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보은
아스팔트 위에서 절룩이는 어린 제비를
두 손으로 감싸고 왔다
되는대로 귤 박스 하나 둥지로 만들었다
봄도 아무는 볕을 물고 드나들었는지
제비는 며칠 박스에 묵었다
잡은 애벌레를 젓가락으로 내밀자
부리를 족족 벌렸다
한동안 내 눈빛에 연명하던 제비에게
박스는 둥지였을까 벽이었을까
다음날 제비는 꽁지를 세차게 턴 뒤
포르르 날아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제비가 떠난 박스 안을 들여다보았다
먹다 남긴 애벌레 몇과
볼펜 똥 같은 배설물이 마지막 메모였다
황망히 사라진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보니
나도 세상이라는 박스 안에 넣어진 운명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는 제비처럼
生이 이처럼 절룩이는지 나는
미처 몰랐다
*스토리코스모스 신인발굴공모전 당선 표제작 1
*작년 3월 다리를 다친 제비를 손에 감싸고 집으로 왔다.
박스 안에 있게 해 주었다.
다음 날 마당으로 나가 조금씩 걸어 다니더니 얼마 후 날아갔다.
금방 나은 걸 보니 크게 다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일 년이 지난 올 3월 제비가 돌아왔고 나는 당선 소식을 들었다.
요즘 제비가 많이 들락거린다.
제비가 처마 밑에 똥을 싸고 지지배배 시끄럽게 해도
반갑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