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시간, 비 오던 날

by 꽃채운


시간

-꽃채운-


별 것 아닌 날들이 반짝인다

일상의 순간들이 모두 찬란하다


아무것도 아닌 날이 없지

한 순간도 쓸데없는 시간이 없지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내가 되고,

나는 이토록 빛이 나는 걸





비 오던 날

-꽃채운-


맑던 하늘에서 한바탕 요란한 비가 내린다

우당탕

쏴아아


서점에서 책을 사 나오던 길이었다

빳빳한 새 책이 순식간에 습기를 먹어 우글거린다


그래도 쏟아지는 비가 싫진 않았어

따가운 햇살 물리치고

뜨거운 아스팔트를 식혀줬으니까


투둑투둑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도 좋았어

오히려 걷기 좋은 날

빗물 먹어 우글거리는 새 책은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젖어가는 신발과 축축한 양말이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낮에 서점에 들렀습니다. 초등학교 수준밖에 안 되는 영어가 부끄러워 공부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빳빳한 영어 단어장을 들고 서점을 나서는데 이게 웬걸, 비가 요란히 오더군요. 그래도 양우산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우산을 펼쳐 들어도 사선으로 내리는 세찬 비는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신발도 젖었고 양말도 젖었고, 바지 밑단도 젖었습니다. 새로 산 책도 에어컨 바람 아래와 다르게 조금 우글우글 해 졌습니다. 그래도 싫지 않았습니다.


후덥지근 덥던 열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아서였을까요, 후두득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아서였을까요.

빗물에 모두 젖어가는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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