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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Jul 12. 2023

감자튀김은 마요네즈를 찍어야 제맛이지.

독일에서 즐긴 식도락

  베를린에서 먹은 음식 중에 또다시 먹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커리부어스트'를 말하고 싶다. 사실 일행들과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나 비싼 음식을 먹자고 했으나, Y가 베를린에 있는 소시지와 감자튀김 맛집인 'Curry 61'에는 꼭 가봐야 한다며 우리를 이끌었다. 멀리에서도 식당 앞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여 맛집 인증이 된 것 같아 다소 안심이 되었다. 가게 안을 보니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은 작은 식당이었다. 많은 손님들의 주문을 소화하느라 다섯 명 정도의 직원들이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쯤 되니 기대감이 확 올라왔다. 


  커리부어스트는 독일인이 간편하게 한 끼 식사로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라는데, 마치 떡볶이와 김밥 같은 우리나라의 분식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사람들 틈에서 10분쯤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돌아왔고, 다행히 스탠딩 테이블에 자리가 나서 안에서 먹을 수 있었다. 소시지 위에 뿌려진 커리 소스가 독특하면서도 소시지와 잘 어울렸다. 독일 소시지가 맛있다는 것은 더 말해 무엇하랴. 


 감자튀김은 또 어떻고. 네덜란드에서 감자튀김을 먹어보고 유럽의 감자맛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독일 감자튀김도 네덜란드 못지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전혀 기름지지 않고, 길쭉하고 통통한 감자튀김은 너무나도 고소하고 바삭했다. 감자튀김이 마요네즈와 환상 짝꿍이라는 것을 먹어본 사람만 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감자튀김을 먹을 때면 케첩이 아닌 마요네즈를 찍어먹게 될 것 같다. 베를린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먹으려 했으나 아쉽게도 다시 갈 기회가 없었다. 다음에 베를린에 가게 된다면, 꼭 다시 찾아가야지. 




  독일의 대표적인 술인 맥주, 독일의 대표적인 요리인 학세와 슈니첼, 이들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호프브로이 베를린'이다. 독일에 왔는데, 학세와 맥주는 당연히 먹어줘야지. 이 레스토랑은 그 유명한 뮌헨의 호프브로이 하우스 분점이다. 여기에서는 세계 최고의 양조장인 호프브로이 하우스의 맥주의 품질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맥주만이 아니라 학세를 비롯한 독일 향토요리를 파는 유명한 맛집으로 내가 갖고 있는 가이드북에서도 적극 추천했다. 


  2시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도 커다란 홀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몇 년 전에 뮌헨의 호프브로이 하우스에 가서 엄청난 식당 크기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곳의 규모도 그에 못지않게 엄청 컸다. 깔끔한 흰 셔츠에 앞치마를 두른 나이가 지긋한 웨이터가 친절하게 주문을 받았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자 우리는 환호했다. 오호~ 이 플레이팅은 뭐란 말인가. 비주얼 자체가 내가 일인자라는 것을 뽐내듯이 커다란 고기 한 덩이에 깊숙하게 칼이 꽂아진 모습이 위엄마저 풍겼다. 정성껏 썰어서 먹어보니 겉은 바삭하면서도 쫄깃하니 우리 입맛에도 딱 맞게 맛있었다. 사이드메뉴인 알감자 맛도 일품이었다. 유럽의 감자는 정말 왜 이리 맛있는 걸까. 이 품종을 우리나라에서도 들여와 달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커다란 슈니첼은 사이즈에서 우리를 압도했다. 고기도 질기지 않고 아주 연하고 부드러웠다. 전날 먹은 커리부어스트 못지않게 소시지도 맛있었다. 왜 이렇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 건지 여행 내내 위가 쉴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어느 곳을 여행을 하든지 내가 꼭 들르고 좋아하는 곳은 슈퍼마켓이다. 슈퍼마켓에 가면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기분이 좋아서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분출되는 것 같다. 베를린에서 'REWE'라는 슈퍼마켓 체인점을 자주 갔다. 이곳에서 파는 빵은 종류도 아주 다양하고, 가격은 저렴하면서 맛도 그만이다. 


  슈퍼마켓에 파는 샐러드는 양도 많고 종류도 다양했다. 운이 좋으면, 30~40% 할인된 샐러드를 3~4유로의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다양한 채소에 올리브, 과일과 빵, 치즈 등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한 끼 식사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 슈퍼에서 산 오렌지, 청포도, 딸기 등 각종 과일과 플레인 요거트를 추가해서 아침으로 먹었는데 점심까지도 속이 든든했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독일의 슈퍼마켓은 일요일에 대부분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토요일에는 반드시 다음날 먹거리를 꼭 미리 사 두어야 한다. 지인들 선물로 유명한 독일 젤리와 초콜릿, 치즈 등을 사 와서 나누어 주었는데, 인기 만점이었다. 가방 무게 제한만 아니었으면 더 사 올 수 있었는데, 조금밖에 못 사온 게 너무 아쉽다. 





  나의 독일 맛집 리스트에서 빼놓수 없는 또 한 곳의 음식점은 우리 팀이 마지막날 저녁 만찬을 먹었던 인도 레스토랑 'ARMIT'이다. 전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지나다가 커다란 통유리로 레스토랑 안쪽을 보았는데, 늦은 저녁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느낌적으로 여긴 찐맛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우리는 다음날 저녁을 이곳에서 먹기로 미리 찜해 두었다.  


  팀원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이라 우리는 양손 가득 커다란 쇼핑 가방을 들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평일 저녁인데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저녁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넓은 레스토랑이 시끌벅적했다. 실내 인테리어도 고풍스럽고 깔끔했다. 탄두리 치킨, 커리와 난, 망고 라씨 등 다른 인도 음식점에서도 먹은 메뉴였는데, 어쩐지 더 푸짐하고 근사한 느낌이었다. 우리 팀의 마지막 저녁 만찬이니 와인도 빠질 수 없어 우리는 신중하게 레드 와인을 골랐다. 산뜻하면서도 깔끔한 와인의 맛은 음식과 조화롭게 어울렸고, 적당히 기분을 올려 주어 허심탄회하게 속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의 만찬을 빛내주었다.  


  여행에서 보는 즐거움 못지않게 먹는 즐거움도 큰 것 같다. 독일 대표 음식인 감자튀김과 소시지, 학세, 슈니첼을 비롯하여 빵과 과일, 맥주와 와인까지. 먹고 마시며 식도락을 즐긴 그 모든 장소와 시간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커다란 기쁨이자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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