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준생이 된 윪
나의 힐링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금쪽같은 내 새끼이다. 소문으로는 2030 세대들이 많이 본다고 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금쪽이를 보고 있으면 풀리지 않던 문제도 나의 과거도 해결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애청자로서 매주 챙겨보는데, 어린 아이를 잘 양육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생각보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인간 관계라던지, 나의 몰랐던 심리적 결핍, 행동 양상, 기질 등 나 자신을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꽤나 힐링프로그램이다.
사실 취준생 일기는 생각없이 시작된 것이고 아무것도 안 하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브런치에 끄적거렸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안하기에는, 매일을 무엇인가 하는 것 같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밤에는 심한 자책때문에 잠을 못 이뤄 책상 앞에서 끄적끄적 거렸다. 나의 징징거림과 멈춰있는 시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하겠지만, 요즘 나 자신이 낯설고 낯설다. 자꾸만 나 스스로에게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다. 취준이 괴로운 이유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알면 알 수록 모르겠는 나를 정의하고 알아내고 경제시장에 맞게 지원을 해야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금쪽이를 보다가 눈물이 왈칵 한 장면이 있었다. 심한 떼를 쓰는 금쪽이를 해결할려면 어쩔 수 없음을 알려줘야 한다. 어쩔 수 없음. 그것은 취준하는 지금의 나에게도 연관이 있는 말이었다.
세상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는 말. 우리나라는 꿈이 곧 직업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경제적 활동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 관심있는 일을 하면 더 수월한 것은 맞다. 어떤 직업은 누군가가 꿈 꿔왔으며 평생의 소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나의 꿈을 온전히 지지해주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맞게 원하는 직업이 되는 건 아마 1%가 될까? 미련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선 그 직업을 준비하는 기간을 설정한다. 2년 안에 취직을 하지 않으면 다른 길로 갈 것이다. 이런 한계 설정말이다. 나는 이런 한계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서 이 시기가 불안한가? 많은 고민이 들었다. 내가 꿈꾸는 직업은 내가 이루기엔 힘든 느낌이 들었다. 자꾸만 내가 원하는 직장에 지원하기 보단, 그 직업과 비슷하지만 다른 직업에 자꾸 지원한다. 나는 회피를 선택했으며 그렇다고 꿈을 언제까지 이룬다는 한계 설정을 하지 않았다. 설정을 해도 자꾸만 그 직업은 나의 눈에 밟혔고 언젠가는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은 박봉에 열악한 근무환경이 동반한다. 어쩌면 나 자신이 없어지고 극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못 견딜 수도 있지만 너무나 되고 싶다. 그냥 한번 해보고 싶다. 내 인생에서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이런 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떨어질 수도 붙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원하지 않는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세계는 너무나 이상하고 이상해서. 하지만 가끔 이 어쩔 수 없음이 먹먹하다. 속이 쓰리다. 도대체 무엇이 어쩔 수 없단 말인가. 가끔은 이 '어쩔 수 없음'이 답답해서 미치겠다.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함 속에서 불확실한 내일과 나의 결과. 어쩔 수 없지. 오늘도 수용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그렇게.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너는 어떤 직업을 하고 언제 될 것인지. 이 불명확한 하루 속에서 확실함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나의 인생에 대해서 한계 설정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렇게 되면, 내가 마음 편히 그 시절을 향해 달려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한계 설정은 누구보다도 내가 해야 하며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믿음으로 결정이 된다. 나는 할 수 있어. 2년 안에 될거야. 너는 할 수 있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올거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아. 믿음 속에서, 이룰 거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살아가야지. 그래야지 살아갈 수 있다. 서로의 작은 믿음이 현실이 되도록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 이 불안한 시절을 서로의 대한 믿음으로 채워가자. 너는 이룰거고 이룰거야.
믿어 의심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