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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ug 28. 2023

손 잡고 오는 것들

손 잡고 오는 것들

    

광안역 2번 출구 앞 1톤 트럭에

껍질 깐 밤들이 한 소쿠리 가득 


저들끼리 이마 맞대고

무슨 궁리라도 하는 건지

복닥복닥하게 모여 앉아

추위를 견뎌내려는 셈인지    

 

겨울이 왔다고 겨울은

넓은 터 말고 좁디좁은 틈새를

기어코 비집으며 오는 거라고

겨울은 잠바 주머니에 넣은 손 말고

한 줄 드러난 얇은 손목을 덥석 잡는다고     


찬 바람에 말갛다 못해 창백해진 밤들

가시 송이를 잃고 껍질도 죄 까발려진

꼭 추울 때 더 유난스러운 가난을 닮은

저 밤들이 밤톨들이 눈송이보다도 먼저

지상에 굴러 떨어진다


화로에서 수십 바퀴 구르고 나면

그제야 낯빛에 윤기가 돌고

몇몇은 거무스름하니 탄내를 풍기고

손 잡고 얼굴 맞대고 저들끼리 뜨끈하니

겨울이 무어냐고 추위가 대수냐고

고난을 견뎌낸 이들에게서 날 법한

고소하고도 서글픈 냄새를

바람결 사이사이 피어 올리며


어떤 겨울도

저 혼자 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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