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커서 성인이 되고도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매우 유감입니다. 아직까지 엄마의 눈에 차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런데 사실 당신이 모범적이고 훌륭한 행동만 한다고 해도, 엄마의 잔소리는 평생동안 계속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끊어질 틈이 없습니다. 아니라고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서, 없는 편이나 마찬가지라고요? 엄마를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엄마라는 사람은 애당초 잔소리를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엄마는 늘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존재입니다. 아마도 마음 속에 잔소리거리를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다가 한꺼번에 꺼낼 시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일 겁니다. 두고 보세요.
잔소리에 시달리느라 고달픈 당신에게 저는 또 다른 잔소리를 해보려 합니다. ‘계획’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말입니다.
계획.
잘 세우고 있나요? 세우면 잘 실천하고 있나요? 아니, 계획을 제대로 세울 줄은 아나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답답한 것은, 내가 아는 것을 아이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행동이 너무 뻔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잔머리를 굴리면서 편하게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그 속마음이 보이거든요. 아이의 거짓말도 너무 투명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다 엄마가 소식적에 해 본 거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엄마의 실수를 답습하게 놔두고 싶지 않아요. 엄마가 겪었던 절망감을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것도 대략 눈에 보여요. 그래서 지름길이 있는 것도 알겠고, 진짜로 힘을 줘야 하는 시기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러니 엄마의 입장에서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에게 숙제 계획이나 시험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매우 그럴싸한 계획표가 나옵니다. 방학이 다가올 때마다 학교에서 방학 계획표를 세우던 경력이 쌓였는지, 쉴 때는 쉬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기특한 스케줄이 나와요.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학창 시절 이와 비슷한 계획표를 완성했겠죠?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계획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계획표를 보고 칭찬을 해주기는 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는 그랬거든요. 대학생이 되어서도 계획표 세우기에는 유별났지만, 그렇다고 매번 장학금을 받은 것도 아니었어요. 회사에 입사한 후 자기계발이니 운동이니 부업이니 하면서 계획을 세웠지만, 작년의 계획이 올해의 계획이 되고 내년의 새해 계획도 똑같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며 살았죠.
이제는 치열했던 상황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한 번은, 예전에 출간했던 에세이 책 덕분에 새벽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엄청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해가 뜨기도 전부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말이죠.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노트북을 앞에 두고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보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그 결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빌려, 계획에 서툰 분들에게 조언 섞인 소소한 잔소리 한 다발을 건네고자 합니다. 종이에 적는 계획에는 진짜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고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실행할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마냥 근거 없는 잔소리로 듣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나온 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글쎄, 이 엄마가 얼마나 계획 중독자였는지 한 번 들어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