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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16. 2024

#5 시험 패스?

[소설] 원곡동 쌩닭집-5화-원곡쌩닭 ⑤ 2차 OJT

한 달 뒤.     


“자, 그동안 우리 준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함 볼까? 그때 이야기한 것처럼 닭은 패스하고 돼지로 바로 가자.”     


아저씨는 옆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작은 칼을 집었다. 한참 그림을 노려본 나는 크게 외치면서 칼을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안심, 목심, 갈비, 등심, 뒷다리, 앞다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회식으로 먹을 삼겹살!”     


내가 던진 7개의 작은 칼이 각 돼지 부위의 정중앙에 정확하게 꽂혔다.     

 

“오.. 실력 많이 늘었는데? 이제 소로 가도 되겠는데?”

“소요?”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아저씨를 쳐다봤다. 아저씨는 돼지 그림 앞으로 걸어가시더니 내가 던진 칼을 모두 뺀 후, 위에서 내려온 줄을 잡아 두 번째 그림을 밑으로 내렸다.        


       

“자, 같은 방법으로 외워, 이건 일주일 줄 테니까.”     

 

1주일 뒤.     


나는 다시 아저씨와 옆에 섰다. 소 정형그림이 앞에 있었고 내 손은 작은 칼이 들려있었다. 아저씨는 검은 띠 같은 걸 나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걸로 가려라.”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검은 천을 바라봤다.     

 

“네? 뭘 가려요?”

“뭐긴, 눈이지”     


아저씨가 말하면서 검은 긴 천으로 내 눈을 묶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해서 어떻게 던져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여기가 한석봉 엄마가 가래떡 써는 가게도 아니고.”

“일단 던져봐, 실력 함 보자. 사태!”

“사태요?”     


나는 심호흡을 한 후, 칼을 들고 앞으로 던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꽂히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아저씨가 퍽! 하고 내 뒤통수를 쳤다.    

  

“야, 거기는 소 혀가 있는 데잖아. 애가 우설을 좋아하네.”      


눈가리개를 풀어보니 칼은 소의 머리 중에서 혀가 있는 부위에 꽂혀 있었다.  

   

“한 달 준다. 그동안 연습 잘해라. 이 도끼로도 해보고.”

     

아저씨는 작은 도끼를 나에게 전해준 후, 내 등을 툭툭 치면서 바깥으로 나가셨다.   

 

***     


다시 한 달 뒤,     

 

나는 아저씨 앞에서 눈을 가리고 돼지와 소의 각 부위에 칼과 도끼를 던져서 정확하게 맞추는 데 성공했다.      

“오.. 많이 늘었는데? 선생님이 좋으니 학생 실력이 일취월장이구만,”     


아저씨가 박수를 치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 그럼 다음 단계로 바로 가야지?”

“네에? 다음 단계가 또 있어요?”     


놀란 내가 아저씨를 쳐다보자 아저씨는 다른 두 개의 그림을 밑으로 내리셨다. 이제껏 본 돼지와 소의 그림보다 훨씬 더 디테일한 그림이었다.    


  

“아니 왜 놀래, 우리 원곡 쌩닭집에서 얼마나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파는데, 이거 다 외워야 한다. 한 달 준다.”              

                                                              

아저씨는 나를 두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는 소 그림으로 바짝 다가가서 그림을 보면서 구시렁거리면서 말했다.     


“아니. 마구리는 또 뭐야.”      


그 순간 멀리서 쇄애애액 소리와 함께 칼이 날아오더니 마구리 부위를 보고 있던 내 머리 옆에 정확하게 꽂혔다. 멀리서 아저씨가 크게 외쳤다.     

 

“야, 마구리는 갈비 한 짝의 위쪽 끝부분과 아래쪽 끝부분이다. 갈비탕용이야.”

“아니. 이렇게 막 던지면 어떻게 해요? 저 칼 맞아 죽으면 책임지실 거예요?”     

“그리고 40번 갈비는 요리 용도에 따라 LA갈비, 포갈비, 수원 왕갈비, 이동갈비 등으로 분류된다. 잘 외워!! 그리고,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거는 잘 맞추는 거야.”     


아저씨가 다시 내 옆으로 와서 내 손에 들려있던 칼을 집어 들더니 약 5미터 뒤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이건 어려우니까 내가 한번 시범을 보여줄게.”      


아저씨는 갈비의 차례대로 칼을 던지며 말했다.    

 

- LA갈비! 본갈비나 꽃갈비를 직각으로 절단하여 갈비뼈 3-4대가 보이지.


- 포갈비! 6cm 이상 두께로 절단하여 갈빗살을 뼈와 수평하게 펼친 갈비고


- 수원 왕갈비! 포갈비를 8cm 정도 크기로 절단하여 덧살을 붙여 양념한 갈비지


- 이동갈비! 포갈비의 뼈를 반으로 절개하여 덧살을 붙여 양념한 갈비고


- 생갈비는 5-8번 갈비에 양념을 하지 않은 갈비인데 8cm 이상인 걸 명심해.     


아저씨가 던진 4개의 칼이 5, 6, 7, 8번 갈비 그림에 정확하게 꽂혀 있었다.      


“아. 중요한 거 하나 빼먹었네.”      


뒤로 돌아 걸어가던 아저씨가 저 멀리서 도끼를 던지면서 말했다. 연이어 여러 개의 도끼가 작은 원을 그리면서 내 옆을 계속해서 휙휙 휙휙 하고 지나갔다. 아저씨가 연속으로 던진 도끼가 쾅쾅쾅쾅 소리를 내면서 소 그림에 꽂혔다.


“소는 4개의 위가 있는데 여기가 첫 번째 위인 양, 여기는 두 번째 위 벌집양, 요기는 세 번째 위 천엽, 마지막 네 번째 위를 막창이라 한다.”     

 

그림에는 방금 던진 4개의 도끼가 정확하게 꽂혀 있었다. 어디서 났는지 이번에는 내 키보다 더 큰 기다란 창을 던지셨다.      


쉬이 이이익.. 쾅!!!!     


“4번째 위는 여기 소장과 대장으로 연결되고, 소장을 소창, 대장을 대창이라 부른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곱창은 요 소창을 의미하는 거다.”     


뒤를 돌아보니 소의 소창과 대창 부위에 긴 창이 꽂혀 있었다. 저 멀리서 창을 던진 아저씨가 크게 외치셨다.      


“한 달 뒤 시험 볼 거다!”     


***

    

그로부터 한 달 뒤      


나는 아저씨 앞에서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칼과 도끼, 창을 던져서 원곡쌩닭집 OJT 시험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아저씨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오. 많이 늘었네. 이제 그러면 2차 OJT로 가보자고.”

“2차 OJT요? 아니 무슨 OJT를 몇 개월씩 해요?”

“우리 원곡쌩닭집 OJT는 기본 1년이야. 이제는 다양한 고기를 가지고 뼈와 살을 분리하는 발골을 본격적으로 연습해야지? 따라와.”

“그게 마지막이죠?”     


아저씨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3차는 다양한 칼로 각 부위를 정확하게 자르고 뼈를 깨끗하게 바르는 연습을 하고, 4차는 도끼, 5차는 창인데 언월도는 무거우니 방천화극으로 할 거야, 6차 OJT는 활이야,”      


나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6차요? OJT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예요? 칼과 도끼는 그렇다 쳐도, 창과 활은 대체 왜 배워야 하는 거예요?”

“다 배우면 써먹게 되어 있단다. 그리고 마지막 7차가 가장 힘든 OJT가 될 거다.”

“7차는 뭔데요?”     


아저씨가 나를 스윽 돌아봤다.    

 

“육탄전이지. 맨손으로 다양한 동물의 뼈를 자르고 고기를 찢는 연습을 해야지?”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나는 부엌에 있는 냉장고의 아래 칸 냉장실을 열었다. 냉장고에는 12판짜리 계란이 하나 보였다. 계란의 표면에는 ‘12 지신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엄마가 붙여 놓은 포스트잇이 있었다. 노란 포스트잇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다.     


‘아들, 이거 오래돼서 못 먹어. 텃밭의 비료로 사용해라 - 엄마가’      



나는 한참이나 계란과 엄마가 쓴 포스트잇 글씨를 쳐다봤다.     

 

‘산란일자가 3월 15일이면.... 오래돼서 못 먹겠네. '원곡 무인편의점‘이락 쓰여 있는 거 보니 무인편의점에서 가지고 오신 계란인가? 빈케이스는 원곡동 편의점으로 반납하면 되니까, 계란을 요 앞의 텃밭에 묻은 후, 케이스는 무인편의점 달이 누나에게 돌려줘야겠군’       

   

나는 12 지신란의 케이스를 꺼내서 마당의 텃밭으로 가져갔다.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은 작은 텃밭에는 흙만 있었다. 12 지신란의 케이스를 여니 계란 열두 개가 있었다. 나는 계란을 깨지 않고 그대로 텃밭에 하나하나 나란히 묻었다.


어차피 이곳에 씨를 뿌리거나 무엇을 심을 생각은 없었다. 계란을 모두 깨지 않고 그대로 텃밭에 묻은 후, 빈 케이스를 들고 나의 새로운 일터인 원곡 쌩닭집으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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