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 little kitty Jul 27. 2024

도박 중독을 그린 그림들

도박의 진화, 청소년 온라인 도박


안녕하세요? 오늘은 청소년의 도박 중독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도박 중독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역사에 존재했습니다. 도박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것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걸고 하는 행위입니다. '스키너의 쥐 실험'을 예로 들어보면, 버튼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먹이가 나오는 기계, 버튼과 상관없이 불규칙하게 먹이가 나오는 기계, 버튼을 누르면 일정하게 먹이가 나오는 기계, 버튼을 누르면 불규칙하게 먹이가 나오는 기계 중 4번째 기계를 가장 많이 눌렀다고 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뇌는 불확실하게 보상이 주어지는 경우에 매달리게 될 확률이 가장 크다는 뜻입니다. 도박은 불확실한 보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 했습니다.


이러한 도박 장면을 그린 작품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카라바지오, 카드도박 사기꾼(Cardsharps),1595, 킴벨 미술관

두 사람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한 남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카드를 훔쳐보며 손가락으로 신호를 줍니다. 남자의 장갑 손가락 끝부분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미리 표시해 둔 카드를 만져서 식별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1) 상대 편 남자는 뒤쪽 허리 벨트에 카드를 숨기고 있고, 그 옆에는 칼을 차고 있네요. 칼을 차고 게임을 한다는 건 친구 사이에 재미로 하는 카드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카라바지오(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는 바로크 미술을 개척하고 렘브란트, 루벤스 등에 영향을 준 화가니다. 그는 르네상스 미술과는 달리 빛과 어둠의 대비를 잘 활용했고, 종교화 속 인물들도 현실 속 인물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귀족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습니다. 카라바지오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도박, 폭행, 살인 등 수많은 범죄에 연루되었고, 그를 후원하던 귀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도망 다니며 살았습니다. 이 그림 역시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그림일 것입니다.


등 뒤에 카드를 숨기고 있는 그림이 또 있습니다. 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 – 1652)<다이아몬드 에이스를 든 사꾼(Cheat with the Ace of Diamonds)>입니다. 하녀는 술병을 들고 와서 여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하고, 음흉하기 짝이 없는 여인의 눈빛이 도박판이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임을 암시합니다. 왼편의 남자는 허리 벨트 사이에 에이스 카드를 숨기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3명의 인물이 한 패인 듯하고, 오른쪽의 미소년은 흔히 말하는 호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그림에는 성경 이야기 <탕자의 비유>에서 경고한 방탕함에 빠져들기 쉬운 세 가지, 술, 여성(성적인 유혹), 그리고 도박을 모두 다루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1)


조르주 드 라 투르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든 사기꾼>, 1620-40, 루브르 박물관


이 그림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사람은 같고 의상만 다른 그림이 또 하나 있는데(The Cheat with the Ace of Clubs), 위작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검증을 거쳐 진품으로 판명난 작품입니다. 앞서 소개한 카라바지오의 그림이 있는 텍사스 킴벨미술관(Kimbell museum at Fortwith)에 있는 이 작품을 틀린 그림 찾기 하듯 한 번 비교해 보시면 재미있습니다.


좌)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품               우) 텍사스 킴벨 미술관에 있는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품,1630-34

(각 인물들의 의상, 모자, 헤어스타일, 가운데 여인의 손 모양 등이 미묘하게 다르지만 닮아 있어 구분하기 어려움)



조르주 드 라 투르는 촛불화가라고도 불리는데, 빛과 어둠의 대비를 잘 표현하기 위해 그림에 촛불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유학했고, 부유한 집안의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그는 당대 화가로서 인정받으며 부유하고 순탄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상당수 소실되었고, 화가로서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세기 초 재발견 되었습니다. 단순하고 명암이 뚜렷한 화풍이 라 투르 사후의 화풍과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30년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주요 작품들이 대부분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촛불을 사용한 라 투르의 그림  좌) 요셉과 목수, 1642, 루브르 박물관   우) 막달레나와 2개의 초, 1640,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러나 또 다른 기록에 의하면, 말년의 그는 가혹한 고리대금업자였고 하인에게도 폭행을 휘둘렀습니다. 그의 고리대금업에 고통받은 주민들이 그의 가족을 해치고 작품마저 훼손시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화가로서 재능이 있고 후원도 받았지만 도박이나 폭력과 관련된 삶을 살았다는 점, 도박 현장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렸다는 점, 빛과 어둠의 대비를 강조한 화풍에 카라바지오와 라 투르는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빛과 어둠의 대조를 강하게 표현한 것은 인생의 빛과 어둠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드바르드 뭉크, 몬테카를로의 룰렛 테이블에서, 1892, 오슬로 뭉크 미술관


뭉크(Edvard Munch,1863-1944)는 1891-1892년 프랑스 남부 니스 지역에 머물면서 니스에서 가까운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카지노에 주기적으로 들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룰렛 게임 장면을 관찰하고 후에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위의 그림은 그 중 <몬테카를로의 룰렛 테이블에서>라는 작품입니다.


초록색 테이블 위에 붉은색 룰렛이 있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얼굴이 상기된 채 둘러앉아 게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림 왼편에는 한 남자가 룰렛의 결과를 받아 적고 있는데 뭉크와 닮았습니다. 2) 뭉크는 이 기간 동안 몬테카를로의 도박장을 경험하면서 돈을 탕진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잠시 도박에 빠져 돈을 잃었지만, 결국 도박의 허무함과 어두운 면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 때 보고 겪은 것을 바탕으로 그는 도박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그려냈습니다.


얀 스테인, 도박꾼들의 싸움, 1665, 디트로이트 미술관


위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가 얀 스테인(Jan Havickszoon Steen (1626–1679)의 <도박꾼들의 싸움>이라는 그림입니다. 칼을 뽑아 들려고 하는 남자를 여자가 막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그 남자와 싸우려는 듯 물병을 들고 집어던지려는 남자를 또 다른 여자가 막아섭니다. 이 난장판을 바이올린 연주자는 어이없다는 듯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시간상으로 도박의 최종 결과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의 결말 같습니다.  


도박 중독장애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에서 물질사용 및 중독성 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도박 장애의 진단 기준은 지난 12개월 동안,


1. 도박에 집착(과거의 도박경험을 계속 떠올리고, 다음번에 돈을 걸었을 때 승산을 예상, 도박으로 돈을 벌 방법을 생각)

2. 내성(점점 더 많은 액수의 돈을 가지고 도박하려는 욕구)

3. 통제력의 상실(도박을 중단하려는 노력이 계속 실패)

4. 금단증상(도박을 중단하려고 할 때 안절부절 못하거나 신경 과민)

5. 회피(정신적 고통이나 현실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함)

6. 추격매수(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함)

7. 거짓말(도박에 빠져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함)

8. 도박으로 인해 대인관계, 일 등에 부정적인 결과

9. 도박으로 인해 생긴 재정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에게 돈을 빌림


4항목 이상이면서, 조증의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도박의 경우 도박장애로 진단합니다.


도박 장애를 보이는 경우 크게 자극추구형(action gambler)과 현실도피형(escape  gambler)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도파민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저각성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후자는 우울, 불안과 스트레스와 관계가 많아 부정적 정서를 회피하기 위해 도박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도박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동반된 정서적 문제를 평가하고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 3)


우리는 도박이라고 하면 카지노나 성인들의 도박판을 생각하지만, 요즘은 중고등학생들은 인터넷 게임을 통해 도박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웹툰이나 게임의 배너를 통해 인터넷 게임의 형태로 쉽게 도박에 빠져들게 됩니다.


경찰이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2900명이 검거되었는데, 그중 1035명이 19세 미만이었고 초등학생도 2명 있었다고 합니다. 도박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청소년도 12명 적발되었습니다. 4)


청소년 도박 중독에도 조르주 드 라 투르 같은 고리대금업자가 존재합니다. 바로 대리입금이라는 방법인데, 10만 원 이하의 소액을 단기간 빌려주고 연이율 1000%의 이자를 챙기는 고금리 사채입니다. 대리입금업자들은 개인 계좌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대신 입금을 해 주거나 게임 아이템을 사준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합니다. 4) 학교 내에서 학생들끼리 고금리 사채놀이는 물론, 폭력과 절도, 중고거래 사기, 타인 개인정보로 불법대출까지 도박에서 시작된 비극은 끝이 없습니다.


청소년 도박문제는 성인보다 소액으로 발생하여 자칫 중요하지 않게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은 중독에 빠질 위험이 더욱 높고 성인이 되어서도 중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법, 사행산업 관련법에 의해 청소년 도박은 ‘불법’이며, 도박문제는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기에 예방활동 및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한 학생이 도박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이미 다른 학생들도 도박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가 평소보다 지나치게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었거나, 갑자기 과도한 용돈을 요구하는 경우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반드시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며, 도박발생 시 도움을 요청할 번호는 1336번입니다. 5)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의 도박 접근성을 낮추고, 우울과 충동성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른들과 사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인터넷의 발달이 도박의 세계를 진화시키지 않도록 어른들이 나서서 막아주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1. Search Collection | Kimbell Art Museum


2.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at-the-roulette-table-in-monte-carlo 


3.  Shin YC, Choi SW. Depression, anxiety and stress in pathological gambling. Anxiety and Mood 2006;2(2):86-93.


4. [요즘N] 날뛰는 청소년 도박 중독… 빠른 발견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5. 한국도박문제 예방치유원, 학교 도박문제  대응 매뉴얼.



커버이미지


www.lakelasvegasvacation.com

                    

이전 15화 고다이바 부인과 수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