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의 우수고객이다
주문한 물건이 일주일째 감감무소식이다.
택배 조회를 해보니 아직도 '상품 준비 중'이란다. 당장 전화해서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전화기를 들기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상담원에게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되어보면 어떨까?"
마치 '오늘의 우수 고객상' 같은 게 있다고 상상해 봤다. 만약 하루 동안 가장 예의 바르고 존중하는 말을 사용한 고객에게 큰 상금을 준다면? 아마 모두가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대화할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의 '피그말리온 효과'가 떠올랐다. 우리가 상대에게 갖는 기대가 실제로 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내가 상대를 존중하면, 상대도 나를 특별하게 대한다.
한때 나도 영업을 해봤고, 누군가를 고객으로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 그때를 떠올려보니, 정말 품위 있는 고객 한 명을 만나면 하루가 달라졌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그런 사람을 만나면 비타민을 먹은 듯 활력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고객에겐 나도 모르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통화를 했다.
"지난주에 주문했는데 아직 택배가 출발하지 않은 것 같네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 고객님,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바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심각하게 급한 건 아니고 궁금해서 문의드렸어요."
상담원은 연신 죄송하다고 했고, 나는 계속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상담원은 "고객님 건은 따로 표시해서 빨리 처리되도록 하겠다"라고 했고,
이틀 뒤 물건이 도착했다.
정말 특별 처리를 했는지, 원래 그때쯤 올 예정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서비스 연구의 권위자 레너드 베리(Leonard Berry)는
"탁월한 서비스는 탁월한 고객이 만든다"라고 했다.
고객과 직원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의 관계다.
내가 좋은 고객이 되면, 상대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고객이 왕'이라며 갑질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진상 고객이 되는 건 순식간이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감정만 상하고 일은 꼬인다.
사회심리학의 '호혜성의 원칙(Reciprocity Principle)'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친절은 친절을 낳고, 존중은 존중을 부른다. 반대로 무례함은 무례함을 불러온다.
마트에서, 식당에서, 은행에서. 어디서든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오늘 그 손님 정말 인상적이었어"
"정말 품격 있는 분이더라"
이런 말이 나오도록 행동해 보는 것이다.
심리치료사 칼 로저스(Carl Rogers)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강조했다.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진정한 소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식당에서 본 풍경이다. 음식이 늦게 나오자 큰소리로 불평하던 손님이, 음식이 나오자마자 "식사 기도를 하겠다"며 경건하게 기도를 시작했다.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그 모순된 모습이 안타까웠다.
진정한 신앙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 특히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식당 직원을 함부로 대하면서 천국을 꿈꾸는 건 모순이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짜 평균 이상이 되려면, 평균 이상으로 행동해야 한다.
VIP 고객이 되는 비결은 간단하다. 상대를 VIP 직원으로 대하는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와 통화하거나 만날 일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오늘 이 사람에게 어떤 고객으로 기억될까?"
당신이 누군가의 하루를 빛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빛은 다시 당신에게 돌아온다.
오늘부터 당신도 '오늘의 우수 고객'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