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9시에 수업이 끝나야 하는데, 밤 11시간 되도록 아이 방문이 무겁게 닫혀 있다.
과외 선생님께 늦은 시간이니 마무리하시고, 들어가시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괜찮습니다. 한마디뿐이고.
아이와 선생님은 팽팽한 긴장속에 대치 중인듯한데, 개입할 수도 없어 입이 마르고, 가슴이 타는 듯하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애교 많던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완전히 돌변하였다.
솜사탕처럼 포근하고 달콤하던 말투는 칼날처럼 날카로워졌고, 사소한 일상도 축제처럼 재미나게 들려주더니, 입이 꾹 닫혔다.
수학 학원은 출석 확인과 수업이 끝나면 간단한 피드백을 문자로 보내주는데, 몇 번쯤 학원에 안 가고 싶다고 해서, 원장님께 양해를 구하기도 했었다.
사춘기이니,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중2병에 걸린 것이니 웬만하면 이해하고 어떠한 상황이던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경계선이 아슬아슬 이슬 했다.
학원에서는 문제를 다 풀어야 집에 올 수 있는데, 어떤 날은 8시쯤 또 어떤 날은 9시가 넘어오기도 했다.
학원에서는 모의고사를 잘 봤다고 하는데, 학교 시험을 보면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학원에서 잘하는 아이가 학교 시험은 왜 다른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긴장과 스트레스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건지, 조심스레 물어보니, 학원에 오래 남기 싫어서 학원에서는 무조건 외워서 문제를 풀고 오지만,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라 했다.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해한 척, 잘 알고 있는 척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신경질 적인 반응에 차마 묻지 못하고, 차라리 학원을 그만두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수학은 과외를 하겠다 하기에, 그래도 공부하겠다는 것이 내심 반갑고 고마워서 초등학교 때 수업해 주신 선생님을 다시 부탁을 드렸다.
한동안 수업을 제대로 하는 듯 보였는데, 점점 숙제를 미루고, 태도도 불량해 지더니, 급기야 한 날은 선생님께 큰 결례를 저지르게 되었다.
선생님이 옆에 계신 데도 불량한 태도로 시큰둥하더니, 심지어 꾸벅꾸벅 졸다 잠이 들었었다 한다.
선생님은 한 번은 아이의 태도를 스스로 반성하게 하려고,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그대로 옆에 앉아 지켜보고 계셨다.
선생님은 11시 15분쯤 나오셨고, 엄마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숙여 사과드리고, 긴 메시지로 다시 한번 사과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1시가 넘어 잠에서 깬 아이에게 선생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잔뜩 부은 얼굴로 잠이 들었다.
상처가 나면 반창고를 붙인다.
팔이 부러지고,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한다.
수술을 하거나, 며칠 치료를 해야 하면 병원에 입원하고, 환자복을 입는다.
작거나 크거나 육체적인 상처는 다른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다.
반창고를 붙인 자리는 건들지 않을 것이고, 깁스했다면 팔이나 다리에 부딪히지 않도록 피한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먼저 배려하고, 양보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우지 않더라도, 상처를 공격하지 않고, 상처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상처가 생기는 일이 빈번하더라도 치유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은 상처는 방치된다. 거스러미는 염증이 되고, 괴사에 이른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상처를 찌르고, 쑤시고, 짓밟는다.
아이는 중2병이라는 말처럼 마음의 상처로 아팠던 것이다.
그 무렵 그림 속의 아이는 상처투성이다.
눈동자도 서로 다른 색상이고, 실제는 없는 덧니도 뾰족하게 돋아 있다.
표정은 대단한 반항이라도 하듯, 불평불만을 토하는 듯하지만, 운동화 끈은 단정하게 묶여 있고, 바른 자세로 서 있다.
그림 속 아이는 아프지만, 반창고 붙여가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고, 이제 곧 건강하고 단단하게 세상과 마주하겠다고 외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