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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l 05. 2024

구석기 체험

    큰고모는 병문안 와서도 전방위로 잔소리가 많다. 경도가 샤워를 했는지, 머리는 감았는지, 하루 양치는 몇 번 했는지 등등. 경도는 발가락 사고가 난 그날로부터 한 번도 샤워를 하지 않았다. 다행히 머리는 간호간병 병동에서 두 번 감겨줬다. (이 병동에는 미용실에서 쓰는 머리 감기는 의자 설비가 갖춰져 있다. 요새는 병원이 다 그런가?)


    "경도야, 안 찝찝하나?" 큰고모가 경도를 대신해 온통 얼굴을 찡그리며 찝찝해한다. 

    "경도 발 다치고 나서 샤워 한 번도 안 했어." 작은 고모가 상황을 보고한다.

    "경도야, 큰고모가 물수건으로라도 좀 닦아줄까?" 큰고모가 묻는다.

    경도는 아주 꼬꼬마일 때부터 자기 엄마에게가 아니고는 자기 몸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아니, 싫어했다고 해야 할까?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되었는데, 몸을 닦아달라고 벌거벗은 웃통을 디밀 리가 있나.

    "작은 고모가 물수건으로 좀 닦아줄까 했는데, 괜찮데. 자기는 안 찝찝하데." 작은 고모가 대신 답해준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지만, 작은 고모는 말리는 시누이 짓이 재밌다. 


    "경도, 양치도 엄마가 와서 닦으라고 해서 밤에만 한번 닦았다며?" 큰고모는 잔소리를 그만 둘 기세가 아니다.

    경도는 큰 고모의 따발따발하는 잔소리에 일치감치 답이 없다. 그만하면 경도가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하고 그만둘 일인데, 큰고모는 눈치도 없다. 이쯤 되면 작은 고모가 구원투수로 등장해야 할 타이밍이다.


    "냅둬, 냅둬, 경도가 구석기 체험해 본대. 안 씻고 살면 어떤가 하고." 작은 고모는 큰 고모가 더 이상 잔소리를 못하도록 입을 막아준다. 

    하지만, 경도는 작은 고모의 구원이 탐탁지 않다. '어휴'하고 고개를 사타구니 속으로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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