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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쓰는 법] 3. 책 한 권으로 묶을 만한가

by 엄지혜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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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 묶을 만한 콘텐츠인가?

 - 사공영 유유 출판사 편집장



평범한 글이 단행본 원고가 되려면 글의 취지와 핵심 메시지, 독자가 그려져야 한다. 편집자들이 새로운 원고를 검토할 때도 글 속에서 이 세 가지부터 찾는다. 투고 원고 속에서 예비 작가가 스스로 이 고민을 깊게 해 본 적이 있다는 게 느껴지면, 그 메일은 허투루 보지 않는다. '나름의 고민 끝에 결정한 출판사가 여기'라는 게 느껴지면, 출간하지 못해도 거절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투고 원고를 출간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투고 메일을 받지만 제 경우 지난 10년간 그 속에서 출간할 만한 글을 발견한 건 다섯 번이 채 안 되고, 실제 출간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두 번이었습니다. 그중 한 권이 이보라 작가의 『법 짓는 마음』이에요. 이보라 작가의 메일은 여러 출판사 중 한 곳이 아니라 정확히 유유 출판사를 수신인으로 쓴 것이었어요. 투고하는 예비 작가 대다수가 막연히 ‘내 책 한 권 내 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책을 왜 내고 싶은지(내가 쓴 글을 독자가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떤 독자를 만나고 싶은지, 그 독자에게 정확히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투고 원고를 수신할 출판사가 주로 어떤 책을 출간해 온 곳인지는 잘 모릅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분이 대다수예요."

'책 한 권으로 묶을 만한 콘텐츠'인지도 중요하다. "원고에 담긴 저자의 지식과 경험이 다른 사람들과 나눌 만한 가치가 있는가,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가, 혹은 기발하고 재미있는가. 책 한 권으로 묶을 만한 분량이 되는가." 이런 면은 투고 원고뿐 아니라 모든 원고에서 두루 살핀다.  


"단순히 ‘쓰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읽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출간된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의 표현을 빌리자면 ‘반드시 상대에게 말을 걸겠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글을 보면 책으로 엮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사실 그게 저자가 이 책의 의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느냐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고, 독자에게 가닿고 싶어 하는 저자일수록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거든요. 잘 쓴 글보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상대를 정확히 부르는 글이 독자에게도 더 선명하게 새겨진다고 생각해요."

인문교양 분야의 책을 주로 출간하는 유유에는 ‘땅콩문고’라는 문고본 시리즈가 있다. 170쪽 내외로 분량이 많지 않고 독자들이 표지를 보자마자 어떤 내용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제목을 직관적으로 붙인다. 가령 『세계관 만드는 법』 『카피 쓰는 법』 『책 파는 법』 등이다. 시리즈 내 모든 책이 논픽션이고, 기획 방식이 비슷하다.


"가장 먼저 편집자가 콘셉트를 잡습니다. 이때 잡은 콘셉트가 그대로 책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두 번째로는 타깃을 설정합니다. 이런 콘셉트라면 적지만 확실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하는 식으로요. 그다음에 저자를 물색합니다. 저자는 책이 다룰 분야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어야 하고(혹은 책이 다루는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자기 공부가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최소 10-15가지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바로 그 이야깃거리 즉 자기 경험과 지식을 글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해요. 아무리 매력적인 저자라도 반드시 저자가 직접 고민해 쓴 가목차와 샘플 원고를 꼼꼼하게 살핀 후에 최종 계약 여부를 결정합니다."


"저자의 전문성, 직접 꺼내 보일 수 있는 이야깃거리, 최소한의 문장력."
사공영 유유 편집장이 논픽션 쓰기의 기본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는 세 가지다.  

"책을 만들고 팔다 보면 '읽는 사람은 점점 주는데 쓰는 사람,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요. 많이 읽는 사람이 ‘좋은 책’을 알아볼 수도 있고 쓸 수도 있어요. 쓰고 싶은 책이 있다면, 내가 쓰고 싶은 책과 비슷한 책을 많이 찾아 읽어야 ‘이 책들에는 없고 내 책에는 있을 특장점’을 만들어 낼 수 있죠. 비슷하지 않은 책도 두루 읽고 파악해야 ‘독자’라는 집단을 그려 볼 수 있고요. 쓰고 싶은 만큼 꾸준히 많이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사공영 유유 출판사 편집장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면 뭐든 해 보고 싶어 하고, 독특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질문하기를 좋아한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법학을 공부하고 2015년부터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안상순 작가의 『우리말 어감 사전』, 김정선 작가의 『끝내주는 맞춤법』, 김겨울 작가의 『책의 말들』, 선수 편집자들이 쓴 ‘편집자 공부책’(전 8권) 등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유유 출판사(@uu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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