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사소한 일상이 진한 향이 되게 하고 싶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그대의 가슴에 들어가
그대가 만들어준 내 공간에 문을 열고
분주한 그대의 하루를 지켜보고 싶다
그대의 하루를 오롯이 물로 녹여
차 한 잔에 풀어
사소한 일상이
진한 향이 되게 하고 싶다
아쉬움이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만들어
사랑보다 먼저 찾아왔지만
비가 오는 날은
빗물로 다 씻어내고
오늘은
그대 안에 하나 되고 싶다
비 오는 날, 창밖의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갈증을 해소하는 목 넘김이 느껴진다. 길고 가느다란 수피에 제법 많은 수분들을 머금고,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자신들의 색을 찾아낸다. 상점들 앞에 진열된 꽃들과 수초들도 주인의 보살핌 없는 오늘 하루의 자유를 행복해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각각 다른 색의 우산들이 분주히 거리를 지나다니고, 긴 자동차의 행렬도 잠시 멈춰진 스냅사진처럼 한 편의 엽서가 된다.
가만히 차를 준비하면서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사랑도, 미움도, 욕심도, 아쉬움도 모두 다 그대로 밉지 않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