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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힐링되는 이탈리아 친퀘테레

반백살 싱글언니 시간여행 (14)

불편하지만 힐링되는 친퀘테레

여유를 가져다준 친퀘테레 작은 마을 리오마조레


1년 전 오늘, 폭우가 내리던 전날과는 달리 이 날은 선물과 같은 날이었다. 눈을 떠 창문을 열었을 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전날 비 맞은 생쥐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 것과 비교하면 창 밖 풍경은 그냥 선물이었다.

친퀘테레 마나롤라 숙소 창 밖 풍경

이 날 만큼은 숙소가 있던 마나롤레의 옆동네를 기차 없이 그냥 절벽산을 넘어 걸어가려 했다. 이 날 내가 가려고 했던 산동네는 친퀘테레의 또 하나의 해안절벽 마을 리오마조레였다. 걸어서 1시간이면 갈 수 있을 거리라고 생각했기에 기차역으로 가지 않고 숙소 대문 앞에서 반대 방향 오르막 골목길로 올라갔다. 

리오마조레로 가는 길


비도 오지 않고 햇빛도 강하지 않고 구름이 그늘이 되어 주기에 걷기에 딱인 날씨였다. 골목길을 지나 해안가로 가는 길도 오르막이지만 아기자기하고 보기만 해도 힐링 그 자체였다. 기차역으로 내려가는 길과는 달리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간간히 이 골목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기차역으로 향하는 사람들 뿐. 지나가던 여행객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 사진도 찍어준다. 혼자 여행하면 언제나 나의 사진은 없고 풍경밖에 없는데 덕분에 나는 나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친퀘테레 해안절벽 골목길을 따라

그런데 왠 일? 리오마조레로 가는 산길이 공사 중이었다. 아마 그래서 이 산동네로 가는 길에 사람은 없었고 기차역이 있는 반대방향에 사람들이 총총걸음을 하며 왜 내려갔는지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아쉬웠지만 나도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헛수고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마나롤라의 또 다른 뒷골목을 볼 수 있어 나름 즐거웠다.


마나롤라 기차역에서 내가 가고자 했던 리오마조레 산동네는 기차로 딱 2분 거리다. 기차역에 내려 사람들을 따라 다시 산동네로 올라갔다. 산동네로 가려면 절벽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이 동굴과 같은 터널도 아기자기 마치 바닷가 마을처럼 꾸며져 있다. 

리로마조레 기차역과 마을로 가기 위한 기차역 터널

마을로 올라가는 도중에 길거리 조그마한 노상도 보인다. 친퀘테레는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가끔 이렇게 신선한 먹거리와 생필품을 외부에서 가져와서 파시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리오마조레 길거리 노상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 리오마조레는 그냥 선물과 같은 예쁜 마을이었다. 유럽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교회였지만 이 산동네에서 만나는 교회는 작고 이뻤다. 길거리 오렌지 나무도 선물이었고 그 밑에 굴러 떨어진 오렌지는 그냥 먹을 수 있기에 나의 입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리오마조레 골목길에서 만난 교회와 오렌지나무

이 조그만 골목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지쳤던 나의 마음과 불안은 사라졌다. 퇴사 후 무작정 도망치듯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했지만 앞날에 대한 걱정 근심은 항상 가지고 다녔었다. 무거운 배낭처럼 그 걱정과 근심은 그보다 더 무거웠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산동네였지만 이 산동네 친퀘테레는 그냥 상큼한 오렌지와 같은 마을이다. 지친 나의 몸과 맘을 오렌지향으로 상큼하게 만들어 주는 힐링의 마을. 그저 나는 이 마을들이 신기했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확 트인 또 다른 풍경. 

리오나조레 꼭대기 정상에서 바라본 지중해

이 꼭대기 마을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시원하기도 했지만 그다지 깔끔하지는 않지만 알록달록한 집들이 이쁘고 하고 사람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절벽 담벼락에서 나도 인간미 나는 사진을 찍어보고 담벼락에 올라와 있는 고양이도 찍어본다. 집 나가 개고생을 하고 있는 나와 이 들고양이 신세는 비슷한 것 같다. 

친퀘테레 리오마조레에서 만난 들고양이

오히려 담벼락에서 재롱을 부리는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덕분에 나도 또 웃는다.

웃음을 주는 친퀘테레 고양이


이 산동네 꼭대기 광장에서 고양이의 재롱잔치를 보고 또 땅바닥에 떨어진 오렌지로 나의 목마름을 달래고 다시 숙소가 있는 마날롤레를 구석구석 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다음날은 친퀘테레를 떠나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 만큼은 모든 것을 즐기고 힐링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마나롤라역 기차역에 도착하니 여행객들이 눈에 뜨인다. 그런데 배낭여행을 아기들도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배낭여행이 불편하지만 불편한 이곳에서 힐링을 찾으러 온 가족들이다. 


마날롤라 기차역과 마날롤라 기차역에서 바닷가로 가는 아이와 엄마

마나롤라에 도착하니 하늘이 전날과는 달리 너무 파랗고 구름도 너무 예뻤다. 마나롤라 절벽공원에서 바라보는 마을 진짜 예술이다.

맑은 날씨의 마나롤라 지중해 마을
친퀘테레 마나롤라 해변가 마을과 지중해

어쩜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으로 이어졌는지 불편한 마을 친퀘테레는 진짜 신이 주신 선물과 같은 마을이다. 난 이 풍경을 보면서 해가 질 때까지 그냥 멍하게 오렌지를 까먹으면서 있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멍하게. 바다 절벽에서 쉬는 사람들 보면서 그냥 멍하게. 진짜 바다멍이다.

절벽에서 힐링하는 사람들

친퀘테레 마을을 온전히 볼 수 있었던 이 날은 진짜 완벽한 날이었다. 지쳐있던 나의 마음과 몸을 달래주던 그런 선물과 같은 날이었다. 아기자기한 예쁜 풍경은 나의 눈을 호강시켜 주었고, 길거리에 떨어져 주어 먹은 오렌지는 목말랐던 나의 입을 호강시켜 준 그런 날이었다.


그 후 1년 뒤 오늘. 이 날은 빡센 날이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디지털배움터에서 내 입을 움직여야 하는 날이어서이다. 지쳤던 내 몸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아로마키트 샘플이 택배로 와있었다. 왕초보쌤 프로젝트에서 같이 스터디하는 오렌지님이 보내준 키트였다.

오렌지님이 보내준 아로마 샘플키드

오렌지님이 보내준 아로마향을 맡으면서 하루종일 시달렸던 나의 지친 몸과 맘을 달래주었다. 역시 오렌지님처럼 상큼한 오렌지 아로마가 피로를 풀어주기에는 딱인듯하다. 


이 날 밤 11시에는 아로마키트를 보내 준 오렌지님의 첫 유료클래스 오픈일이다. 왕초보쌤 프로젝트의 첫 스타트 하는 날, 즉 오렌지님이 이 날 처음으로 유료강의를 시작하는 날이다. 나의 학생이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하는 날 나도 설레었다. 

오렌지님의 아로마 힐링타임

오렌지님의 강의는 역시 오렌지님처럼 풋풋하고 싱그럽다. 이 날 지쳐있던 나의 몸과 마음을 아로마 향기와 마사지로 나를 다독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또 하나의 힐링 선물이었다. 마치 1년 전 오늘 오렌지가 나의 갈증 난 입을 힐링시켜 주었던 것처럼 오렌지님의 강의는 나의 피곤을 사라지게 해 주고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그런 가치를 일깨워주는 그런 힐링 선물이다. 


나는 이 선물들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1년 전 오늘이나 지금의 오늘, 또 1년 후 오늘에도 따뜻한 힐링을 선물을 기억할 것이다. 마치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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