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레인 Jul 23. 2024

자신을 알기 위해서

질문하다 닿은 길

사람들 참,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나?


점을 보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알고 보면 자신을 알기 위해서라는 거지.


심리 테스트니, 무슨 성격 검사니

해보고 맞춰보면서 맞아 맞아하는 거 보면

아는 것도 확인하면서 재밌어하는 게 사람이야.


?

야말로 그렇지.

지독히도 내가 궁금했던 사람이지.


그런데 신기해.

처음엔 잘 살아보고 싶어서...

적성이든 취미든 재능이든

타고난 운명이라 해도 좋고

거창하게 사명이니 천직이니 해도 좋고

어쨌든 뭐 하나 제대로 발견해서

멋들어지게 살아보려고


비전, 목적, 의미 뭐라도 좋으니,

파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

그랬던 시간이 꽤나 길었는데,

'이거다!' 싶다가도 번번이 시들하고

잘 살다가도 어떤 날은 뻥 뚫린 기분이고

그러다 보니... 도착한 게 낭떠러지야.


열심히는 했는데 뭘 한건 지 길은 보이지 않고

나약하고 못나고 모른다는 냉정한 진실만이

눈앞에 벽처럼 서 있었지.


어처구니없지.

선명하게 높이 오르려 발버둥 친 결과가

낮고 아득한 바닥이란 게.


보기 싫어 고개를 돌렸어.

인정하기 싫어서 덮고 또 덮고

방어하고 합리화하고 속이고


그러다 보면 나아진 것 같다가도

어느 날 보면 다시 똑같은 패턴,


그러다 알았지. 모른 척할 수 없음을.

그러니까 누군가는 평생 요리조리 피하기에 성공해서

그때까지 알던 나와 세상이 전부라 믿고 그럭저럭 살다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멍청한 나는

낭떠러지로 떨어져 보기로 했어.


그러니까 그런 느낌이야.


0.00000000001초?

그런 숫자 같은 건 난 모르니까,

어쨌든 아주아주 미세한 차이로

나보다 앞서가는 존재를 느꼈어.


왜냐면 나는 아주 잠깐 뒤 그러니까

0.00000000001초 후에야 인식했거든.


생각과 감정이 일어났고, 발이 움직였다고

'인식'한 찰나보다 아주 조금 더 빨리

손과 발이 움직였어.

인식은 아주 조금씩 늦지. 늘 그래.


그러니까 행위자는 내가 아니야.


믿기로 했지.

찰나라고 해야 할지 순간이라 해야 할지,

어쨌든 '내가 없던' 그 순간의 움직임을 믿기로.

항상 뒤에 등장해서 판단하는 내 생각과 계산을 믿지  나보다 앞선 '그'의 일을 지켜보자고.


어차피 일어날 일이 일어나겠구나. 괜히 싫어하며 저항하고 의미를 따지며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어... 그런데 방금 이 생각은 누가 한 걸까? 암튼,

그렇게


오만하면서도 쉽게 자괴감에 빠지고

우월해하면서도 열등해하던 자아가

의지와 무관하게 힘이 빠지고


어느 순간 나는 보잘것없이 되어버려

욕망마저 느슨해진 순간까지 와버리고...


근데 그게,

슬프면서도 깊은 평화가 있어.


그러니까


한편으론 짠한데

한편으론 더욱 커진 것 같은...

때로는 커진 내가 작은 나를 다독이고 있음을 느꼈지.


어느샌가 나는

작은 나를 관찰하는 게 익숙해졌어.


집착이 옅어져 욕망에 끌려다니지 않게 됐지만

이제는 내가 너무 잘 보여서 괴롭더군.


여전히 나는 남에게 벌어진 어떤 상황들에 대해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저 이가 나보다 어떤 면에서는 잘나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억울해하고, 자랑하고 칭찬받고 싶어 해.


그 모습이 당황스럽고 비참해서

실망하고 자책하고 안 한다고 다짐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이것 역시

내가 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했지.


'나는 안됩니다.'라는 고백이

가슴에서 입으로 올라왔어.

나만 생각하고 내 뜻대로,

다리 펴고 편하게 앉아 머리를 굴리다가

저절로 무릎 꿇고 눈물 흘렸던 날.


열어젖히고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0.0000000001초 앞, 동시에 늘 내 곁에,

내 안에 있던 그것!


...

언제부턴가 나는 내 경험과 비슷한 이야기가 내게 올 때면 표현하기 힘든 것을 표현해 준 그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되곤 했어.


그들의 깊이를 내가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있구나. 나 혼자 이상한 게 아니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외롭지 않구나. 이렇게 덤덤히 드러내기까지 당신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왔을까... 그런 마음이었지.


그럼에도 누구나 언젠가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야 할 때가 와.


수용.

내 경험이 말해준 방식은 그것이었지.

지금까지는 그래.


어떤 욕망이든, 어떤 감정이든.

어떤 삶이 오든...


...

그러니까 젊은이가 질문했던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나 인정욕구도 억눌러선 안돼. 욕망은 포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대상이지. 아기 같은 마음을 바라보고 인정해 줘. 통제해 보고 가져보기도 해야 통제 안됨과 가질 수 없음도 알 수 있지. 올라가야 떨어질 수 있고 쥐어야 놓을 수 있으니 해봐야 할 경험이지.


아이는 계속해서 매달리며 떼를 쓸 거야.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럴 거야. 하지만 진실로 진실로 내가 누군지 아는 이는 더 이상 그런 사라질 것들... 이를테면 칭찬, 인정, 권력, 돈에 징징거리지 않게 돼. 그것이 있어야만 한다는 집착과 규정은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힘을 기억해주길.


어쨌든 내게 가장 좋았던 건,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거야.

해도 해도 안 되는 못난이가 그대로 서 있는데

그 못난이가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는 경험 말이야.


그러고 나니 이제 사람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아. 그렇게 다들 고통 속에도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동료애를 느끼고, 어떤 날은 그들의 기쁨과 슬픔이 나에게도 전해 와 절절해지지. 이토록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내가 말이야.

 

그러니까 나를 파고파고 파다 보니

다른 사람이 보이고

이제는 내가 궁금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궁금해졌어.


굳이 파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있지.

신(神)을 모르지만 신의 일을 하고

선(善)을 모르지만 선을 행하는 사람들.

도(道)를 모르지만 도를 행하고

주어진 순간을 땀 흘려 사는 사람들.

숭고한 노동과 헌신...

천사인 줄 모르는 천사들이 주변에 많아.


나는 아니지.

내가 얼마나 허영이 가득한지

얼마나 교만하고 오만한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깜짝 놀랄 거야.


젊은이도 나와 비슷할지 모르겠군.

하지만 질문하고 있잖아?

나는 그런 우리가 정말로 사랑스러워.




그런데 젊은이,

정말로 듣고 있는 거야?


표정이 마치 정말 듣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


그러면서 여인은 허공을 응시한 채 잠시 미소를 짓다가

가벼운 먼지를 털듯 빨간 의자로부터 몸을 일으켰다.



애벌레는 계속 배가 고팠습니다.
먹고 먹어도 허기가 졌어요.

이제 잠이 오네요.

꿈속에서 현실을 만나고 싶습니다.
먹고살고 사랑하며 살아내는 실제 이야기
때로 먼지투성이 결함투성이지만
불완전해서 완전한 우리 이야기
내 질문에 급급하여 살펴보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지혜로운 지식과 아름다운 문학에
꿈속 깊이 끔뻑 취해보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하나를 쪼물거려 두고
긴 잠을 청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