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Aug 16. 2023

7. 식탁혁명

여름이야기

하루 24시간을 그이와 함께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가끔씩 각자 모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같이 하고 아침, 점심, 저녁을 함께 먹고 같은 시간에 잠이 든다. 물론 그이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는 날도 있고, 내가 그이보다 늦게 자는 날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한 공간에서 24시간 늘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건 아니다. 공간 분리가 되어 있어서 서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그이와 24시간을 함께 지내는 것이 아직까진 불편하다거나 힘들지 않다. 오히려 함께 지내다 보니 친한 친구가 늘 옆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또 역할 분담했던 가사일을 같이 하기도 하니 든든하다. 그이는 이제 제법 설거지도 그릇 정리도 웬만큼 잘하고 있다. 역시 스캇 펙 박사님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들이게 되면 서툴렀던 일도 익숙해져서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하루 24시간 동안 한 집에서 지내지만 우리 부부는 서로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한다. 대신 식사 시간과 운동 시간, 빨래하고 청소하며 장을 보는 시간은 가급적이면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내가 그이에게 요청했고 그이가 내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렇다고 가사의 모든 일을 똑같이 5:5로 분배해서 할 순 없기에 많은 부분을 내가 감당하긴 하지만 그이의 거들어 줌 덕분에 가사노동의 해방감을 맛보고 있다.


하루 세끼 식사를 함에 있어서 그이도 나도 무엇을 먹을까에 관심이 많아졌다. 기초대사량도 줄고 사회적 활동이 줄다 보니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으면 금세 체중이 불어나 버린다. 그러고 나면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의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가 예민해졌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먹거리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이와 나는 건강은 물론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식탁혁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탁혁명을 위해 건강 관련 정보가 담긴 동영상을 찾아 시청하기 시작했다. 많은 동영상들을 함께 보고 <식사가 잘못되었습니다. 1,2> , <소박한 밥상>, <완전 소화>라는 책도 읽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고혈압과 당뇨는 없으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중이기에 적절한 식사에 대해서 고민하며 실천하기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선 끓이기, 굽기, 튀기기, 냉동, 건조, 염장, 등의 식품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주는 푸성귀를 이용하기로 했다. 조리 시간 또한 불에서 최단 시간 조리하거나 일정 분량 날것으로 먹는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거나 이런 조리 방법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선 밖에 나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기도 한다.


식사를 간단히 아주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하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데 쓰면서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데 쓰자던 헨렌 니어링의 말은 남편도 원하는 바이고 나도 그러하다. 그이와 나는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하루 두 끼 먹는 방법도 고려해 봤지만 당분간은 하루 세끼 먹는 것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잠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다음에 먹는 아침 식사는 신선한 물 한 잔과 제철 과일 한 접시를 먹는 것으로 간단하게 한다. 이런 식의 식사는 남편도 거뜬하게 준비할 수 있어 좋다. 설거지하는 것 또한 매우 간단해서 아침 식사 시간이야말로 가볍게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식사는 오전 중에는 간에 무리가 되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몸에 좋다는 류은경 작가의 <완전 소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점심은 당근과 토마토를 살짝 쪄서 믹서에 간 다음에 올리브오일 한 스푼을 듬뿍 넣은 1) 당근 수프를 준비한다. 2) 계란은 매일 반숙으로 삶아서 하나씩 먹는다.  3) 여름철 채소인 단호박과 감자를 찜기에 쪄서 먹는다. 4) 집에서 만들어둔 요구르트에 견과류를 듬뿍 넣고 레몬청과 함께 섞어 먹는다. 5) 디카페인 커피 한잔을 내려서 마신다. 단 모임이 있는 날은 치팅데이다.


저녁은 밖에서 먹을 땐 주로 두부 요리, 생선구이, 청국장, 샤부샤부를 사 먹는다. 집에서 먹을 땐 된장 시래깃국에 잡곡밥을 나물 반찬과 먹을 때도 있고, 카레에 닭고기와 야채를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 육류는 데치거나 삶아서, 생선도 찜기에 쪄서 먹는다. 밥은 여러 가지 곡물과 콩을 듬뿍 넣고 짓는다. 때론 만두를 쪄먹기도 하고 각종 야채를 넣고 비빔밥을 해먹기도 하는데 저녁식사는 가급적이면 6시 안에 마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