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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프화가 Dec 07. 2022

제텔카스텐 3.8기 회고록

제텔카스텐 사용한 지 2년 즈음..

제텔카스텐 시작한 지 벌써 2년

제텔카스텐을 시작한 지 벌써 2년 가까이 지났다.

디지털 제텔카스텐인 2기에서 무한 서랍 방식인 3기를 지나, 이런저런 변화를 겪으면서 현재 3.8기.

1800개의 메모가 생긴 김에, 2년 정도 된 김에 그동안의 진행을 회고해본다.



1800개의 메모



지금까지 만든 메모의 개수는 1800여 개. 꽤 많아졌다.

Logseq와 디지털 제텔카스텐 기법을 이용했던 2기의 경우,

메모 1200개 즈음에서부터 힘겨워졌던 걸 떠올려 보면, 꽤 잘 버티고 있는 셈.


아니, 버틴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전혀 힘들지 않으니까.

무탈하게, 즐겁게 사용 중이다.

더 진행해봐야 하겠지만,  5000개 까지는 별문제 없이 버틸 것 같다.

무한 서랍이 제대로 동작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딱 이 느낌. 무한 메모 방식 이전에는 못 느끼던 기분이다.



무한 서랍의 편안함

서랍과 노트를 콘셉트로 하는 타이포그래피. SD 사용.

무한 서랍은 폴더, 태그, 연결 중심인 디지털 제텔카스텐과 달리, 

니클라스 루만의 아날로그 서랍 방식을 디지털로 유사하게 흉내 낸다.


무한 서랍이라는 이름의 메모 리스트 문서를 만들고, 

관련성이 있는 메모 근처에 새 메모를 끼워 넣는 것을 반복한다.


이 단순한 규칙만으로 관련성 있는 메모들이 서로 자석처럼 모이게 된다.

그 덕에 딱히 분류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손쉽게 분류할 수 있다.

지식관리에서 관리비용이 거의 없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보통 지식이 늘수록 관리비용도 늘어나기 마련이고, 압도당하는 순간이 온다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좋다.

서랍 구조가 궁금하면 고양이와 함께 하는 제텔카스텐을 참고해 볼 것.



정겨운 우리 메모 동네

디지털 제텔카스텐과 무한 서랍의 방식을 비유하자면?

도로명 주소만 보고 길을 찾는 것과, 내가 아는 동네의 가게를 둘러보는 것.


생각해보자.

우리는 길을 찾을 때, 도로명 주소로 길을 찾지 않는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네이버 지도를 보더라도, 주소를 확인하고 거기까지 가는 경로를 

근처 '건물'들을 확인해 가면서 파악하게 된다.

우리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주소가 아니라 내가 지나갈 경로다.


디지털 제텔카스텐에서 주로 사용되는 폴더, 태그는 도로명 주소와 흡사하다.

구역별로 필터링 → 필터링하면서 점점 작은 구역으로 좁혀간다는 점에서 같다.

이러한 도로명 주소는 일반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처음 길을 가는 택배기사, 우편배달부를 위한 시스템이다.


폴더, 태그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 아는 지식공간이 아니라 회사의 공유 폴더, 인터넷 SNS의 글 등, 

처음 접하는 공간에서 더 힘을 발휘하는 시스템이다.


제텔카스텐 - 나의 지식 구조는 내가 제일 잘 아는 동네다.

제텔카스텐으로 개인의 지식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 동네가 골목골목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무한 서랍은 일직선 구조다. 일직선으로 되어 있는 동네인 셈이다. 

일직선이라 결코 길을 잃지 않으며, 메모의 위치에 따라 내가 어디까지 지나갔는지, 내가 원하는 메모를 지나쳤는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태그, 폴더 중심의 디지털 제텔카스텐의 관리는 점점 복잡해지는 대도시의 주소체계라면

무한 서랍은 우리 동네 골목골목 구석구석 새로 생긴 가게를 보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무한 서랍 안에 담긴 메모들은 하나하나 반갑고, 정겹다.

나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3.5기부터 변화

3기에 대한 글에 이어, 어떻게 변화했는지 가볍게 정리해보았다.


3.5기

메모 1000여 개 시점. Workflowy에서 무한 서랍 시스템에 많이 익숙해진 때였다.

한창 세컨드 브레인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이 컸었고 나름의 답을 내렸었다.

그 결과를 위해 Workflowy로 시작한 시스템을 Obsidian으로 변경하며 3.5기로 설정.

감각 기억/판단 기억/장기기억 등 실제 뇌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확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제텔카스텐 실전 편 참고


3.6기

메모 1200개 시점.

기존에는 관련성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문헌 메모(독서노트)와 

영구 메모를 관련성에 따라 섞어서 배치했었다.

쓰다 보니 뭔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라 문헌 서랍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개선.

처음에는 아예 무한 서랍 문서와 문헌 서랍 문서를 별개의 파일로 분리할까 했었지만, 

양쪽을 오가는 것도 일이라...

그냥 심플하게 기존 서랍 아래쪽에 헤더를 추가하고 독서노트들을 이동시켰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기도 편해졌다.

중간중간 독서 메모 중 다른 메모와 관련성 있는 메모는 링크를 그 위치에 하나 더 만들면 돼서 불편함도 없다. 

생각해보면 니클라스 루만 역시 문헌 서랍을 별도로 썼다는 걸 생각하면... 역시 선배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맞는 건지도.


3.7기 - 테스트

3.7기는 루만의 메모를 직접 분석하건 과정에서 내 방식과 차이가 나는 부분을 꽤 발견했고

그 부분을 적용해보고자 해 본 시도.


루만은 노트를 쓰듯이 메모에 긴 글을 썼고, 메모가 다 차면, 자연스럽게 다음 메모에서 이어서 작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필요한 메모를 끼워 넣는 형태였다.


루만의 방식을 본받아 볼까 싶어서,

기존에 글의 뼈대(아우트라인)만 작성하던 방식에서 산문 형태로 쓰되, 큰 줄기 별로 메모를 이어 쓰기 테스트.


장점은 메모를 그대로 복붙 하면 되니, 글쓰기는 상당히 빨라졌다는 점.

반면, 단점이 만만치 않았는데,

완성된 메모들을 연결해 긴 글로 만들다 보니 각 단락이 잘 안 붙는 경우가 많았다.

맞지 않는 직소퍼즐을 억지로 끼우는 느낌.

오히려 뜯어내고 새로 쓰느라, 더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이 방식은 폐기하고 원래 방식대로 진행

작업에 시간은 더 들지만, 뼈대끼리 연결하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루만의 메모 분석은 루만은 어떻게 메모했을까?를 참고할 것.


모바일 옵시디언 1.0

옵시디언이 1.0으로 바뀌고, 나도 폰을 갤럭시 폴드 4로 바꾸면서

모바일 시스템도 살짝 변경되었다.

탭은 2개. 스택 모드를 사용하고, 오른쪽에 무한 서랍을 고청 배치하였다.

마치 노트의 인덱스를 참고해 페이지를 펼치는 감각으로 모바일 제텔카스텐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수첩으로 된 commonplace book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지금은 3.8기

3.8기는 3.7기에서 불편했던 부분만 버리고 정리했다.

산문체로 쓰는 것은 버리고 기존 뼈대 방식은 유지.

뼈대 방식은 바바라 오클리의 이과형 두뇌활용법에서 응용한 방식이다.

뼈만 있어서, 이어 붙이기 좋다. 

그 뒤에 살을 붙여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거기에 3.7기에 시도했던 루만의 작업 방식도 일부 받아들였다.

철저히 관련성 중심이었던 이전과 달리 이제 메모를 배치할 때, 실제 글쓰기를 고려해서 진행하고 있다.


글쓰기 기계의 가능성

이러한 변화는 백전백승 GTD를 쓰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

덕분에 제텔카스텐을 어떻게 활용해서 글을 써야 하는지, 슬슬 감이 잡힌다고 할까.

물론 매력 있게 잘 쓸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그건 좀 다른 영역이니까.


다만 이전에는 글쓰기가 중간중간 툭툭 막히거나, 힘이 많이 들거나, 쓰다 돌아가야 하는 일이 잦았다면

이제 큰 흐름과 거기에 맞는 메모를 만들어나가고, 전체 논지를 숙성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바뀌었다.


좀 더 글쓰기가 편하고,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이전보다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최근 주 1회에서 주 2회로 글 쓰는 횟수를 살짝씩 늘려보고 있는데, 그것도 이런 영향.

잘하면, 이른바 '글쓰기 기계'가 될 수 있을지도.


마무리하며

ExBrain이라고 부르는 3.5기 이후는 사실 큰 변화 없이 자잘한 부분만 변화하고 있다.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쓰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 오히려 마음에 든다.

4기가 언제 올진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지금 시스템을 잘 가꿔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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