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 말에 의하면, 나는 옷도 단정하고 얼굴도 하얗고 시골아이답지 않았단다.
원피스에 레이스가 달린 양말에 메리제인구두를 신고 다녔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복장이었고 그래서 아이들 눈에 뜨였던 것 같다.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엄마가 얼마나 꾸며줬는지 알 수 있긴 하다. 얼굴은 넙데데하니 예쁘장한 얼굴은 아니었으니 옷이라도 날개를 달아주려는 엄마의 정성이 고스란히 사진에 보였다.
엄마는 시골에 살았어도 도시에 있는 이모들의 시선과 취향을 명절 때나 방학 때면 교류했었기에 그때마다 난 사촌언니들의 옷을 물려 입거나 새 옷을 입는 기회가 많았다. 엄마의 정성 덕분에 눈만 높아져서는 꾸미는 걸 좋아하는 취향은 아무래도 엄마의 감각들이 나에게도 전해진 듯하다.
내가 작아진 옷들은 같은 동네에 사는 한 살 어린 사촌동생에게 물려줬는데, 동생이 초등학교 때 급격하게 살이 찌는 바람에 나의 원피스를 더 이상 입지 못했다. 동생은 자신이 가장 날씬했던 시절이라며 보여준 사진에는 나와 함께 공주자매처럼 옷을 입은 어릴 적 사진이었다.
방학마다 도시에 있는 친척집에 다니면서 물이 든 건지, 원피스에 메리제인구두를 신은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건지,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시골을 떠나고 싶었다.
서울로 전학을 보내달라고 할 만큼, 도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시골이 답답했고 도시의 화려함이 좋았다. 뭐든 가까운 데서 볼 수 있고 새로운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접근성이 부러웠다.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갈 수 있고 동물원과 놀이동산을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다니.
시골에서는 도시에 가려면 날을 잡아야 하고, 새벽에 출발해 막차를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아니면 자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터미널에 내려서 다시 하루 몇 대 없는 집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시골에서 당연한 여정이었다.
지하철만 타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도시생활권으로 가기 위해 어서 어른이 되길 손꼽아 기다렸다.
집 앞 바닷가에 나와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시골을 벗어나게 해 주세요.
*1~22회까지 연재글은 이야기가 연결되니 순서대로 읽기를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