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동해 02화

바퀴

여섯

by 김가희






겸. 세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어. 맨 앞에는 내가 있었고, 규와 준은 그 뒤를 따랐지. 그러나 바퀴가 굴러가는 순간에 길은 험악했다네. 자갈은 제멋대로 튀어 올랐고, 페달은 삐걱이며 우리의 몸을 회오리 속으로 밀어 넣었지. 규의 웃음은 반달 모양이었으나, 양 입꼬리가 실밥이 풀린 연처럼 위태롭게 흔들렸어. 아이들의 모험은 허락을 기다리지 않는 법이라지.


준은 규와는 다른 색을 지닌 아이였네. 나보다 한 살이 많았고, 짧은 머리칼은 바람결에 날리듯 솟아 있었지. 그의 이마에는 작은 상처 자국이 있었고, 눈은 웃음을 띠지 않았어. 그는 언제나 이유를 묻지 않았네. 내가 여정을 잡으면 곁에 서 있을 뿐이었지. 그의 태도는 이유를 묻지 않는 삶의 방식 같았네. 규가 웃음으로 다가오면, 준은 말없이 곁을 채웠고, 우리는 경적 없이 함께 걷고 있었지.


자전거는 도로를 가르며 내달렸고, 어른들의 외침이 바람에 묻혀 멀어졌네. 규가 작게 물었지, 이래도 괜찮을까 하고. 나는 대답 대신 페달을 힘껏 밟았고, 그 결심은 곧장 준에게 닿아 그의 페달도 무겁게 굴러갔네. 웃음과 침묵은 뒤섞여 하나의 소리를 내었어. 여섯 바퀴는 멈춤 없이 속도를 더해 갔지. 정해지지 않은 궤적 위에서만 우리의 노래는 살아 있었네.




산에 다다른 우리는 정해진 등산로를 외면하고 곧장 풀숲으로 몸을 던졌네. 맨발에 닿는 흙과 잔가지는 날카롭게 스며들었고, 잎사귀를 흔들자 산은 더 깊숙이 우리를 끌어당겼지. 나는 바닥을 헤집다가 눈에 밟히는 가지 하나에 손을 뻗었네. 두려움 없는 그것은 나를 불러 세웠고, 가지를 쥐는 순간 뜨거운 전율이 퍼졌어.


규는 웃음 속에서 기묘한 흥분을 터뜨렸고, 준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응답했네. 그 순간, 선택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지. 가지 하나가 우리 셋을 동시에 사로잡아, 더는 벗어날 수 없는 모험으로 끌어드렸다네.


움켜쥔 가지는 손바닥보다 굵었고, 표면의 거친 결이 손끝에 남아 있었어. 나는 그 무게를 느끼며 알 듯 말 듯한 생각에 잠겼네. 우리의 가지가 뜻하는 바는 선명하지 않았지. 웃음과 침묵은 겹쳐졌으나, 그것의 지속성은 알 수 없었네. 가지는 표식이었을까, 단순히 흘러온 파편이었을까. 그 모호함 속에서 우리는 나아가고 있었다네.



나의 눈길은 손 안의 가지에 오래 머물렀어. 묻은 흙이 손가락을 따라 번졌고, 작은 벌레가 기어가다 떨어졌지. 흘려보낼 수 없는 감각이었어.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 길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살펴보았네. 대답 없는 바람 속에서 풀잎은 흔들림을 멈추었지. 그 고요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른 자리에 옮겨놓았네.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서 바람이 일었네. 드러내지 못한 갈망은 끝내 말이 되지 않았어. 다만 규의 웃음과 준의 침묵 사이에서 가지를 통해 묵직하게 번져갔네. 그것은 고백이 아니라, 아직 말로 다 닿지 않은 시작의 기호였어. 작은 가지 하나가 셋의 마음을 묶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불러내고 있었지. 그 순간 우리는 같은 자리에 서서, 각자 손에 다른 도구를 쥔 듯,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네.




숲과 우리가 한 몸이 되어갈 때 즈음, 무겁게 내리 꽂히는 목소리가 들려왔네. 윗학번 학우들이 길을 가로막고 서 있었지. 그들의 눈빛은 꾸짖음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바위처럼 버티고 있었어.


사회의 규율에서 벗어나는 순간마다 따라붙던 눈길이 있었네. 등 뒤에서 그들의 길로 돌아오라고 낮게 쏘아붙이던 목소리는 귓가에 맴돌았지. 등산로를 벗어나 풀숲에 들어서면 발자국마다 위험이라 불렸고, 그 위험은 곧 문제를 일으킨다는 표식으로 바뀌어 있었네.


늘 사단을 만든다는 그들의 말은 내 안에서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어. 속으로 되물었지. 왜 세상은 나를 잘못이라 부르는가. 숨 쉴 곳을 잃었던 그 물음은 움켜쥔 가지를 통해 힘으로 흘러나왔지. 순간 나는 알았네. 그들이 내리는 낙인이 곧 나의 잘못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시선은 날 규정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 자리에서 내가 어디에 설지 스스로 분명히 가려야 했다네.



나는 침묵으로 맞섰지. 목소리를 삼킨 채, 눈길만을 길게 내보냈네. 그것은 심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어. 단지 내가 택한 순간을 증명해 주는 작은 위안일 뿐이었지. 윗학번 학우들은 나의 시선을 곧바로 오해했네. 비난이 공기 속을 스쳐 갔으나, 나는 그 속에서 작은 물음을 더 큰 질서로 돌려보냈지.


규는 멈칫거리며 나를 살폈고, 준은 말없이 눈길을 맞대었지. 두 시선이 겹쳐지는 찰나, 나의 눈앞엔 갈래로 피어오르는 길이 보였네. 안온함과 갈망은 서로 얼굴을 바꾸며 나를 흔들었어. 그 격렬한 미동 속엔 마법 같은 따뜻함이 스며 있었지. 우리 셋의 숨결은 한데 얽히며, 마치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열매처럼, 막 피어나려는 무언가를 품고 있었네.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나, 나는 그것을 낡은 상처처럼 붙들지 않았다네. 세상은 언제나 누군가를 시험대에 올려 저울질하지만, 그 저울은 기울어 있기 마련이지. 나는 그 불공정을 애써 부정하지 않았고, 다만 그 무게가 이곳에 놓인 사실을 인정했네. 오늘의 슬픔은 나의 잘못이 아니었으나, 그것을 감당하는 선택이 곧 내가 서야 할 자리를 지키는 기준이 되었지.




나는 흔들렸으나, 그 흔들림 속에서 서로를 잇는 무언가가 드러났네. 집단은 우리를 문제라 불렀지. 그러나 그 낙인 앞에서 규와 준은 나와 함께하고 있었네. 서로 다른 색으로 다가온 두 시선은 결국 이곳에서 겹쳐졌고, 그 안에서 질문을 마주했네.


- 어디에 설 것인가


깨달음은 차갑고도 선명했다네. 우리는 안정의 품을 원했으나, 자리는 내어지지 않았어. 대신 정의를 앞세워 옳고 그름의 칼날을 들이밀었지. 그것은 심판이었네. 그와 동시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일부였지. 힘은 가혹했으나, 그 아래에서 나는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네.


공통성과 자유 사이, 갈림길의 두려움은 우리 셋을 묶어두는 끈처럼 느껴졌어. 그 끈이야말로 새로운 걸음을 여는 시작이 되었네. 결국 그 물음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어.




세상은 이미 빠른 속도로 굴러가고 있었네. 학우들의 목소리는 멀어지고, 바퀴도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지. 흔들리는 감정을 내 안의 자리에 붙들어 세우며, 이곳을 다스리려 했지.


그 속에서 나는 감정을 품을 줄 아는 아이로 남아 있었다네. 손에 쥔 나뭇가지는 무모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의 미래를 비추고 있었지. 인간의 품을 원하던 갈망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갈망이 하나의 길이 아니라 수많은 갈래로 번져 나가고 있었네.


상처 난 감정이야말로 나의 진실이었고, 그 진실은 날카롭게 나를 일깨우고 있었지. 세상은 옳고 그름의 칼날로 나를 가르려 했지만, 나는 그 칼끝 앞에서 오히려 마음을 떳떳하게 세웠네.


이곳의 쉼 없는 회전 속에서 나는 흔들리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네. 두려움은 여전히 남았어. 그럼에도 그 불안한 균형 속에서 나는 걸음을 이어갈 힘을 얻고 있다네. 나는 지금도 그 바퀴 위에 서 있네. 겨우 균형을 잡기 시작하며 이곳에 대한 눈을 뜨고 있지.





세상에 띄지 않던 균열은

침묵 속에서 자라다 웃음에 터져,

끝내 자리를 무너뜨린다.

그 안에서 자아는

무너지기 위한 흔들림을 마주한다.


{동해} 빈자리 위의 충만을 붙잡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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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