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똘맘 Jan 03. 2024

한국에서 선 편 택배 받은 날

한국에서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동생에게 부탁하여 한달이 조금 더 걸리는 선편으로 물건을 받곤 한다. 

택배 기사님을 기다리는 설레임은 어느 나라를 가도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는 필요 없는 것들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머릿속 정리가 되어, 어떤 물건을 받아야 하고 어떤 물건은 안 받아도 되는지 정립이 되는 것 같다.
선편 20kg 한 박스에 75,000원이 어떤 물건이 받는 것이 이득이고 어떤 물건은 사는 것이 이득인지를 곰곰히 따져보고 산다. 

이번 선편은 1달 반 정도 걸려서 받을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어떤 물건이 필요해서 한국에서 직구를 했을까?? 


상자를 열자마자, 아이들은 본인들이 놀 거리를 알아서 챙겨 간다. 


종이접기, 만들기 같은 것은 캐나다 시골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 택배 붙일 일이 있을 때, 아이들의 놀이감들을 함께 붙이는데 하나를 받으면 하루 안에 끝내버린다.

지난번에는 나무로 만드는 자동차, 신호등 같은 것을 받아서 조립했고, 이번에는 종이로 만드는 것을 사주었더니, 신나서 만들고 놀이하고 있다.

먹을 것 끼리 정리 하니, 한 박스가 나온다.

마라탕, 골뱅이, 김자반, 건두부, 카레, 옥수수차, 김밥 김, 사골 육수 등등... 
캐나다 시골에서는 한인 인구가 적기에 안파는 것도 많고 품절 된 것들도 많다.
그리고 가격이 3배정도 하는 것이 많으니, 여러개 모아서 한국 직구를 하는 것이 저렴할 수도 있다. 
골뱅이도 한인 마트에서 한 캔에 $20 가 넘는 것을 보고서는 살그머니 집었다가 놓았었다. 
한국에서는 3캔에 15,000원 정도라, 6캔만 사도 선편 택배비가 나온다.   
집에서 물을 끓여서 보리차, 옥수수차를 넣고 브리타에 넣어서 마시는데, 보리차 티백도 30개짜리 한 박스에 $7 씩하는데, 한국에서는 3개에 6천원이라 이 또한 이번 선편에 넣었다. 보리차 6박스를 사면 3만원을 버는 느낌이다.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된 아이템 2개를 소개 한다면, 사골 곰탕 진액과 새미네부엌 보쌈 김치가 있다. 

첫번째, 사골 곰탕 진액은 사모님께서 직접 빚은 만두와 아롱사태고기와 함께 만둣국 끓여먹으라고 주셨는데, 이런 획기적인 아이템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이 사골 진액만 있으면 캐나다에서도 진한 설렁탕 문제 없다!아이들 사골 먹인다고 직접 끓여서 먹었었는데, 이 진액을 먹어보니 그럴 필요가 없겠구나 생각이 되었다. 아롱사태를 사다가 한번 쪄서 얼려 놓고 아이들 국이 필요 할 때 진액과 얼린 고기를 넣고 끓여주면 한 끼 식사 끝이다. 
두번째, 새미네부엌 보쌈김치, 이 아이템은 배추에 고춧가루를 넣어서 비비면 끝인데 처음 김치를 만들어 먹어보고 너무 달고 맛이 없어서 깜짝 놀랬다. "어떻게 평점이 이렇게 좋지?" 솔직히 이것으로 김치를 담궈 먹기에는 안 먹고 만다. 나는 이 것으로 김치를 담군 후 먹어보고 나서 배춧값이 아깝지만 버리려고 했는데, 남편이 혹시 익으면 괜찮을지도 모르지 않냐고 해서 익혀 봤다. 익혀봐도 먹지 못하겠었는데, 남편이 또 혹시 모르니 김치찌개를 끓여보면 어떠냐고 했다. 끓여서 버리나 그냥 버리나 똑같으니 한번 끓여보자고 생각하고 돼지고기를 넣고 끓였는데, 아이들이 먹기에 맵지도 않고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는 김치찌개 탄생이다!! 조금 달달하고 식당에서 파는 김치찌개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말 추천 한다. 이 소스로 만든 김치찌개를 먹은 이후로는 김치찌개용 김치라고 이름 붙여서 따로 만든다. 작은 배추 한 포기에 소금으로 숨을 죽일 필요 없이 2개를 고춧가루와 함께 버무려서 양념하면 된다. 


솔직히 먹는 것만 받는다면, 안 먹어도 되고 조금 비싼 돈으로 캐나다에서 사먹어도 된다. 
이번 선편의 목적은 책이었다.
아이들이 귀와 입은 조금씩 뜨여가는데, 읽기는 여간 안 되는 것 같아서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사려고 아마존에 들어가보니, 책 값이 얇은 페이퍼북 30권에 10만원 정도로 사악했다.

얇은 책 한 권에도 $5~7정도 하니, 책을 살 생각을 못하겠다. 

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글을 배우는 시기에는 계속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기에 내 책이 필요하다. 


쿠*에서는 50권에 2만원 밖에 안하는데, 캐나다에서는 10만원이나 하다니... 

이곳 캐나다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 같다. 
영어 읽기를 시작하면 도서관이 있으니 그리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이 외에도 아이들이 재미있는 과학 책과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이어가게 하기 위해, 중고책방에서 산 책들과 내가 보고 싶은 책들까지 구매 완료 하였다. 

택배가 도착 한 후 열심히 만들기를 하다가 지쳐서 책의 그림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내 계획이 조금은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서 선편으로 택배를 받고 싶은데, 지인과 가족에게 부탁하기 조금 미안하면 지방 우체국에서 선편 대행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더라. 동생 부부에게 택배를 부탁하니, 이것저것 내가 사지 않은 것들을 넣어서 보내기에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담을 가질까봐 미안하다. 이번 택배도 동생이 월차를 쓰고 보내준 것이라 다음에는 우체국을 이용해 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