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오늘은 울란 우데에서 이르쿠츠크로 떠나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울란우데 시내로 나간 본다. 숙소에서 기차역으로 나가는데 채 십 분이 안 걸린다. 기차 철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통해서는 그 정도이고 택시를 이용하면 한참을 돌아와야 되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엊그제 새벽의 택시 기사가 크게 바가지를 씌우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에서는 일반 대중교통 요금은 싼데 상대적으로 택시 요금은 비싸다.
기차는 아침 10시 30분 떠나니까 조금 여유를 부려도 좋을 것 같다. 숙소에서 기차역과 시내도 가까워 밖으로 나와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시내의 경치를 돌아보는데 아침과 커피를 사들고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나도 그들이 사는 튀김 종류와 물을 사들고 숙소에 들어가 아침 대용으로 먹는데 우리나라의 군만두를 기름에 튀긴 것 같은데 특별한 맛은 느끼지 못하겠다.
이곳 러시아에서는 열차표를 끊고 길을 묻고 하는데 역 종사원이나 청경들에게 물어보면 관료적이고 서비스 정신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는 순전히 우리들의 생각이고 저들은 그들 나름의 원칙이 있겠지. 그리고 승객들도 승무원이 말하면 명령에 복종하는 식이고 반항하지 않는다.
지난번 기차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고 큰소리를 치던 승객이 있었는데 승무원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다가 다음 기차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불려 가 엄중 주의를 주는데 정말 순한 양이 되어 경찰의 이야기를 듣는 것 보고 공무원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여행을 하면서도 열차표를 사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대기해도 자기 근무시간이 끝나면 팻말 걸고 나간다. 그렇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러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과잉 친절을 베푸는 곳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고충이 더 심하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본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기차를 타고 이르크추크로 향했다. 이르크추크까지는 약 8시간 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이 정말 예쁘다. 날씨도 아주 좋아 호숫가를 지날 때는 시야가 넓어져 멀리 보이니 이번 열차를 선택한 것은 잘한 것 같다.
차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손짓을 하며 오라 한다. 웬일 인가 싶어 다가가니 열차 끝에 창문이 반쯤 열려있어 거기서 사진을 찍으라 한다. 유리창을 통해 찍는 사진보다 선명하고 예쁘게 나온다. 마음을 써준 아주머니가 고맙다.
울란우데를 지나면서 열차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전에는 열차에 행상들이 없었는데 오믈(바이칼 호수에서 나는 생선을 훈제한 것)이나 시계, 인형, 양털 목도리 등 이상한 것을 팔러 많은 상인들이 돌아다닌다.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믈을 산다. 밤에 보드카 안주로는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할머니는 오믈을 사서 손녀에게 껍질과 가시를 발라주면 손녀는 아주 맛있게 먹는다.
우리의 맞은편에는 젊은 청년이 타고 있는데 나이를 물어보니 25살이라기에 학생이냐고 물었었더니 학생이 아니고 어디 일을 한다며 한국에서는 25살이면 학생이냐고 묻는다. 정상적인 경우 대학 중 군대 갔다 와서 다시 복학하면 학생이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8시간여의 여행 끝에 이르크추크에 도착하였다. 기차역은 고풍스러운 모습이었으나 기차역 앞은 사람들과 차량으로 무질서하게 보였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또 큰 짐을 들고 나오니 택시를 탈거냐며 사람들이 달려든다. 주소를 보여주며 얼마냐고 물으니 500 루블을 달라고 한다. 미터기를 이용하여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200 루블도 안 나오는 거리라 알고 있어 고개를 흔드니 450 루블로 하자고 하는데 처음부터 돈도 많이 부르는 것이 양심적이지 않아 또 집 찾다가 돈을 더 내라 할 것도 같고 또 택시도 아니고 자가용 영업하는 것 같다.
그들을 뿌리치고 전차가 와서 무조건 전차를 탔다. 전차를 타고 큰 다리를 건너면 시내이고 시내 근처에 숙소가 있으니 거기 가서 물어보든지 택시를 타든 지 하면 될 것 같았다.
한참을 가서 전차에서 내려 길 가는 사람들에게 주소를 보여주고 길을 물어보니 어느 젊은 사람이 영어가 통해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기는 좀 힘들 것이고 택시를 타면 좋을 듯하다며 콜택시를 불러주겠다 하며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하더니 택시 요금은 120 루블이고 5분 정도 있으면 택시가 온다며 자기가 기다려서 택시를 태워 주고 가겠다며 친절을 베풀어 준다.
택시가 도착하자 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주며 120 루블이라고 재차 기사에게도 이야기하고 우리에게도 주지를 시킨다.
집 동네에 도착하여 주소에 나와 있는 전화로 집주인과 통화를 부탁하여 나를 바꿔주고 하여 집 찾기는 끝났는데 집주인이 택시기사에게 140 루블을 주라고 한다. 전화도 걸어주고 그러면서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으니 20 루블은 더 받아야겠다고 통화하던 집주인에게 부탁을 했던 것 같다. 150 루블을 주니 무척이나 고마워한다.
그래 봤자 150루 불하고 전차 비 2명이 24 루블이었으니 기차역에서 이야기했던 450 루블의 반도 안 들었다. 하기야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힘들이지 않고 왔지만.
숙소는 깨끗했고 아담 했다. 주인 남자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주인아줌마는 영어가 통해 숙소 이용 방법 등을 설명해 주었고 아침은 제공해준다고 한다. 전문적인 게스트 하우스이다. 얼마 전에는 북한의 노동자가 묵었다고 한다.
숙소는 시내의 한가운데에 있고 주위에는 나무로 지은 아름다운 옛날 집들이 많다. 어떤 집은 불이 난지 오래된 것 같은데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곳도 있다.
이르크추크의 시내는 시베리아의 파리란 말에 걸맞게 아름답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마트에서 보드카 조그만 것 한 병과 맥주 두 캔, 홍합과 햄 등을 사 와 저녁으로 만찬을 즐기고 오랜만에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방다운 방에서 꿈의 나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라고 깨운다. 우유와 쌀로 죽을 쑤고 그 위에 버터를 올린 것이 메인이고 커피와 빵 그리고 조금의 야채가 나왔다. 쌀을 보니 정말 오랜만이라 감탄이 절로 나오며 우리가 한국을 떠나온 이후 쌀을 처음 먹어 본다며 한국에서는 쌀을 매일 매끼 먹는다 하니 내일도 쌀로 아침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맛있는 아침을 마치고 우리는 바이칼 호수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엊그제 울란우데의 바이칼은 동쪽이고 오늘은 서쪽이다. 원래 여기에서는 알혼 섬으로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우리도 알혼 섬으로 가기 위해 여러 곳을 검색해 보았으나 예약이 다 찼다하는데 무작정 갈 수도 없어 가까운 리스트 비양카로 가기로 했다.
리스트 비양카는 이르크추크의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강으로도 이어져 있고 쾌속정과 버스로 약 1시간 정도를 간다. 장거리 기차 여행 중에 타는 버스의 맛은 색 다르다. 울란우데에서도 그랬지만.
기차만 6박 7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면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이번의 선택이 좋았다고 자평해 본다.
리스트 비양카는 바이칼 호수의 조그만 주변 도시이지만 여름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 노천 시장 등이 성시를 이루고 있고 호텔들도 많았으며 관광버스들도 수없이 왔다 간다. 유람선도 많이 운행되고 있었지만 날씨도 덥고 호수 위로는 박무가 끼어 있고 돌아가는 길에는 배를 타기로 하였기에 유람선 타는 것은 생략하고 노천 시장에 가서 양고기와 오믈, 생맥주로 점심을 먹었는데 오믈 한 마리는 손대지 않고 잘 포장하여 숙소의 아줌마에게 선물을 하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은 우여곡절 끝에 쾌속정을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도착하여 배표 예약을 하려고 돌아다녔으나 예약하는 곳은 이르크추크에서 하고 여기서는 예약이 안 되고 배가 와서 사람이 다 차지 않으면 탈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선착장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버스는 20년은 더 된 것 같은 낡은 우리나라의 봉고 버스다. 블라디보스토크, 울란우데에서도 우리나라의 낡은 버스 등이 운행된다. 어떤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던 것을 페인트도 바꾸지 않고 운행하고 있다.
숙소 근처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는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이 있어 피하고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먹거리를 사 와 먹고 잠자리에 든다.
눈부신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잠을 깨었다. 오후에는 또 4박 5일간의 기차 여행이 시작된다. 오늘 아침메뉴는 어제 주인아줌마의 말대로 쌀로 볶음밥 비슷하게 만들고 토마토와 채소를 계란과 섞어 부친 것과 빵 등으로 맛있게 차려 주셨다.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려 맡겨 놓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전철을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돌아다니다 보니 아주 큰 쇼핑몰도 있고 또 시골에서 재배한 과일이나 채소를 파는 전통시장도 있다.
버스에서 내려 쇼핑몰과 전통시장 백화점 등을 둘러보았고 식당가도 가보았는데 좀 좋은 식당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자리 잡기도 어렵다. 점심을 먹기 위해 여러 곳을 헤매다 결국은 백화점의 푸드 코트에서 해결하였다.
숙소에 다시 들어와 짐만 찾아 나오려 했으나 날씨가 더워 땀을 많이 흘려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집을 지키고 있는 주인집 아들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 하니 175 루블이고 3분 후에 도착한다고 한다.
역에 도착하여 표를 바꾸려 매표소에 갔더니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겨우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여기는 가까운 곳을 가는 기차 대합실이고 장거리 대합실은 따로 있다며 1번 문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차표를 끊고 기다리는데 기차가 2시간 연착이다가 또 30분이 더 연착이 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연착이 다 반사다. 하바 로프에서 울란우데 올 때도 3시간 넘게 연착이 되어 숙소 찾아 가는데 애를 먹었는데 여기서도 그렇다. 우리는 40여 시간을 달려 옴스크에 잠시 내려 4시간 후 모스크바행 기차를 타야 되는데 이 기차가 4시간 이상 연착이 되면 모스크바 기차를 못 타게 되는 수가 생길 수 있어 모스크바행 기차표를 좀 늦게 하려 하는데 모두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한 번에 그냥 모스크바로 가던지 하룻밤을 묵고 갔으면 좋았을 것하고 후회하였지만 어쩌는 도리가 없었다.
모두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