먹고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확진을 받은 이상 약을 먹지 않는 것은 마치 큰일 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약 먹는 걸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이다. 마치 리미트리스 영화처럼 약만 먹으면 천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확실히 집중력도 좋아진다는 부분에서 약을 까먹어서 못 먹은 적은 있어도 딱히 약 먹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약을 그만 먹게 된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정말 4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먹었다. 매일 콘서타 54짜리와 아토목이라는 약을 같이 먹으면 더 효과가 좋다고 하길래 아토목까지 4개월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했다. 난 왜 단약을 하게 된 걸까?
인생을 살면서 정말 정확하게 알게 된 사실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약이라는 게 무조건 장점만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인간이 만든 약품은 효과가 크고 부작용도 크다고 생각한다. 명의보감 같은 자연에서 자란 천연재료로 약이 되는 부분에는 약효가 적고 부작용도 적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이 만든 약 이라는 부분은 어찌 되었든 화학적으로 만든 부분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좋으며 부작용도 크다고 생각한다.
단약을 하기 하루 전이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손끝 발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인생 처음으로 느끼는 증상이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혈액순환이 안되고 있네? 그러고 몇 초 후 갑자기 어지러움과 다른 뇌에도 혈액순환이 안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인생 처음으로 구급차를 부를까 생각을 했고 너무너무 불안해졌다. 혹시라도 내가 연락이 안 되면 119에 신고 좀 해달라며 여자친구에게 늦은 밤에 전화했고 몇 분 동안 정말 너무 어지럽고 죽을 것 같아서 새벽 1시 30분에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을 했다. 정말 너무나도 다행인 건 몇 분이 지나서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인터넷 어디에서도 이런 증상을 작성한 글이 없어서 콘서타 부작용을 검색해 보고 정리한다.
흔한 부작용 (10명 중 1명 이상)
두통 복통 (메스꺼움, 설사, 변비 포함)
식욕 감소 불면증 어지러움 졸림 신경과민 기침
덜 흔한 부작용 (100명 중 1명 이상)
발진 관절통 발열 성장 장애
심각한 부작용 (1000명 중 1명 이상)
뇌졸중 및 뇌출혈 (즉시 의사 진료 필요)
뇌졸중 및 뇌출혈 위험
혈관 건강이 좋지 않거나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 증가
다음 증상 발생 시 즉시 의사 진료: 얼굴, 팔 또는 다리의 마비 또는 약점 말하기 어려움 한쪽 또는 양쪽 눈의 시력 문제 어지러움, 보행 어려움, 균형 감각 상실 심한 두통 지속적인 구토 또는 메스꺼움 혼란 또는 의식 저하
콘서타 부작용은 정말 많고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단점이라면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난다는 부분이고 사실 굉장히 불편하지만 ADHD 질병에 도움이 된다면 물을 마시거나 사탕을 먹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심각한 부작용은 발기부전이다. 인생 3대 욕구 식욕 잠욕 성욕 3가지 전부 부작용이 되어버린다. 얘기가 자꾸 옆으로 새어나가지만
식욕 = 식욕을 말한다면 약기운이 떨어질 때쯤 미친듯한 식욕이 올라와서 오히려 늦은 밤중에 무언가를 먹을 텐데 ADHD고 "나는 안 뚱뚱한 데요?"라고 말한다고 한들 올챙이 배가 나왔을 확률은 80% 이상이며 ADHD 라면 대부분이 정상체중일 수가 없다.
잠욕 = 약을 먹으면 잠이 온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던데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콘서타와 수면제를 동시 복용할 확률이 크며 늦은 밤까지 잠을 잘 수없기에 잠욕은 일반사람보다 많으며 당연히 늦게 잤으니 늦게 일어나는 건 너무나 당연하며 이 부분으로 생활이 깨질 수밖에 없다.
성욕 = 이 부분에 가장 큰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발기부전이라는 x 친 부작용이 있다.(단약 하고 증상 사라짐) 약을 먹었을 때와 약을 먹지 않았을 때 차이가 굉장히 크다.
자 3대 욕구를 다 포기하고 입마름 부작용까지 참으면서 먹어왔다. 근데 위에 쓴 것처럼 머리가 미친 듯이 어지럽고 뇌 그리고 손끝 발끝이 갑자기 피가 안 통한다면 그래도 과연 ADHD 약을 복용할 것인가? 며칠 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서 상상도 하기 싫다.
첫 번째 ADHD 단약을 해보니 알 수 있었다. 약을 먹지 않고 나서 멍 때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근데 멍 때리는 그 시간에 나는 이 차이점을 생각했고 딱히 이 부분이 나한테 단점을 준다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멍하니 멍 때리고 있을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나는 오히려 좋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이게 진짜 나다"
두 번째로는 잘 자고 잘 일어날 수 있었다. 이상하게 약을 먹으면 각성이 되어서 인지 나는 잠을 잘 수없었다.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건가 싶어서 제로콜라 까지도 디카페인으로 마셨고 애초부터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심장 두근거림, 공황장애) 카페인을 전혀 안 마셔도 약 때문에 잠을 쉽게 잘 수없었다. 약을 먹을 때는 수면제를 처방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고나서부터 신기하게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업무에 있어서 효율이 있다고 하지만 약을 먹으면 업무를 시작하고 무언가를 끝냈고 그다음 일을 시작하는 부분이 난 오히려 굉장히 힘들었다. 예를 들어서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작성하고 나는 내 일을 해야 하는데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 내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신기하게도 약을 먹지 않으니 하루 할 일이 1부터 10이라면 1>2>3>4>5 까지는 가능해졌고 약을 먹었을 때는 1에서 2를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고 딱히 단약 하세요라고 쓴 글이 아니다. 다만 내가 늦은 나이에 확진을 받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려 30년이라는 기간 동안 약을 먹지 않고도 잘 살아왔는데 확진 이후 약을 복용하고 약을 단약 했다고 해서 큰일 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그것 조차도 제약회사가 약을 팔기 위해 하는 말이라고 느껴진다.
ADHD 약은 매일 먹어야 합니다.
하루라도 단약 하면 정말 큰일 납니다.
매일 먹는 약 = 내가 제약회사 대표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말할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ADHD 약
약 단약을 나는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기가 확고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엄청난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ADHD 약을 먹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느낀다면 정말 큰일이 나지 않는다고 한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
다만 단약을 해보니 딱히 먹기 전후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으며 약이라는 건 내성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에 점점 더 용량을 늘려야 하고 늘리지 않는다면 딱히 엄청난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약 복용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추가적으로 내가 약을 먹고 있을 때 자주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였다.
난 행복하지 않아.
수면제를 처방해 볼까?
다음주제에 작성하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