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병원 검진 날이 되었다. 초음파를 보러 가는 길은 언제나 긴장된다.
‘오늘은 난포가 있을까?’
의사 선생님이 “난포가 보이네요!”라고 자신 있게 말씀해주시는 날이 올까?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는 마음은 언제나 떨린다. 난포를 제때 확인하기 위해서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초음파 검진을 간다. 기대를 안고 병원에 갔다가 허무한 결과를 듣고 실망에 빠진 것도 여러 번이었다. 엄마가 되기 위한 길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싶다. 특히 의사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완료한 후에는 ‘임신일까? 아닐까?’하는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수십 번 왔다 갔다 한다. 주변에서는 난임으로 임신 준비를 한다고 하면 여자 몸이 매우 힘들다며 걱정해 주신다. 하지만 사실 몸보다 심리적인 피로도가 훨씬 높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그다음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렇기에 지치지 않도록 나의 멘털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되도록 몸과 마음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가끔은 요령을 피우기도 한다. ‘내 몸과 마음이 최우선이다.’라는 생각으로 나에게 여유를 주자. 나는 시간 여유가 생기면 그 시간을 채워 뭐라도 하려는 성격이라 조금씩 하나, 둘 내려놓은 연습을 하고 있다. 일에 있어서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업무에 더 집중하려고 하고, 자기 계발 시간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선에서 한다. 여가 시간을 보낼 때도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경험을 우선으로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연스레 내 몸도 건강한 상태를 찾아가지 않을까?
처음 난임 전문 병원에 방문했을 때, 대기 공간에 마련된 TV에 나오는 영상 중 나를 가장 겁나게 했던 것은 <배에 주사를 놓는 방법>에 관한 영상이었다.
‘설마... 저 영상처럼 나도 내 배에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정말이지, 현실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에이, 설마~ 병원에 올 시간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혹시 모르니까 알려주는 거겠지......’
‘나는 회사에서 병원도 가깝고, 어떤 처방을 받을지 아직 모르니까...... 난 아닐 거야......’
내가 어렸을 때, 당뇨를 앓으시던 외할머니께서 직접 본인 배에 주삿바늘을 찌르시던 걸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초등학생이라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 뒤로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성인이 되었음에도 주사기를 내 손으로 쥐어본다는 건 생각만 해도 겁이 났다. 나도 외할머니처럼 씩씩하게 주사기를 다루어야 하는 순간이 올 줄 알았을까.
처음 주사 사용법을 듣는데 하나의 단계라도 놓치면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단계 단계 빼곡하게 적었다. 그렇게 회피하고 싶었던 주사 놓기는 이제는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여전히 피하고 싶고,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게 다 엄마가 되겠다는 파워인지, 경험해보기 전에 상상했던 공포심보다는 덜 했다.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처음이 싫을 뿐 막상 주사 끝까지 뱃살에 찔러 넣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아프진 않았다. 배꼽 주변의 뱃살에 놓기 때문에 방법도 아주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주삿바늘을 끔찍이 싫어하는 남편이 옆에서 두려워하며 호들갑 떠는 모습이 얄미울 때가 있다. 나도 이런 상황이 싫은데 옆에서 더 무서워하니 마치 냉혈한이 된 기분이 드는 게 싫었다.
‘나도 싫다고...... 이거...... 근데 어쩔 수 없잖아. 엄마가 되려면......ㅠㅠㅠ’
6개월 만에 기다렸던 좋은 소식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께서 그동안 안 보이던 난포 한 개가 보인다고 하신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내 마음은 얼떨떨했다. 시험관을 위한 난자 채취를 하기 전에 좀 더 확실하게 하고자 혈액검사로 호르몬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3시간 뒤 전화로 걸려 온 피검사 결과는 다행히 좋은 소식이었다. 시험관 준비를 위한 두 종류의 주사와 항생제를 처방받아 집으로 왔다. 하나는 배란을 억제하는 주사, 나머지 하나는 난포를 건강하게 해주는 주사이다. 항생제는 난자 채취 시술로 인한 염증을 방지하기 위한 항생제이다. 회사 휴가도 급하게 낸다.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오전 시험관 시술을 위해 남편과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시술을 앞둔 이틀 동안 ‘혹여나 내 몸 상태가 바뀌진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여나 부정적인 마음이 내 몸에 영향을 미칠까 좋은 생각만 하려 하다가, 또 섣부른 김칫국에 안 좋은 결과를 들었을 때 몰아칠 실망감이 두려워 마음을 중립의 상태로 두려고 노력한다.
역시나 한 번에 되는 건 너무 큰 기대였을까?
첫 번째 시도한 난자 채취는 실패였다.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건만 안 좋은 결과를 막상 들으니 힘이 쭉 빠졌다. 한 번에 성공할 거라는 긍정 기운을 불어넣었지만 밝은 마음가짐만 먹기엔 몸 상태가 아직은 역부족이었나 보다. 그렇지만 남편은 “이렇게 의사 선생님도 헷갈릴 수 있을 만큼 수치가 좋아졌다는 거잖아~”따뜻한 위로를 했다.
우리는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그리고 다음 소식을 기다리며 다음 여정의 새로운 걸음을 내디뎌 본다.
[참고] 시험관 시술 전 맞아야 하는 주사
1. 세트로타이드 주사 : 배란 억제를 돕는다.
2. 오비드렐 주사 : 난포 성숙을 도와준다.
3. 독시사이클린 : 시술 전, 후로 먹는 항생제 약
특히 세트로타이드는 주사액을 직접 제조해야 하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병원에서 잘 설명해주고, 유튜브에 주사명을 검색하면 영상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숙제: 시험관 시술 전에 자연임신을 먼저 시도해보는데, 이때 산부인과에서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부부 관계 날짜를 정해준다. 이를 숙제라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