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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Oct 30. 2024

파이어 맨

김두필 초단편소설

"아 뜨거워... 왜 이렇게 뜨겁지?"


뜨거운 열기에 인범은 눈을 뜨고 말았다.

인범이 눈을 뜨니 단독주택 한 채가 불에 타고 있었다.

집에서 꽤나 떨어진 곳인데도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큰 불이었다.

그리고 불타는 집 옆에는 한 남자가 집이 타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인범이 그 남자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인범이 남자에게 거의 다 다가왔을 때 남자가 인범에게 말했다.


"일어났나?"


"네... 뭐..."


"열기가 꽤나 뜨겁지?"


남자는 인범에게 단 한 번의 시선도 안준채 불타는 집을 보며 물었다.


"네... 뜨겁네요... 너무 뜨거워서 숨 쉬는 것도 힘드네요..."


"자 그럼 이만 가볼까?"


남자가 인범에게 말했다.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범의 눈앞에는 두 개의 문이 보였다.

하얀색 문과 검은색 문.

하얀색 문에는 천국, 검은색 문에는 지옥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남자가 인범을 쳐다보며 말했다.


"골라봐... 이제 가야지..."


"근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뭐 절대자 같은 거?"


"아... 난 죽은 겁니까?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인범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 전 왜 죽었습니까?"


"음... 전혀 기억이 안 나?"


"네... 전혀..."


"그렇다면 내가 보여주지. 자네가 보고 겪었단 것들을... 쫌 힘들 수도 있을 거야. 잘 견뎌보시게."


그 순간 남자가 인범의 손을 잡고 불타고 있는 집으로 밀어 넣었다.

불타고 있는 집안에 남자와 인범이 들어섰다.

그 집안에는 한 가족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쩔 줄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한 소방관이 집 안으로 동료들과 함께 들어왔다.

그리곤 대장으로 보이는 한 소방관이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빨리 수색해! 한 사람도 놓쳐선 안돼!!!"


"네!"


소방관들은 집안의 구석구석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색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을 커졌으니까 말이다.

불은 점점 커지고 집안 전체를 삼키고 있었다.

그 커다란 불에도 소방관들은 겁을 먹지 않았다.

그들의 신경은 오로지 사람들을 구하는 데에 집중이 되어있었다.

불길이 올라오든 물건이 떨어지든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집안에 이곳저곳 모든 곳을 들 쑤시고 다니고 있었다.

그 뜨거운 열기도 잊어버린 채 말이다.

안방에 있던 부부, 큰방에 있던 여대생 딸, 다른 방에 있던 할아버지까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소방관들은 그들을 구조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한 소방관이 다른 소방관들에게 물었다.


"다 구조했지?"


"네. 그런 거 같은데요?"


"집 무너지겠다. 얼른 나가자"


그 말과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소방관들이 집을 빠져나왔다.

소방관들이 거의 다 빠져나왔을 때 가족의 어머니가 소리쳤다.


"우리 아들... 집에 우리 아들이 아직 남아있어요."


집을 나오던 대장이 지체 없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그를 지켜보던 다른 소방관들이 외쳤다.


"대장님 너무 위험해요! 들어가면 안 돼요! 당장 나오셔야 됩니다!!!"


하지만 그 소방관을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불은 이미 온 집안을 삼키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도 않았다.

소방관은 오직 모든 감각에만 의존한 채 집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소방관은 빠르게 작은 방으로 진입했고 옷장 안에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가 아주 미세하게 소방관을 보며 말했다.


"살... 려... 주세요..."


그 말을 들은 소방관은 자신의 방독면을 그 아이에게 씌워주며 대답했다.


"아저씨가 꼭 데리고 나갈게..."


소방관은 포기하지 않고 그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꼭 안은채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나가는 길을 찾는 건 너무 힘들었다.

이미 집이 불에 거의 다 삼켜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안은채 감각만을 의존해 탈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소방관의 눈에 아주 작은 틈이 보였다.


"그래 저 정도 틈이면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아이를 더 꽉 안고 소방관은 그 작은 틈 사이로 자신을 몸을 억지로 구겨 넣었다.

아이는 다치지 않게 보호를 하며 자신의 몸으로 틈을 벌리던 소방관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님!!! 조금만 더요!!! 조금만 더 나오시면 됩니다. 지금 저희도 그쪽으로 갑니다."


소방관은 동료들의 목소리에 순간 안심이 되었다.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더욱더 안간힘을 썼다.

그 틈을 더 넓히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작음틈 사이로 아이를 안고 나오려는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에 잡아먹혀 버린 집이 무너져 내렸다.

동료 소방관 그리고 가족들이 보는 눈앞에서 불길과 함께 집이 와르르 쏟아져 버린 것이다.


"안돼!!!!"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소방관은 그 작은 아이를 안은채 그곳에서 순직하고 말았다.

아이의 가족들은 오열했다.

소방관들도 동료 소방관의 죽음을 지켜보며 오열했다.

그런 오열들이 모여 슬픈 통곡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곳은 눈물과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아... 이럴 수가 흑흑흑..."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인범은 흐느껴 울고 있었다.

소방관과 아이의 고통이 느껴졌다.

보는 내내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슴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렇게 미친듯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인범에게 남자가 물었다.


"어때? 자네 괜찮은가?"


"너무 뜨거워요... 몸이 타버리는 느낌이 이런 겁니까? 억울합니다. 어째서

난 이렇게 죽어야 했던 거죠?"


"뜨겁고 고통스럽지?"


"네... 너무 힘듭니다. 제발 제 몸에 붙은 이 불 좀 꺼주세요..."


"..."


남자는 말없이 불타고 있는 인범을 지켜봤다.

마치 끌 생각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범이 또다시 소리쳤다.


"제발!! 제발 이 불 좀 꺼달라고요!!!"


잠시 후 남자가 인범의 손을 잡고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인범은 타들어가는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그런 인범을 깨우는 남자.

남자가 인범에게 물었다.


"뜨겁지?"


"네... 고통스럽네요..."


"그래... 이제 그만 가지..."


"혹시... 저는 소방관이습니까?"


그 말을 들은 남자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흘리며 웃는 남자에게 인범이 물었다.


"사람이 불타 죽었는데 웃깁니까? 지금 이게 웃을 일이에요?"


그러자 웃던 남자가 웃음을 정리하며 말했다.


"하하하... 아~ 미안미안... 아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었지 뭐야..."


"뭐가 그렇게 웃깁니까? 지금? 당신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아니~ 네가 소방관이었냐고 묻는 게 너무 웃기잖아... 지가 어떻게 죽어서 여기 왔는지도 모르면서... 그딴 개소리를 짓거리는 게..."


깜짝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인범이 말했다.


"그럼 전 왜 여기와 있는 겁니까? 그리고 저 장면들은 왜 보여주고 느끼게 한 거예요?"


"네가 저 소방관과 아이의 고통을 한번 느껴보라고."


"도대체 제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합니까?"


간혹 웃어가며 말하던 남자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인범을 노려봤다.

남자의 시선에 인범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시선이 너무도 차가웠기 때문이다.

한참을 인범을 노려보던 남자가 말했다.


"네가 아까 그 화재의 방화범이니까."


"..."


남자의 말에 인범의 기억이 모두 돌아왔다.

인범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런 인범을 바라보며 남자가 말했다.


"이제 자네가 왜 이곳에 왔는지 무슨 일로 왔는지... 또 왜 그 고통을 느껴봐야 했는지 알겠지?"


남자의 말에 인범은 그저 눈물을 흘리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자... 이제 자네가 저 두 가지 문중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고 있겠지? 이제 어서 들어가시게..." 


남자의 말을 들은 인범은 천천히 검은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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