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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Aug 08. 2024

웅크린 외톨이, 사회불안장애

불안은 피할 수 없는 존재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울과 불안, 그리고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젊은 층의 사회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불안이란 걱정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르고, 현재보다 미래에 일어날 상황에 대해 염려하는 것으로 근육 긴장이나 경계심 증가 등이 나타납니다. 반면 공포란 명확히 알고 있는 외부 자극에 의해 생기며, 위협의 대상과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현실 상황에서 자율신경계 각성이 동반됩니다. 그럼에도 실제 불안과 공포는 자주 혼용되는 용어입니다. 


불안을 가장 잘 표현한 화가라고 하면 우리는 뭉크를 떠올립니다. 뭉크(Edvard Munch 1863 -1944)는 어린 시절 결핵으로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상실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살았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림은 <절규>지만, 뭉크의 그림 중에는 <불안>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기도 합니다.



에드바르드 뭉크, <절규>, 1893, 오슬로 국립미술관


뭉크의 절규만큼 불안과 공포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그림이 있을까요? 핏빛 하늘과 기괴한 표정의 주인공, 다리를 무심히 건너가는 사람들 속에 <절규>는 장면을 초월하여 소리로 들리는 듯합니다. 사람들이 이 기괴한 그림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그만큼 공포와 불안이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에드바르드 뭉크, 불안(Angst), 1894, 오슬로 국립 미술관


뭉크의 <불안>이라는 그림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위축되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하늘은 <절규>에서와 비슷하게 붉은빛입니다. 사람들의 옷은 검고, 하늘과 뒷배경은 모두 소용돌이치는 모습입니다. 불안은 이처럼 어둡고 경직되어 있으며 소용돌이처럼 우리를 삼켜버릴 듯한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다리 뒤쪽으로 끝없이 보이는 사람들처럼 불안은 경계와 범위가 모호하여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불안이(Anxiety)>는 소아청소년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커버이미지) '불안이'가 무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멈추지 못하는 장면은 불안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불안은 청소년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정신병리 중 하나로 국내에서 2005년 2672명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안장애의 유병률은 23%로 가장 높았습니다. 2)

소아 청소년기의 불안장애는 특정 시기에 불안을 보여도 정상으로 성장하기도 하고, 정상 불안의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성인의 불안장애와 다르게 인식되다가, 현재 DSM-5에서는 아동 청소년기 기타 장애 범주가 없어지면서 분리불안장애와 선택적 함구증도 연령에 관계없이 불안장애 범주에 통합되었습니다. 1)


소아기 불안장애의 대표적인 것으로 분리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가 있는데 이는 한 아동에게 공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불안장애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아청소년은 성장하면서 타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을지, 창피나 놀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그중 일부는 남들이 나를 관찰한다는 생각에 눈 마주치기, 말하기, 행동하기에 심하게 긴장하고 위축됩니다. 또 그런 긴장한 모습이 타인에게 노출될까 봐 더욱 긴장하게 되는데 이를 사회불안장애라고 하며 일종의 <주시 공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불안의 원인은 낯선 상황이나 새로운 시도에 과도한 자율 신경계 각성을 보이는 기질적 특성과 연관이 있고, 성장기 외상 경험이 직접 원인은 아니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평가에 민감하며 발표나 시험에 대한 불안이 큽니다. 공공장소에서 먹거나 마시기,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때 글씨 쓰기 등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래 친구나 이성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고 괴롭힘을 당할 수 있습니다. 수줍음을 타는 아동, 자폐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사회기술 결함이나 불안과 감별되어야 합니다.


사회불안장애가 있으면 불안감을 일으키는 상황을 피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하게 되고, 이것이 사회적 기능에 저하를 일으킵니다. 또, 1/3 정도 우울증을 함께 보이고, 알코올 남용 같은 물질 남용 문제도 나타납니다. 사회불안장애는 어릴 때 치료하지 않으면 등교거부, 직업선택, 대인관계에 큰 장애를 초래하므로 발견 즉시 치료해야 합니다. 놀이치료, 사회기술 훈련,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반 고흐, 슬픔, 1882, The New Art Gallery Walsall


한 여자가 웅크리고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의 <슬픔>입니다. 고흐는 시엔이라는 거리의 여성과 동거했습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에 매춘부로 일했고, 임신 중이었으며 5살 된 딸도 있었습니다. 고흐는 연민의 감정을 느껴 한동안 그녀를 돌보았는데, 위의 그림은 그녀를 그린 것입니다.  


얼굴을 가리고 벌거벗은 몸으로 웅크리고 있는 가녀린 여인의 모습에서 삶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슬픔과 외로움, 불안이 느껴집니다. 고흐는 한 때 시엔과 행복했지만 시엔은 알코올 중독과 매춘을 반복하며 고흐를 힘들게 했습니다. 결국 고흐는 그녀와 헤어졌고, 시엔은 1904년 강에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외롭고 우울하며 불안해 보이는 한 사람의 그림이 또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 1973)<기타 치는 노인(The old guitarist>입니다.


피카소, 기타 치는 노인, 1903-04, Art Institute of Chicago  


피카소가 1901년부터 1904년까지 그림을 그렸던 시기를 청색시대( blue period)라고 부릅니다. 친구의 죽음과 자신의 가난 등에서 비롯된 슬픔과 우울감에 푸른색이나 회색등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 시기입니다.

기타 치는 노인은 고흐의 <슬픔> 속 여인처럼 말랐고 외로워 보입니다. 음악은 누군가에게 들려주어야 하는데, 기타 속 노인의 청중은 어디에 있을까요?


고흐의 <슬픔>과 피카소의 <기타 치는 노인>을 보며 방구석에 홀로 웅크린 외톨이를 생각합니다. 2023년 5월 BBC는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보도하며,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문화, 어릴 때부터 높은 기대치에 압박받는 현상이 한국의 은둔청년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습니다. 3) 은둔형 외톨이의 심리적 문제는 개인마다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표면에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의 평가로부터 반복되는 좌절로 인한 사회불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직장이 없는데도 취업이나 진학할 생각을 하지 않고 직업훈련조차 받지 않는 청년을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고 하는데, 은둔형 외톨이와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니트족과 관련하여 최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에서 2차적으로 나타난 사회불안장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ADHD 아동은 충동성과 주의력 결핍으로 수행능력이 저조하고 좌절에 대한 조절 능력이 감소되어 있으며 사회 부적응 행동을 보입니다. 이는 가족이나 선생님의 사회적 비난으로 이어지고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며 사회불안을 유발합니다. ADHD 청소년의 절반 정도가 불안장애가 있고, 그중 사회불안장애가 가장 흔합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포식자를 피해 생존해 왔고, 그 과정에서 불안이란 필수적인 도구였니다. 건강한 불안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행동을 유발하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안을 없애는 대신 다루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불안장애를 다루는 인지치료의 핵심입니다. 뭉크의 그림 속 소용돌이에 빠지지 말고,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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