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동서를 4년 만에 만났다. 캐나다에 도착한 첫날은 동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다음날 자기가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인사를 했다. 보자마자 하는 말이 한국 드라마 너무 재미있다고 '더 글로리'를 봤는데 한국은 너무 아름다운 거 같다고 말한다. 그 드라마에 한국의 풍경이 나왔던가? 한국인과 브라질인이 비슷한 면이 많은 거 같다고 그러는데 열정적이고 불같은 성격이 비슷한 것일까. 4년 만에 만나 드라마로 인해 대화거리가 생긴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 후로 그녀와는 많은 대화는 하지 않았다.
동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브라질인의 특성', '브라질의 국민성'을 검색해 봤다. 검색 결과가 명확하게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는 '한국인의 특성'을 가지고 있느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한국인의 특성은 또 뭘까. 성격 급한 거? 웃어른을 공경해서 존댓말 쓰는 거? 나는 성격도 안 급하고 어른을 공경하지만 평소에 나보다 어른은 친엄마 말고는 자주 마주칠 일도 없다. 그냥 사람은 다 다르다로 결론. 동서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브라질인의 특성을 알면 뭐 하겠는가. 사람들은 문화 차이를 많이 궁금해하는데 사실 그 문화의 차이도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다. 각국의 대부분 사람들이 넥플릭스와 유튜브로 비슷한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를 보고 각 나라의 특징들을 자연스럽게 파악한다. 모두가 SNS를 사용하는 시대의 생활상은 다 비슷하며 유행은 순식간에 퍼진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문화 차이는 크게 느낄 수 없다.
한 가지가 있다면 그녀는 시댁에서 유일한 흡연자라는 것. 데크에 나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며 담배를 피운다.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시댁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또 한 가지가 있다면 자기가 내킬 때만 요리를 한다. 우리가 시댁에 있는 3주 동안 두 번 정도만 요리를 하고 나머지는 남편들이 다 했다. 물론 나는 매번 거들거나 가끔 한국 음식을 해 주었다. 어떻게 보면 참 바람직한 일이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국 여자라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도 요리보다는 배달 음식과 외식을 사랑하는 한국 여자라 할 말은 없다. 캐나다에서는 식당도 다 거리가 있고 식비도 비싸서 주로 집에서 해 먹지만 이번엔 모인 가족들의 수가 많다 보니 배달도 많이 시켜 먹고 외식도 잦았다.
동서 루시아나는 나의 유일한 조카들의 엄마이며 우리 아들의 유일한 사촌들의 엄마이다. 나의 친언니는 결혼은 했으나 아이는 없다. 조카들도 다 아들이라 남자 투성이의 집안이지만 외동인 아이에게 사촌마저 없었으면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니 루시아나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고 이해하기엔 너무 다르지만 나의 소중한 동서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