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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4. 2024

[아빠의 레시피] 소 양념갈비

특별 저녁, 아빠의 레시피 1

[아빠의 소 양념갈비 레시피]

1. 구이용 소고기 1kg

2. 소스 만들기

    - 다진 마늘 2스푼

    - 다진 파 3스푼

    - 사양 벌꿀 4스푼

    - 진간장 5스푼

    - 국간장 2스푼

    - 통 깨 1스푼

    - 후추 적당히

3. 비닐장갑을 끼고 고기와 소스를 조물조물 섞는다.

4. 국물이 졸아들면 익었는지 확인한다.



완성!




무화과 아몬드 레시피를 올린 날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엄마와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아빠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 저녁, 아빠가 요리를 했습니다. 토요일은 제가 아빠보다 퇴근이 늦습니다. 엄마도 저녁 운동을 갔다가 저와 함께 올라오는 터라 아빠가 저녁을 만들어주는 날입니다. 특별한 저녁을 먹는 토요일. 저와 엄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면서 과연 오늘 저녁은 무엇일지 셀렘을 안고 집에 돌아갑니다. 오늘의 저녁은 소 양념 갈비입니다. 아빠는 사온 지 며칠이 지난 고기라서, 구이용이지만 양념을 하기로 했답니다.


치이익~ 고기 익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뭉게뭉게 맛있는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익어가는 고기를 보다가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의 레시피뿐만 아니라 아빠의 레시피도 기록해 두자!


아빠의 레시피는 엄마의 레시피와는 달라서 또 다른 맛을 냅니다. 엄마의 레시피는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면, 아빠의 레시피는 종종 화끈하고 강렬한 맛을 내곤 합니다. 몇 장 쓰지 않고 책상 위에 올려뒀던 작은 수첩을 엄마와 아빠의 레시피 북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아빠를 인터뷰했습니다.


"아빠,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이거 호주산 구이용 고기 1kg에 다진 마늘 2 숟갈, 다진 파 3 숟갈...."

"아니 잠깐, 잠깐만! 받아 적을 시간을 좀 줘!"


아빠는 빠르게 레시피를 내뱉었습니다. 제가 미처 받아 적을 시간도 주지 않고요. 어쩐지 엄마보다 아빠가 더 즐거워 보였습니다. 아빠가 기분이 좋아 보여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차근차근히 다시 말해 달라고 부탁한 뒤 아빠의 레시피를 받아 적었습니다. 아빠가 엄마와 저를 위해 준비해 준 과정이 고스란히 적힙니다.


"밥과 함께 먹어야 해!" 엄마가 말합니다.

조금 짭짤했거든요. 짠 것이 싫으시거든 간을 조금 덜 하시는 게 좋겠어요.  

아빠의 소 양념갈비는 구이용 고기였던 터라 씹는 맛이 더 있었습니다. 꿀이 들어가 달달하고 간장으로 맛을 내 짭짤했습니다. 그 단짠의 조화가 감칠맛을 냅니다.


아빠는 소 양념갈비 위에 인삼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자꾸만 인삼을 썰어 넣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데코용으로 아주 예뻤을 거라고요. 근데 집에 인삼은 없어서 양념 갈비 위에 얹지 못했습니다.

엄마의 말대로 밥과 함께 먹으니 간도 딱 맞고 아주 맛있었습니다.


아빠가 저녁을 준비하며 사온 맥주도 함께 곁들입니다. 행복은 멀리가 있지 않습니다. 항상 내 곁에 이렇게.

놀러 나간 남동생을 빼놓고 세 명이서 잔을 부딪힙니다.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기! 짠!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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