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입

멀쩡한 천연가스를 왜 굳이 영하 160도 LNG 액체로 만들까?

by namddang

우리가 매일 쓰는 전기와 난방, 가스레인지 불꽃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즉 천연가스가 있다.

천연가스는 지하 깊은 곳에 석유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묻혀 있다가 선박과 파이프라인을 타고 집과 발전소까지 온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은 메탄(CH4)이다. 흔히 '메탄 = 천연가스'로 불릴 정도로 메탄 성분이 80~97%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에탄(C2H6), 프로판(C3H8), 부탄(C4H10), 이산화탄소, 질소 등이 섞여있다.


원래 천연가스는 기체지만, 이를 영하 160oC까지 온도를 낮추면 액체가 된다. 이게 우리가 잘 아는 액화천연가스 (LNG, Liquefied Natural Gas)다. 천연가스가 액체로 되면, 부피가 1/600로 줄어든다.

왜 그럴까?

기체는 분자들 사이가 떨어져 있고, 액체는 분자들이 가깝게 모여 있기 때문이다. 밀도 개념으로 보면 명확해진다

천연가스는 1m3당 질량이 약 0.7kg이다. 즉, 0.7kg/m3이다.

반면, 액체 상태의 LNG는 1m3당 무려 420kg이다. 즉, 420kg/m3이다.

1m3 부피의 탱크가 있다고 가정하자. 대기압 조건에서 천연가스는 0.7kg 밖에 채우지 못하지만, LNG는 420kg을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부피인데 질량이 600배 차이가 난다.

그래서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장거리 해상 운송에는 기체보다는 액체로 만들어야 훨씬 효율적이다.


천연가스를 가장 싸게 사용하는 방법은 지하에서 캐낸 가스를 그대로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유럽이 러시아에서 그렇게 가스를 받았다. 미국도 셰일가스를 생산하면 그 상태 그대로 파이프라인으로 전국에 공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본, 대만처럼 지리적으로 파이프라인 연결이 불가능한 나라는 전량 LNG선으로 들여온다. 중국도 러시아에서 일부를 파이프라인으로 받지만, 상하이 같은 동부 산업지대는 LNG선이 주력이다.

혹시 우리나라가 통일이 된다면,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파이프라인으로 가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아직 기약 없는 이야기다.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려면 액화 플랜트가 필요하고, 이를 운반하려면 LNG선이 필요하다. 미국이 아시아나 유럽에 LNG를 팔려면 이 둘은 필수다.

바로 여기서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조선업이 등장한다. LNG선 수요가 늘수록 우리 조선업계 및 관련 산업은 활기를 띌 것이다.


LNG를 받으려면 저장 시설과 다시 천연가스를 만들 수 있는 기화설비를 갖춘 LNG 터미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천, 평택, 통영, 삼척 등에 LNG 터미널을 갖추고 있다.

반면, 러시아 파이프라인에 의존해 온 유럽은 이런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래서 단기 대안으로 FSRU (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 즉 '떠 있는 LNG 터미널'이 주목받고 있다.

FSRU는 LNG선처럼 저장탱크가 있고, 저온의 액체를 상온의 기체로 만드는 기화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 중고 LNG선에 기화 설비를 추가하는 개조를 할 수도 있다. 기체를 액체로 만들고 이를 저장했다가 다시 기체로 만들기 때문에 "재기화(Regasific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FSRU, 출처: HD현대중공업, 선박 앞부분에 흰색의 박스 같은 모양 2개가 재기화설비)


유럽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가스를 사용했지만, 가스를 액체로 만들고, 이를 선박으로 운반하고, 저장했다가 다시 가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최근 주목받는 사업 중 하나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알래스카 북쪽에서 가스를 생산해 약 1,300km 파이프라인으로 남쪽 항구로 보낸 뒤 액체로 만들어 LNG선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에 수출하는 구조다. 북쪽 현장에서 바로 액화하지 않는 이유는 빙하와 혹독하게 추운 날씨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천연가스가 집이나 발전소로 오기 위해서는,

"생산 -> 액화 -> 저장 -> 수송 -> 저장 -> 기화 -> 소비"라는 긴 단계를 거친다. 이러한 전 과정이 거대한 기술과 산업의 흐름이다.


이러한 에너지 흐름을 알면, 왜 LNG선이 필요하고, 왜 터미널이나 FSRU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도 흐름을 알면, 그를 주도하는 핵심 기업과 산업 가치가 보인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투자 포인트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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