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희 터틀넥프레스 대표
20년간 다양한 분야의 논픽션을 만들어온 김보희 편집자는 책 때문에 거북목이 된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 ‘터틀넥프레스’를 2023년에 만들었다. 창업 전 다양한 출판사에서 교양, 인문, 에세이 분야의 책을 만들며 수천 개의 투고 메일을 받았다. 얼마 전에도 한 통의 투고를 받았는데, 타 출판사에 이미 투고한 내용을 수신자 이름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전달한 메일이었다.
"사실 ‘가장’이라고 꼽기에는 중요한 게 너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투고 메일에도 독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입니다. 바로 (투고 원고) 담당 편집자예요. 편지 너머에 ‘출판사’라는 조직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 많은 게 달라집니다. 일단, 수많은 투고 메일을 읽고 있을 담당자가 어떤 기획과 원고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메일을 쓰겠지요. 또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헷갈려 하는 건 실례라는 것도 당연히 여기게 될 겁니다. 생각보다 많은 투고 메일이 다른 출판사의 이름을 달고 도착합니다. 제목이나 받는 사람을 수정하지 않은 상태로요."
투고를 위한 기본적인 자료도 중요하다. 일단 최소한의 기획안과 샘플 원고가 필요하다. 기획안의 경우 프로페셔널하지 않아도 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누구인지(작가 소개),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기획 의도), 누구를 향해 썼는지(예상 독자), 어떤 내용을 더 담으려고 하는지(가목차) 등을 담담하게 기술해도 된다. 샘플 원고는 적어도 3-5편을 첨부하면 좋다. 전체 원고가 있어야만 투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획의도, 주제와 메시지, 작가의 고유성, 상업성, 원고의 역량 등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높은 글을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마음은 대부분의 편집자가 같을 거예요. 저는 그 바깥의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데요. 편집자(혹은 출판사)가 어떤 글을 책으로 엮어내야겠다, 혹은 투고 받은 원고를 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결심할 때 콘텐츠 외에 고려하는 사항들이 꽤 많다는 거예요. 출판사와 편집자의 기획/출간 방향, 그해의 예상 출간 리스트, 출간 일정 등 소위 말하는 핏과 타이밍도 출간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 자체가 훌륭해도 출간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너무나 훌륭하면 핏과 타이밍을 모두 거스르고 바로 출간 결정이 되기도 합니다. 드문 일이지만요."
투고 받은 원고 중에서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도 비슷했다. 편집부가 출간하고자 하는 방향, 예상 독자와 일치하는 투고를 발견했고, 원고가 전체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함께 논의하며 초고를 완성해 출간했다. 조금 다른 예로는, 투고는 A라는 기획으로 했지만 다른 기획을 역제안해 새로운 주제로 책을 출간한 경우도 있다. 모두 기획안, 샘플원고를 바탕으로 판단했다.
"논픽션뿐 아니라, 일기를 제외한 모든 글이 그러할 텐데요. 독자를 향한 글을 써야 합니다. ‘표현’을 넘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독자 한 명을 떠올리면서 쓰면, 글에 구체성이 생기고 입체적이 됩니다. 함께 작업했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자를 떠올리고 쓰면 덜 막막하다고 해요. 그 한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고민하면 되니까요."
예비 저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쓴 초고(글)와 서점에 놓여 있는 책을 비교하지 않는 일"이다. 서점에서 파는 책은 작가와 전문 편집자가 수차례 수정을 거듭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출간 전 초고와 비교하면 당연히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비교하느라 글에 쏟을 에너지를 분산 시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보다는 내 글의 독자를 더 자주 떠올리며 탈고하는 일에 더 마음을 쏟는 것이 지혜롭다.
"출판사와 책 만드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면, 편집자를 전문가로서 신뢰해주세요. 당신만큼, 어쩌면 당신보다 더 원고에 애정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을 쏟을 사람은 이 우주에 담당 편집자밖에 없습니다."
�김보희 터틀넥프레스 대표
20년 차 출판편집자. 에세이, 예술, 실용, 취미예술, 경제경영 등 주로 논픽션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 길벗, 마음산책 등을 거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에서 ‘자기만의 방’ 시리즈를 론칭하고 50여 종의 책을 함께 만들었다. 현재는 책 때문에 거북목이 된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 ‘터틀넥프레스’의 대표이자 편집자로 일하며 서울출판예비학교, 한겨레교육 등에서 편집자를 위한 강의를 하고 있다. 『에디토리얼 씽킹』,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등을 만들었으며, 저서로는 『첫 책 만드는 법』(유유)이 있다.
인스타그램 터틀넥프레스(@turtleneck_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