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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Sep 14. 2023

[에필로그] 100일간의 명상 일기를 쓰고 받은 선물

곰이 사람이 되는 시간이 지난 후

“쓰러져 있던 내 몸을 요가로 일으켜 본 경험을 토대로 요가 강사가 되기로 한 것처럼, 모든 것이 따갑게 느껴지던 쓰린 마음을 명상으로 다독이면서 나는 명상 지도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명상 지도자 과정 수료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100일의 시간이 어느덧 세 바퀴나 흘렀습니다. 어쩐지 본문보다도 에필로그나 프롤로그 쓰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간 쓰다가 보류한 후기가 몇 편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진짜최종_최최종_최종_수정_에필로그_ver.15’를 적어보겠습니다.

그동안 명상 일기를 쓰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그중 딱 세 가지만 얘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바쁘다는 핑계로 수년 동안 미뤄왔던 집중 명상 프로그램에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혼자 명상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과거의 명상 집중 수련의 기억이 내 안에 나이테처럼 남아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덕분에 십여 년 전에 처음으로 명상을 지도해 주셨던 스승님도 찾아뵐 수 있었습니다. 비록 산 넘고 물 건너가면서 컨디션 난조로 모든 세션에 알차게 참여하진 못했지만, 앞으로의 명상에 길잡이가 될 등불을 얻은 것처럼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직접 명상을 매일 해보니 이렇게나 좋은 것을 나만 할 수는 없다-는 강렬한 마음이 생겨서 ‘명상 지도자 과정’에 등록해서 열심히 배우고 얼마 전에 수료식을 마쳤습니다. 다양한 명상 기법과 관련 이론을 익히고 실습과 과제, 명상 수업 시연 등등을 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과정 자체도 유익했지만 과제를 하면서 찾아본 책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변화인데, 바로 ‘매일 명상’을 만났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내가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는 매일 플랭크처럼 일상을 지탱하는 견고한 기둥이 되었습니다. 그 어떤 일이 닥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이 정신과 물질의 결합이자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이자 통로인 나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단지 매일 명상을 했더니 나에게 온, 이미 받은 줄 몰랐던 선물이었습니다.

명상 일기를 연재하는 동안에 일일 평균 10분 정도 명상을 했습니다. 짧게는 5분만 한 적도 있었고 너무 피곤해서 누워서 한 적도 있었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내의 카페에서 호흡에 집중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별로 길지 않은 시간이라도 명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소란한 장소에서도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적립된 명상은 삶에 잔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시간과 장소보다는(위험하거나 부적절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히려 마음 상태에 따라 명상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무조건 일정 시간 이상, 이를 테면 15분 이상은 명상을 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을지 모르나 개인적으로 이런 말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초심자들에게는 이런 조건과 제약들이 하나하나 모여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100일간의 명상 일기를 연재하는 동안 좌선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야 나두 할 수 있어-하는 마음을 일으켜보시길 바라며, 그냥 하루에 단 3분이라도 좋습니다. 오늘 시작해 보세요.

쓰러져 있던 내 몸을 요가로 일으켜 본 경험을 토대로 요가 강사가 되기로 한 것처럼, 모든 것이 따갑게만 느껴지던 쓰린 마음을 명상으로 다독이면서 나는 명상 지도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심리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명상은 나의 삶에, 정확히는 세상을 마주하는 나의 자세에 많은 변화를 주었는데 이에 관해 본편 내용을 일부 첨부합니다.


21. 명상을 한다고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31. 명상은 상처 입은 마음의 적군이 아니다

35. 통증의 한가운데에서 명상을 외치다

[번외] 별을 관찰하는 사람처럼


P.S. 명상을 한 지 180일 이후부터는 아침저녁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긴 했지만 10분이 1시간이 되었다고 해서 명상의 퀄리티가 정비례하는 건 아님을 또한 알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발전할 구석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다시, 명상하러 갑니다.


0-1. 명상을 하는 데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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