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스마일은 너무나 지배적이고, 독점적이다.
세상에 수많은 웃는 표정을 딱 하나로 기억하도록 하였으니.
웃을 일이 흔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웃는 모양을 그리는 일은 더욱더 흔치 않고,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나는 가끔 우리 가족의 상황이 시트콤 같다고 여긴다.
아빠는 한결 같이 솔직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분이다.
정확한 시계처럼 하루의 루틴을 수행하고,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모든 것에 정확한 정보를 찾으시고, 계획에 따라 일정을 수행하신다.
여행을 가게 된다면 아빠는 몇 달 전 아니 몇 년 전부터 축적된 목록에 따라 장소와 숙소를 신중하게 고르고, 후회 없을 일정을 계획하신다.
우리 집 서열 1위 아빠는 무엇이든 아빠 맘대로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시는데, 가끔은 은혜롭게 “뭐 먹고 싶어?”, “어디 갈까?”, “너랑 엄마 먹고 싶은 거 먹어” 혹은 “엄마 가고 싶은데 가자”하고 물으실 때가 있다.
엄마랑 내가 열심히 고민하여 대답을 하면, 아빠는 선뜻 “그래” 하지 못하시고, 눈꼬리를 내리면서 콧구멍을 움찔움찔하신다. 이것은 아빠의 마음에 다른 의견이 있거나, 겸연쩍거나, 웃음을 참는 표시고, 엄마는 바로 알아채시고, “아니 왜 물어보시는 거야. 이건 앞담화다” 하시고 “아빠 가고 싶은데 가요” 하고 정답을 맞히신다.
엄마는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돌발적 상황과 즉흥적 결정에 익숙하시다.
엄마는 드라마에 몰입하여 본방 사수를 하며 즐거워하시고, 주인공 혹은 주인공의 엄마와 동화되어 “우리 박 서방”, “우리 변 서방”이라 부르시면서, 나를 바라보신다. 물론 나는 매번 못 들은 척 외면한다.
요리를 아주 잘하지 못하시지만, 창의력이 뛰어난 엄마는 간혹 알고리즘의 안내에 따라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신다. 대부분은 “잘 먹었습니다.”하고 감사 인사를 할 수 있고, 가끔은 “흠…” 하고 고민하게 되고, 가끔은 “와. 맛있다” 하게 된다.
“와, 맛있다” 다음 차례는 “또?” 이렇게 된다. 자신감이 생긴 엄마는 베스트 요리는 자주 반복 하시는데, 대표적인 요리는 새우 감바스다. 바게트나 포카치아 빵이랑 같이 먹고, 남은 마늘 오일에 파스타 면을 넣어 먹으면 충분히 든든한 한 끼가 되는데, 우리 집 감바스의 별명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감바스”이다.
나는 엄마랑 아빠랑 반반쯤 닮아서, 취향이 확실하고,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다양한 감정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지인에 한해 애교도 있고, 잘 웃고, 잘 까부는 편이다.
웃긴 상황을 참을 때 혹은 재미있는 생각이 나는데 바로 말할 수 없을 때 나도 모르게 아빠처럼 눈꼬리가 내려가면서 콧구멍을 움찔움찔하게 되는데, 엄마는 이런 표정을 볼 때마다 “꺄악. 콧구멍까지 똑같은 김부녀” 하시면서 몸서리를 치시는데, 나는 이런 엄마의 표정이 더 재미있다.
취향과 성격이 서로 다른 우리 가족은 크고 작은 차이로 인해 웃기거나, 웃픈 상황들이 종종 생기고, 나는 드라마틱한 우리 가족이 좋다. 물론 장르는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시트콤이다.
엄마, 아빠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다양한 감정 중에 첫 번째는 “ㅋㅋㅋ”이다. 감사하고, 사랑하고, 뿌듯하고, 안타깝고, 미안한 다양한 감정 중에 가장 자주, 많이 그리고 크게 느끼는 것은 웃는 얼굴이다.
수많은 사연과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웃음.
눈과 입 심지어 콧구멍으로도 만들 수 있는 웃는 표정.
그런 웃는 표정이 반원 3개로 만들어진 스마일로 규정될 수 있을까?
깔깔 소리 내 웃는 것보다, 네모반듯한 일상 중에 슬며시 삐져나오는 ㅋㅋㅋ.
탄산음료처럼 개운하고 청량한 표정을 가족사진처럼 그려 본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