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상황 판단과 의사 결정에 단호하고 분명한 사람들이 있다.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원인과 파악하고, 어떠한 행동을 취하면 어떠한 결과가 생길지 정확히 예측하고 그대로 행동하는 단호한 사람들이 있다.
단호하고 분명한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도 확실하게 정할 수 있는 용감한 실행이 부러울 때가 많이 있다.
나는 거대하고 위대한 그림에 배경 같은 사람이다.
의미 있는 장면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되,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남보다 잘하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나는 아직 나의 표정이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고, 상대는커녕 나 자신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나를 탐구하고 나의 길을 만들어 가는 동안,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고 조용히 존재하고 싶을 뿐이다.
대범하기보다 소심하고, 활동적이기보다 얌전한 내가 고등학교 자퇴를 결정한 것은 내 일생일대 가장 용감한 결정이었다.
일반적인 상황과 다른 어떠한 일도 벌이지 않는 편이지만, 그림을 내 맘대로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고, 영어와 국어는 그럭저럭 참을 만하지만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시간과 두뇌를 짓누르는 것 같아서 쳐다보기도 싫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잘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 나의 진로와 장래에 대한 엄마, 아빠의 소망이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니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혹은 40년 후 50년 후에 어떤 직업이 도움이 될지, 부모님은 모르겠다고 하셨다.
물론 남들이 다 알아주는 SKY 대학을 나오고, 인맥이 생기면 변화를 조금 더 빠르게 인지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것을 죽도록 열심히 하면서 지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단단한 자생력이 생길 거라고 믿으셨다.
친구들이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씨름할 때, 나는 나보다 한두 살 혹은 다섯 살은 더 많은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IELTS 학원에 다니고, 포트폴리오 학원에 다녔다.
또래 친구 없이 유학을 준비하면서, 힘들고, 외로운 마음을 나누지 못할 때마다, 나의 결정이 맞는 것이었는지 불안하고, 과연 미래에 내가 무엇이 될지 답답하고, 두려웠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남들과 비슷하게 시간과 과정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 곧고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두고, 샛길 국도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래의 내가 무엇이 될지,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될지 혹은 그것이 맞는 것인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현실을 단단하게 딛고 서서, 미래를 만들어 가려한다.
어떤 얼굴일지 모르지만, 분명하게 흔들림 없이, 성실하게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