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나는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면접을 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집 앞에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용돈을 조금 더 많이 벌기 위해서 편의점 알바를 하기 위해서,
또 조금은 편하게 학교를 다니면서 용돈 벌이를 하려고 교수님들과 일하는 연구소 면접을 봤다.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해외 인턴 면접을 봤다.
그런데 대망의 오늘, 드디어 아르바이트가 아니고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사원을 뽑는 회사에서 첫 면접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채용 시장이 굉장히 어려운데, 운이 좋게 서류에 합격해서 면접 기회를 얻어서 정말 감사했다.
개인적으로 첫 면접이라 굉장히 긴장되고 떨렸다.
그런데 당당하게 안녕하십니까를 먼저 인사하고 자리에 앉으라 해서 앉았다.
처음 질문부터 어디 사냐고 물어봐서 내가 사는 곳을 말하고 입사하게 된다면 근처에 자취방을 구해서 통근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회사는 기숙사가 없으면 지원자가 어디 사는지를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 같다. 이력서에 주소지를 회사 근처의 친척집으로 기재한다는 말과 서울 사는 것이 스펙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현실로 다가온 질문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곤혹스러웠던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생각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당황스러워서 말을 하다 보니 더듬게 되었지만 최대한 간단하고 결과 위주로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준비하지 못한 답변이고 생각 안 해본 질문이라서 너무 머리가 하얗게 돼서 엉뚱한 대답을 한 것 같아서 이때부터 자신감이 점점 없어졌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보는 것은 내가 경험한 것이라 쉽게 답변할 수 있었다.
전시기획이 뭐하는 것인지 물어봤을 때는 수업 들으면서 배운 것을 응용해서 말씀드렸고,
이 직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들켰는지 면접 내내 전시 기획과 관련해서 꼬리 질문으로 압박이 들어왔다.
전시 기획 관련 업무를 해 봤는지, 왜 이 회사에 지원했는지, 스스로 선택해서 이 회사에 지원한 건지, 그동안 해온 일들이 전시기획을 하면서 어떤 강점으로 작용할 것 같은지, 회사 홈페이지는 찾아봤는지 정말 자세하고 꼼꼼하게 내가 이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 확인하려는 질문을 쉬지 않고 물어보셔서 나는 입에 모터가 달린 마냥 와다다 다다다 대답했다.
말을 하면서 말이 길어지지 않았나 내가 또 핵심을 놓치고 설명만 길게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답변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면접관의 표정은 더욱 인상이 어두워졌다.
두 분의 면접관이 있었는데 한 면접관은 아예 면접 내내 질문도 안 하고 미간이 찌푸려져 있으며,
'아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라는 표정으로 일하 시 싫어하는 기색이 드러나서 이 회사의 분위기가 밝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일단 면접을 보라고 하는지 알았다. 면접을 보면서 나와 일하게 될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어떤 분위기의 상사인지 회사 사람들과의 사이는 어떤지 파악할 수 있었다.
캐나다 밴쿠버 이탈리안 카페(워킹홀리데이)라고 이력서에 적은 것을 보고 이태리에 갔다 왔냐고 묻는 면접과의 질문에 속으로 웃음이 났다. 캐나다 밴쿠버라는 도시를 모르는 걸까?
이탈리안 카페가 어떻게 이탈리아를 갔다 온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의문스러웠다.
워킹홀리데이가 뭐 하는 거냐고 묻는 질문에는 해외를 상대로 일을 하시는 분이고 또 면접을 보는 인사 담당자가 어떻게 워킹홀리데이를 모를 수 있는지 더더욱 흔히 말하는 중소기업의 현실과 수준이 이 정 도구 나를 느꼈다.
워킹홀리데이가 뭔지 면접관에서 설명드리고 나서 내가 이탈리아가 아닌 캐나다 밴쿠버에 갔다 왔다는 언급을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말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캐나다에서 여러 문화의 차이를 수용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웠다고 답변했다.
면접이 총 25분 정도 진행됐는데 질문을 받으면 받을수록 나의 답변은 끼워 맞추기 식으로
이 회사에 오기 싫었는데 억지로 면접을 보러 왔구나를 풍기는 답변이 지속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멘털이 강한 사람인지, 상황에 따라 정신력이 약해지는 사람인지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머릿속에 든 생각은 업무의 강도가 센데, 이걸 감당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질문이겠구나 싶어서 당당하게 이러이러해서 멘털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멘털이 강해보인다고해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회사에 관련해서 질문이 있냐고 해서 없다고 하기에는 무안할 것 같아서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기억해서 하나 여쭤봤더니, 그것에 대해서 거의 10분 동안 구구절절 나에게 설명을 해 주셨다.
그걸 보고 아, 이런 상사랑 일을 하게 되면 꽤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순서의 면접이라 긴장돼서 부족한 답변을 했고 원래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지라 약점을 간파당하고 그 면접에서 최대한 이 회사에 가고 싶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느라 힘들었다.
나 말고 정말 이 회사에 가고 싶은 사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회사 측에서 준비해준 수첩과 컵을 선물로 받고 나는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걱정했던 영어를 물어보는 질문은 없어서 한시름 놨다.
보기 싫었던 면접을 봤지만, 질문에 대답해주시는 사장님의 설명으로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또 면접을 보면서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 같이 일하게 될 상사와 대화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능력, 짧은 시간이지만 의미 있는 면접은 꼭 경험하라고 말하고 싶다.
면접을 보면서 이런 질문은 왜 하는지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 면접 때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임기응변의 기술도 터득하는 능력이 생겼다.
아, 이 회사는 평이 안 좋으니까 그냥 보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면접을 안 갈 수도 있겠지만,
면접의 경험이 없는 취준생이라면 첫 면접은 그냥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회사의 면접이든 배울 것은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