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그는 내 첫 손님이었다.
스물일곱,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길바닥에 내쫓겼을 때, 당장 먹을 것 하나 없고 작은 몸 누일 곳 없을 때, 어디서 알음알음 들었던 ‘안마방’이라는 데를 갔다. 재워도 준다고 하고 일한 건 그날 바로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일하겠다고 찾아가긴 했지만, 내 이력은 실장이라는 사내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특출 나게 예쁠 필요는 없지만, 말재주나 손재주라는 게 필요한 업계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리기라도 하던가.’ 하고, 작게 불만을 토로하던 실장을 달랜 건, 나보다 네 살 어리다고 했던 소미였다. 그러니까 스물세 살 소미는, “언니는 그래도 어려 보이니까, 누가 물어보면 스물넷이나 다섯이라고 해요.”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것 말고도 소미는 여러 가지 팁을 알려줬다. 손님 기분 상하지 않게 어르고 달래서 스킨십을 덜 하는 방법이라던가, 단둘이 남겨진 그 좁은 방에서 상대방을 ‘컨트롤’하는 법 같은 것들. 말로 들어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상대를 봐 가면서 대처해야 하는 거예요.”
소미는 나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게 싫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사람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하는 줄은 몰랐다. 다들 입을 모아서 화류계는 돈을 쉽게 버는 곳이라 한 번 빠지면 다시는 못 헤어 나온다고들 했으니까, 나도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두어 시간을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그 사이 소미는 지명 손님을 받으러 갔고, 여자 셋이 더 출근했다. 은정, 민지, 지혜라고 했다. 셋은 내 이름을 듣더니 꺄르륵 웃으며 여기서는 본명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지혜가 나에게 새 이름을 붙여 주었다. 재희. 요즘은 흔한 이름이 유행이라고 덧붙였다. 흔하고 누구나 쓰는 이름. 요즘 손님들은 그런 ‘아가씨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혜도 지명 손님을 받으러 대기실을 나갔다. 그리고 십여 분 뒤에 실장이 내 이름을 불렀다.
실장은 다시 한번 순서를 일러 주었다. 들어가면 인사하고 옆에 앉아서 눈을 마주치고 일상 대화를 나누고 어떤 걸 원하는지 물어보고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된다. 경찰이 함정 수사를 하러 온 것일지도 모르니까 손님 입에서 먼저 옷을 벗으라는 둥, 옷을 벗겨 달라는 둥, 어딜 만져 달라는 둥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절대 먼저 어떻게 하자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너 처음이라고 하니까 특별히 젠틀한 손님한테 내가 너 추천해줬어. 그 손님이 검은색 스타킹 신고 들어오라고 하니까, 저 구석에 있는 스타킹 새 거 뜯어서 신고 들어가.”
실장의 말대로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다. 내가 들어가야 할 곳은 2번 방이었다. 똑똑, 노크하고 들어오세요, 저음이 방 밖을 새어 나온 걸 듣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파란 샤워 가운을 입고 어두운 방 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왜소했다.
“처음이라며?”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불러 옆에 앉혔다. 몇 살이야? 상냥한 말씨에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스물네 살, 재희입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내 허벅지를 쓸었다. 스타킹 위로 그의 손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스물네 살이야? 스무 살인 줄 알았어. 귀엽네. 어쩌다가 이런 데서 일하게 된 거야?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 한댔더라? 소미가 팁으로 일러줬던 말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너무 솔직하면 싫어하니까 적당히 거짓말을 섞어야 한다고. 보통은 등록금 때문에 일한다고 하면 좋아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스물네 살도 대학교 등록금 때문에 이런 일을 하나? 대학교를 다녀 본 적이 없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처음이라고 하니까 오빠가 좀 알려줄게.”
그는 나를 천천히 소파에 눕혔다. 나름 조심스럽게 내 상의를 벗겼고 자신의 가운도 벗었다. 자신의 나체를 내 상체에 부볐고 내 맨살에 입술을 문질렀다. 놀랍게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짧은 내 치마를 들어 올려, 스타킹을 신은 내 하체에도 입술과 혀를 놀렸다. 끈적한 침이 스타킹 아래로 스미는 것 같았다. 기분이 나쁠 줄 알았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 와중에도 그는 내 다리 사이에서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신음소리를 냈다. 하아, 하아. 뜨거운 입김이 다리 사이에 퍼졌다. 나도 덩달아 신음 비슷한 걸 뱉어냈다. 가짜로 신음을 만들어 낸다는 걸 알면 분명 화를 내겠지만, 도저히 진심으로 느끼면서 흥분할 수 없었다.
한참을 내 다리 사이에서 스타킹 위를 쓸며 즐거움을 느끼던 그는 벌떡 일어났다. 내 머리채를 잡고 내 상체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발기한 그의 성기를 내 입에 쑤셔 박았다. 잠깐, 이런 게 여기서 허용되는 일이었나?
실장은 일을 설명하면서 손으로만 애무해주면 된다고 했다. 소미는 내게 속삭이며,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 거 저 실장 새끼는 진짜 하나도 몰라요, 어떻게 손으로만 끝낼 수 있어.
이게 바로 그 상황인 모양이었다. 남자의 성기가 입에 들어오는 게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그를 뿌리치며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여기서 40분을 버티면 3만 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즐거운 척, 그의 성기를 빨았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도 먹는 것처럼.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의 성기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났지만 그러지 않은 척해야 했다. 그는 괴성을 흘렸다. 아, 아, 으, 으.
사실은 일 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급하게 성기를 빼내더니 뒤로 살짝 물러나서 내 다리 위에 정액을 흩뿌렸다. 검은 스타킹 위에 끈적하고 누리끼리한 정액이 묻어났다. 그는 다시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기분이 좋은지, 자기 볼을 허벅지 안쪽에 문질렀다. 좋아, 좋아.
한참을 그러고 있던 그가 다시 상체를 일으켜 내 옆에 모로 누웠다. 가슴 근처에 머리를 파묻어서 나는 다시 그의 머리를 끌어안는 자세로 있어야 했다.
“오빠가 너 같은 애들 많이 봤어. 이렇게 돈 쉽게 벌면 나중에 다른 일 절대 못 한다? 다시 이 길로 돌아온다고. 그러니까 지금 빨리 그만둬. 오빠가 용돈 줄 테니까 밖에서 따로 만날까? 여기서 받는 것보다 더 잘 줄게. 여기 한 시간 해 봤자 3만 원이나 받아? 오빠는 한 시간에 5만 원 줄 수 있어. 갖고 싶은 옷이나 백이나 다 사줄 수도 있어. 재희 사정이 안타까워서 그래. 나이도 어린데, 어쩌다 이런 데 와서 일해?”
이따금 가슴에 뽀뽀를 하며 그가 말을 이었다. 나는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서, 그냥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어요, 오늘이 처음인데 어렵네요, 또 못할 것 같아요, 이것만 하고 그만두려고요, 오빠 말대로 해야겠어요, 기계처럼 말을 뽑아냈다.
오 분여 시간이 더 흐르고, 방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신호였다. 그도 신호를 알았다. 주섬주섬 가운을 챙겨 입고,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댔다. 오빠, 좋은 시간 보냈어요? 나도 오빠 덕분에 처음 치고는 나쁘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마음에 없는 말을 책 읽듯이 뱉었다.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재희 핸드폰 번호 안 알려 줄 거야? 알아 알아, 여기서는 다 그러지 말라고 말하지? 근데 오빠는 여기 지혜랑 민지랑도 밖에서 종종 만나는 사이야. 나중에 지혜랑 민지한테 물어봐. 다음에 왔는데 재희가 또 있으면 오빠는 조금 슬플 것 같아.”
최선을 다해 미소를 지었다. 방문으로 향하며 풀어헤쳐진 셔츠 단추를 채웠다. 오빠, 안녕.
그가 잡을세라, 인사를 남기고 훌쩍 방을 나왔다. 방보다 더 어둑한 복도를 지나 대기실로 돌아왔다. 대기실에는 소미가 일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어땠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대기실 안쪽 간이 샤워실로 들어갔다.
옷을 훌렁 벗었다. 그의 정액이 묻은 스타킹을 벗어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어설프게 쓰레기통에 걸친 스타킹이 축 늘어졌다. 쪼그려 앉아 샤워기를 틀었다. 그의 사정처럼 샤워기는 힘없이 물줄기를 뱉었다. 쪼로로록. 차가운 물이었지만, 어디에도 따뜻한 물 표시가 없어서 지레 따뜻한 물을 포기했다. 다리에 남은 그의 정액을 박박 문질러 닦아냈다.
그는 알지 못했다. 나는 그를 처음 본 순간 알아버렸지만, 그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자상한 말씨로 진로 상담을 해주셨던 생물 선생님이셨다. 10년이 지나도 그는 인상이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나는 10년의 세월을 혼자 맞은 것처럼 다 자라 버렸는데, 그는 10년 전처럼 스타킹을 신은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선생님이 우리 K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와서 털어놓으렴.” 그가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의 착각이라고 생각했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나의 머릿속이 불순한 것이라고 여겼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만, 찝찝함이 진득하게 오래도록 달라붙어 있었다. 졸업할 때까지도 그 이상의 일은 벌어진 적이 없었다. 그냥 이렇다 말하기 애매한 신체 접촉만이 꾸준히 이어졌다. 스타킹 위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손가락.
그는 내 첫 손님이 되었다. 그의 손이 지나갔던 자리에 그의 정액이 씻기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 같았다. 피부가 빨갛게 될 때까지 다리를 문질렀다. 찬물로 이따금 식혔다.
적당히 물기를 닦아내고 샤워실을 나왔다.
소미와 실장이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미쳤어? 그 새끼 NF만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변태 새끼인 걸 모르고 저 언니를 들여보냈냐고. 제정신이야?”
“아 그 자식이 그래도 젠틀한 편이잖아, 블랙에도 안 올라가 있고. 그리고 이렇게 경험을 쌓아야 다음 손님도 받고 그러지.”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그 새끼 NF만 골라서 자꾸 밖에서 만나자고 개소리한다고! 그러다가 예전에 윤지가 어떤 일 당했는지 몰라서 그래?”
실장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나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소미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언니, 괜찮아요? 그 새끼가 헛소리하지 않았어요? 밖에서 만나자고 해도 절대 밖에서 만나면 안 돼요. 이 새끼 진짜 유명한 또라이 새끼예요, 절대 절대 밖에서 따로 보지 마요. 나는 어차피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웃었다.
대기실 구석으로 가서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어쨌든 3만 원이다. 지금 나에게는 3만 원이 필요했다. 하룻밤 몸을 누일 작은 공간이 필요했다. 위장을 채워 줄 먹을 것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나는 어느 것 하나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갈 것만 같았다. 공기가 싸늘했다.
다시 그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떠올렸다. 안녕, 오늘부터 생물 과목을 가르칠 P라고 한다. 그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제 몸집보다 조금 커서 헐렁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를 다시 처음 마주했을 때를 상기했다. 처음이라며? 두 목소리가 겹쳤다. 소름이 돋았다. 그가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던 것이, 오늘인지 10년 전인지. 시간이 정처 없이 여러 방향으로 흘렀다. 10년 전의 그는 내 허벅지를 쓸어 만지며 발기했을까? 내가 그때 그걸 알아차렸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오늘 그는 내 입에 그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끙끙거리며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기도 했다. 내 허벅지 위에 정액을 쏟아냈다.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그는 내 첫 손님이었다.
소미가 다가와서 내 등을 쓸어 주었다. 힘든 일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당부했다. 괜찮다고 대꾸해주었다. 그냥 웃음이 났다.
Copyright. 2019. 윤해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