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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Sep 18. 2020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책을 받아 보았을 때 표지에는 니나의 표정이 상념에 빠져 있는 듯했다. 

나이는 45~50세 여성으로 당당한 인상이 매력적이다. 특히, 두어 가락의 웨이브가 이마에 내려오는 신식 모양으로 머리를 빗었고 입술을 붉게 칠했다. 시대상으로 볼 때 세련된 느낌이 난다.


<생의 한가운데>라는 제목이 확 사로잡힌다. 삶을 살다 보면 한가운데라는 부분을 맞이할 것인가? 의문이 생기지만 한 여자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의 삶과 어느 정도 맞물러 있음을 인지한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삶의 영향을 받으며 또 한 번 성장하고 기로에 서는 것들은 자연스럽다. 루이제 린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 끄집어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니나 부슈만이다. 니나는 방황을 거듭하면서도 삶을 두려움 없이 이겨내며 살아가는 의지는 누구에게나 뒤처지지 않는 여성상이다.

그 반면에 18년간 자신의 목숨보다 더 지고지순하게 사랑한 슈타인 박사와 니나의 언니는 니나와 대조적인 입장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현실과 타협하는 순응적인 삶이라면 니나는 안정적이고 정형화된 삶을 거부한다. 그녀의 삶 속에는 의문과 집착이 없다. 그저 부딪히고 하고자 하는 두려움 없이 파고든다. 하지만 그녀의 생에서 갈등과 부정, 나약함이 존재했었고 심적 나약함이 있는 인간적인 여성이다.


슈타인 박사의 편지에서 니나의 향한 사랑과 근심, 걱정이 있지만 결국 한 여성을 위해 희생하는 생은 얼마나 우리가 이해하고 바라고 있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생의 의미를 물으면 결코 알지 못하게 되지요. 오히려 그걸 묻지 않는 사람만이 생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이에요” “생의 전부를 사랑해요. 그렇지만 나의 이런 마음을 당신은 이해 못하실 거예요. 당신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끝이 없다. 혼잡하고 무질서하지만 니나처럼 당당하게 부딪히고 나아가는 정신적인 것들을 내면으로 흡수됐다.


니나 언니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내 생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해서 또 마치 젖은 잿빛의 촘촘한 그물과 같이 얽힌 나 자신과 모든 인간의 숙명에 대해서 울었다.”

모든 인간의 숙명에 대해서 울었다는 말이 뇌리 속에 계속 짓눌린다. 한 사람과 그 주변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는 그녀에 대해 살아온 나날들을 응원하고 박수를 보낸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지금이 생의 한가운데에 마주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항상 물음과 마주하고 있다 아니 헤매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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