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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Oct 23. 2024

퇴근

김두필 초단편소설

남도의 집. 

남도의 아내와 딸은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

새벽부터 남도는 출근 준비에 분주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도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머리를 정돈하는 남도.

왁스를 꺼내어 바르며 최대한 깔끔하게 머리를 정돈했다.

머리까지 마무리를 완벽하게 한 남도는 현관으로 가 구두를 신었다.

그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여보..."


"아빠..."


남도의 아내와 딸이 남도를 불렀다.

부스스한 모습의 아내와 눈을 비비며 서 있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한 아내와 달의 모습에 남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깼어? 최대한 조용히 했는데... 어서 쫌 더 자. 다녀올게."


"잘 다녀와요.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잘 다녀오세요.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아내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딸모습에 남도가 웃으며 답했다.


"사람 조심?"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라고요."


남도가 아내에 말에 웃으며 자신에 딸에게 이야기했다.


"알겠어... 공주님 엄마 말 잘 듣고 있어요."


"아빠 올 때 치킨 사 와!"


"우리 공주님 명령인데 당연히 사 와야죠. 아빠 다녀올게."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공주님 그리고 여왕마마."


남도는 아내와 딸에게 눈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


집에서 나온 남도는 검은색 고급 세단을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계속해서 이동하던 남도의 차는 어느 한적한 공원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리는 남도. 그리고 자동차 리모컨을 연신 눌러댔다.

삐빅 소리와 함께 빛을 내는 허름한 SUV 한대.

익숙한 듯 차 문을 연 남도는 등산 가방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공원 옆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등산 가방에서 옷을 꺼내는 남도. 

그 좁은 공간에서 힘겹게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잠시 후, 허름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은 남도. 흡사 막노동꾼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남도가 한숨을 푹 쉬었다.

거울을 보던 남도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이며 말했다.


"고남도 파이팅... 힘내자..."


이 한마디와 함께 남도는 입고 있던 정장을 챙겨 화자실을 나왔다.

화장실에서 나온 남도가 차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에 정장을 챙긴 등산가방을 밀어 넣는 남도.

그리곤 트렁크의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남도가 보였다.


"밧줄, 사다리, 톱, 망치... 뭐 다 챙긴 거 같네... 이제 출발해야지..." 


물건을 확인한 남도가 트렁크 문을 닫았다.

그리곤 차에 몸을 싣는 남도.

잠시 후, 시동이 걸리고 차가 출발했다.


***


남도의 차 안. 남도는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남도의 차는 복잡한 도심을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승차감이 좋지 않은 남도의 차. 

차가 흔들릴 때마다 눈미러의 염주와 십자가가 같이 흔들렸다.

차 안에 있는 우유와 빵을 먹으며 남도는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는 남도의 차.

남도의 차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건물이 드문드문 보이는 한적한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남도의 엄마였다.


"네 엄마 무슨 일이에요?"


"아들 별일 없지?"


"그럼요~ 엄마 아들 씩씩하잖아."


"밥은 잘 먹고 다니고?"


"네 삼시세끼 다 챙겨 먹고 다닙니다."


"빵 같은 거 먹지 말고 밥 챙겨 먹어. 그래야 남자가 일을 하는 법이야."


"엄마 나한테는 빵이 특식이에요~ 걱정 마세요."


"그래도 밥 먹어. 아 그리고 집에 너 좋아하는 갈비찜 해놨으니까 가져가고."


"오~ 갈비찜. 근데 오늘은 힘들고 내일쯤 가지러 갈게요. 오늘은 좀 바빠."


"그래 내일 꼭 와..."


"알겠어요."


전화를 끊는 남도. 엄마와 통화 중에 잠깐 올라갔던 입꼬리가 다시 내려왔다.

웃음기가 가득하던 남도의 표정이 다시 무표정으로 변한 것이다.

계속해서 운전을 하는 남도. 

하지만 순간 답답한지 남도의 표정이 살짝 일 그러 졌다.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우는 남도.

남도 차에서 내려 한쪽에 주저앉는다.

담배를 꺼내어 무는 남도.

한숨을 푹 쉬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씨발..."


한참 동안 담배를 태우는 남도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천천히 다시 자신의 차에 올라타는 남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던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렇게 차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달렸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 버린 시간. 밝았던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던 건물도 안보인지 오래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차의 라이트에 비치는 앞부분뿐이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따라 차는 달리고 있었다. 

조금씩 보이던 가로등도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더 깊은 곳 남도의 차는 들어가고 있었다.

운전을 하며 밖을 두리번거리며 남도가 말했다.


"여기 어디였던 거 같은데..."


잠시 후, 차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길 끝에 다다른 남도의 차.

남도가 차에서 내려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을 살펴보며 이야기했다.


"맞게 도착한 것 같네... 이제 얼른 끝내자..."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도는 차의 트렁크로 향했다.

준비해 온 공구 몇 가지와 밧줄 그리고 사다리를 꺼내는 남도.

그리곤 그 물건들을 챙겨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남도의 뒷모습이 무겁게 느껴졌다.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걸까?

남도는 계속해서 점점 더 험한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깊은 곳으로 들어온 걸까?

해는 저물어가고 산속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산을 오르던 남도가 한 나무 앞에서 멈췄다.

그곳에 내려놓는 공구와 밧줄 그리고 사다리.

사다리를 놓고 밧줄을 꺼내 나무에 걸치는 남도.

그리곤 나머지 부분은 나무 기둥에 튼튼하게 묶었다.

남도는 다시 사다리를 올랐다.

그리곤 나무에 걸쳐진 밧줄을 묶기 시작했다.

그 밧줄은 곧 형태를 갖추었고 마치 교수형을 하듯이 동그란 고리가 만들어졌다.

딱 성인 남자 목이 들어갈 만한 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을 대보는 남도.

튼튼한지 다시 한번 당겨보는 남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때 다시 울리는 남도의 전화.

전화를 보며 고민하던 남도가 이내 전화를 받는다.


"아빠! 어디야? 치킨 사 온다며~"


"어? 아빠가... 조금 늦을 거 같아..."


"안돼. 빨리 와~ 아빠 보고 싶단 말이야~"


"아빠도... 보고 싶어.."


"아빠... 오늘은 안 오면 안 돼... 꼭 와야 돼... 늦게라도 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도. 

알 수 없는 표정의 남도가 들리지 않는 한숨을 쉬었다.

이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


"아빠 빨리 와~ 끊을게..."


"어..."


"아! 치킨은 꼭 사 오고!! 사랑해 아빠~"


"어~ 고마워~ 딸..."


딸과의 전화가 끊겼다.

나무에 묶여 있는 밧줄을 쳐다보는 남도.

남도 한숨을 푹 쉬더니 이내 밧줄을 더 단단히 묶는데 열중한다.

몇 번이고 밧줄을 확인하는 남도.

그리곤 그곳에 주저앉는다.

그렇게 한숨을 푹 쉬더니 남도가 말했다.


"참 힘들게 하네... 여긴... 올 때마다 마음이 참 불편해... 진짜... 이제 마지막이다..."


남도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렇게 앉아서 밧줄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던 남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저씨? 들었지? 빨리 끝내고 갑시다. 나도 퇴근을 해야 해서..."


남도가 이야기하며 쳐다본 곳에는 한 남자가 재갈이 물린 채 묶여 있었다.

손과 발은 포박이 되어 있었고 얼굴은 멍 투성이에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남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그런 남자에게 남도가 다가갔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남도는 남자의 재갈을 풀어줬다.

그러자 묶여 있던 남자가 바들바들 떨며 남도에게 사정했다.


"잘 못 했습니다. 왜 그러시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좀 살려주세요..."


미소를 짓고 잇었던 남도가 냉정한 표정으로 변하며 답했다.


"미안... 난 이미 보수를 받아서 말이야..."


"제가 더 드릴 수 있습니다.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받았던 것보다 더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이쪽 일은 신뢰가 생명이라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돈으로 움직이고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제발 살려주세요..."


"그러니까 남에게 원망받지 말고 살지 그랬어..."


"그게 누군데요?"


"그건 알고 없고... 살려 줄 수는 있는데..."


"그럼 제발 살려주세요..."


"근데 당신이 살면 당신 아내 그리고 딸이 대신 죽을지도 몰라... 괜찮아?"


남자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살면 가족이 죽는다는 답변에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 말 못 하는 남자에게 남도가 다가갔다.

그리곤 남도가 남자에게 냉소적인 말투로 사다리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스스로 올라가요... 가족들 살리고 싶으면... 자살로 돼야 나나 당신이나 편하니까..."


남도가 묶여 있는 남자를 사다리 앞으로 끌고 갔다.

남자는 한동안 밧줄과 사다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남자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때 남도가 남자의 눈앞에 무언가 꺼내어 보여줬다.

남도가 꺼내어 준 무언가를 보며 흠칫 놀라는 남자.

남도의 손을 보니 남자의 가족사진이 한 장 들려 있었다.

이내 체념한 듯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거... 풀어 주세요... 올라가겠습니다."


남도가 묶여 있던 남자를 풀어주었다.

그러자 부들부들 떠는 다리로 남자가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남자가 사다리에 오르고 묶여있는 밧줄에 목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덜컹 소리와 함께 남자가 공중에 매달린 채 허둥대고 있었다.

잠시 후 허둥대던 남자의 움직임이 멈춘 걸 확인한 남도가 자신의 물건을 챙겨 산을 내려갔다.


***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남도의 차.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남도.

누군가 남도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남도가 말했다.


"어~ 공주님~ 아빠 이제 퇴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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