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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19. 2022

12 예민 보스에서 긍정충으로

좋은 소리도 하고 삽시다

가끔은 정말 숨이 턱 막히는 대화들이 있다. 어떤 대화에서는 꼭 정답이 있다. 뭔가를 꼭 해야만 한다는 정답이 있거나, 무엇이 무조건 나쁘다는 정답이 있거나, 어떤 상황이 항상 문제라는 정답이 있거나. 


직장을 다닌다고 하면 커리어를 쌓는 여성이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떤 집단에서는 엄마들 모임에 명함 돌리는 게 눈살 찌푸리는 일일 수 있다고 한다. 남편 벌이가 시원찮아서 여자까지 일해야 한다고 불쌍하다고 낮춰 생각할 수도 있다고. 티비에 소개된 일화인데 직업이 한의사인 여자분이 자녀 학부모 모임에서 명함을 나눠줘서 아이가 왕따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그 모임의 리더 격인 학부모의 가족과 부모님, 시부모님을 한의원에 초대해서 풀서비스(?) 해주어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줬다는...


또 다른 일화는 결혼한 새신랑이 결혼해서 좋다고 행복하다고 아내에게 사랑받는다는 표현을 아내 때문에 숨 막힌다거나 이런 거 저런 거 해서 귀찮다는 식으로 돌려(?) 말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만큼 대접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과시하려는 방법이 그렇다는 것인데... 결혼에서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사랑받는다고 얘기하는 것이 자랑으로 들릴 수 있으니까 듣는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얘기한다고.


그런데 그렇게 듣는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자격지심에 열등감 때문에 그렇게 꼬아서 듣는 거지, 그런 상대의 부정적인 감정을 돌봐주기 위해 나의 행복을 왜곡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행복하다는데 팔불출이라고 또는 고작 그거 가지고 만족이 되냐고 비꼴 수도 있지만, 그 비꼬고 험담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인생에서 불만족하는 부분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나는 정답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간접화법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상대의 반응을 떠보기만 하는 그런 대화도 너무 싫다. 물론 그런 느낌이 들면 대화를 바로 중단하면 되는데 문제는 대화를 한참 하고 나서 그런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게 어떤 상황인지 아리송하고 이게 맞나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었다, 즉 내 본능적 감각을 내가 믿어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하고 나면 괜히 나에게 화가 났다.


그런 상황에서 자꾸 내 생각을 방어해야 한다고 느껴졌었다. 나는 그게 아닌데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말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깨달은 점이 있다. 상대는 그렇게 듣기로 선택하고 그렇게 말하기로 선택하였으므로 내가 어떻게 말하든 내가 어떻게 대처하든 내가 어떻게 고쳐서 또는 바꿔서 행동하든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이게 그동안 내가 뭘 잘못했을까 뭘 다르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을 대폭 해소해준다. 


나는 항상 진실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앞과 뒤가 같게, 누구에게나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그렇기에 상대도 나에게 진실되게 행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믿음일 뿐. 나는 왜 사람이 진실해야 한다고만 생각할까? 사실 그건 그냥 근거 없는 믿음이다. 진실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냥 타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일 수도 있을 텐데. 그리고 그 방법이 나는 진실한 태도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은 정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제는 내가 받아들이 수 있는 선을 잘 알고 최대한 수용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 밖에 있는 아무리 부정적이고 부조리한 일들도 타인의 의견임을 인식하고 나에게 영향을 주게 허락하지 않으면 된다.




남의 생각보다 나의 생각을 더 궁금해하고 남의 기준보다 나의 기준에 맞춰서 살기. 나의 흔들리는 얄팍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게 맞다고 생각할까? 왜 그렇게 생각할까? 나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필요했다.


누구나 단점은 있다. 그리고 장점도 있다. 단점에만 집착해서 안 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게 해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내가 단점만을 보는 순간에도 장점은 분명 항상 존재해왔다. 단점도 사실이고 장점도 사실이다. 둘 다 사실이다. 그 존재를 인정하기. 


무조건적인 낙관주의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좋은 점, 장점, 강점도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작은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했던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때 장점이나 긍정적인 면도 인정할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단점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차라리 장점을 극대화해서 그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도 단순하게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외부의 부정적인 에너지에 잠식될 필요도 없고, 내가 부정적인 기운을 뿜어낼 필요도 없다. 긍정적인 면을 찾아 최대한 받아들이고,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생년월일이나 혈액형 별자리 형제자매 순 mbti 각종 심리테스트로 나를 규정짓는 것보다 내가 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 나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내가 뭐든 될 수 있다고 믿어주기. 다른 사람의 승인이나 허락, 인정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아주기.


나를 힘들게 하고 미워하고 상처 줬던 사람들보다, 내 곁을 지켜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를 긍정적인 사람들로 채워주기. 내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나의 좋은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실 사람들. 나를 믿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언제나 나와 함께라는 것을 느끼기.


영화 50번째 첫 키스에 나오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 주인공처럼, 남자 주인공이 잘해준 것만 기억하기. 긍정적인 것만 보고 마음 아픈 일들은 잠시 쉬어가기.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그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할 준비가 되었을 때, 내가 어려운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의 객관적인 시각이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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