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운동에 닿아가는 시간 1
03화
실행
신고
라이킷
10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레아프레스
Jun 09. 2021
줌바를 배우다
문득 든 잡념
<
생활 체육의 사적 기록 3
>
줌바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지만
수업 참여자들의 열기가 정말이지 대단하다.
집단 무의식에 빠진 듯 흥에 겨워 춤을 춘다.
라틴 댄스 음악에 크게 심취하지 못
한
나는
줌바에 아주 매료되진 않았지만
(리키 마튼 대유행 할 때도 느끼하다 거리 둔 전력)
습관
으로 한 지는 몇 해가 지났다.
헬스장 GX 프로그램은 유행을 타는데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정말 옛날 20년 전에는
에어로빅이 강세였고 15년 전에는 재즈와 벨리댄스가
10년 전에는 라인 댄스가 5년 전에는 방송댄스가
프로그램으로
들
어왔다.
늘 습관적으로
헬스장을 끊다보니 경험한 추이다.
에어로빅은 엄정화, 김현정, 코요테, 거북이,
이정현, 홍경민
등의 댄스 뮤직으로 춤을 췄고
구민회관 등에서 월수금이나 화
목
헬스를 끊으면
화
목이
나 월수금에 교차로 에어로빅 수업을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동네 에어로빅 학원들이
많았는데 어느새인가 대형 기관들 교차 수업으로
들어가
있었다. 마치 여러 소규모 점포들이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그 안으로 직원들도 물품들도
흡수되듯 말이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이천 년 사이.
그러다 이천년 중반쯤엔 벨리가 유행했다.
배
가
심하게
떨리고 골반이
흔들리는데
의상
에서
도 짤랑짤랑 구슬 소리 나고
회원들이 저마다 그 허리에 두르는 치마를 들고
수업에 나타났다. 그당시 벨리 디브이디도
대형 서점에 가면 많이 팔았다.
동시에 재즈댄스 수업도 많아서
우아한 웨이브에 훨훨 날듯 발 벌려 뛰는
점프를 수업에서 볼 수 있었다.
재즈댄스 레슨비는 비싼 편이었는데
역시 구민회관이나 여성발전센터 같은 곳에서
수영이나 헬스와 묶어서 패키지로
저렴하게
끊을 수 있었다.
그러다 이천년 대 후반쯤부터는 라인댄스가 나타났다.
회원끼리 라인을 잘 서서 질서정연하게?
춤을 추었다. 그래서 라인댄스인가.
그 즈음 글자 모양대로 뛰는 스텝도 나타났다.
강사가 H하면 에이치 모양대로 스텝을 밟고
A하면 에이 모양대로 스텝을 밟는다.
뜀뛰기와 춤 사이 어디메인가 그 중간에 위치한 운동.
그러다 이천십년대 중후반 지금도 유행하는
줌바가 나타났다. 요새 몬테크리스토에서
악역을 맡은
최여진이 당시 줌바로 몸매 관리를
한다는 이미지도 알려졌다. (줌바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을 잘하는 듯 하지만
.
)
최여진이 뚝섬 서울숲에 와서 줌바를 가르쳐주던
제이티비씨 시민 스포츠 행사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나도 그때 몇 분 경험한 줌바를
좀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
더 끌렸던 건 힙합과 발레를 접목한 힙레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을 안 한 것 같았다.
외국 힙레 창시자가 서울숲에 왔었다.)
드디어 나도 줌바를 만났다.
2017년
지엑스 프로그램에 등장
해
서였다.
당시 다니던 헬스장에서 회원들이
다른 헬스장은 줌바 있다던데 우리는
왜 없냐고, 약간 앞자리 과 흥 넘치는 분들이
늘 불평을 털어놓는 걸 보았는데
줌바 개시라고 헬스장에서 홍보한 게 기억난다.
정말 잘하는 강사를 섭외해 왔고.
수업 열기가 엄청났다. 나도 그땐 빠졌는데,
선생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약간 수업이 그루를 만나는 듯한 열정의 현장.
라틴댄스이지만 막춤 운동 같이 원없이
운동하는 느낌이랄까 .
심지어 선생님들 자체도 약간 줌바 마니아 같은
느낌을 풍겼고 자신의 인생에 줌바가 들어온 뒤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흥을 전달했고,
회원 중에는 탈의실에서 줌바로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들 하는 이들도 속출.
그야말로 줌바를 위해 헬스장을 오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 팬들도 많이 생겼고
나도 의도한 건 아닌데,
그 줌바쌤이 이동한 옆 헬스장으로,
헬스장을 변경해 등록하기도 했다.
줌바만 하고 나오면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다이어트도 열심히 한 거 같고
많이 뛰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줌바 시간은 빨리 접수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기도
했다. 가장 빨리 마감되는 수업이 줌바였다.
그러다 예상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다. 코로나19.
심지어 세종시에서인가 집단감염설이 초기 나오면서
모든 줌바가 스톱되었다. 비단 줌바만이 아니었지만.
그러다 중간 중간 방역 단계가 내려가면
다시 열렸는데 강사쌤들이
마스크를 필히 다 강력히 써달라며
자신은 이 일을 계속 너무 하고 싶다고
말씀하는 단계까지 들어섰다.
이또한 비단 줌마만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마스크 줌바가 자리잡고
이젠 그게 일상이 되었다.
줌바는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방송 댄스나 힙합 댄스를 하시는 분 같은데
줌바로 수업을 전향하시는 듯한 분도 보이고,
그럴 경우 중간 중간 슬쩍 방송 댄스나 힙합으로
수업의 샛길이 생기고 그랬다 다시 줌바로 마무리된다.
실은 그런 수업을 더 좋아하긴 한다.
나는 줌바파가 아니라 다른 댄스 음악파라서.
그래도 줌바도 습관적으로 즐겁게 하려는데
요새는
다소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줌바가 약간 지루해졌다.
정말 그 폭발하는 실내 에너지에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니,
실로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50분 수업을 행복하게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생각한 게 암기와 음악이다.
일단 음악에 동작이 물 흐르듯 흘러가게 딱 맞추고
그리고 매번 반복되는 수업이니
정성껏 외워보자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늘 강사쌤 따라하는 것에 의존해 왔는데,
그게 원인인 것 같았다.
성격이 여전히 어릴 적 철없던 면이 남아 있어
멋있어 보이면 열심히 하고 그냥 그러면 안 하는 습관이
있다. 중학교 사춘기 시절 수학, 과학 선생님을
좋아했던 나는, 수학과 과학에 미친 애처럼
밤새 문제를 풀고
반 친구들 수학, 과학 평균 점수도 올려놓기 위해
시험 전 문제를 찍으며 친구들을 챙겼다
.
이유는 하나.
선생님이 좋아서.
나도 우리반도 선생님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이 버릇은 어른이 되고도 못 고쳐서.
상사나 선배가 멋있어 보이면 스스로 과로하고.
아니면 건성으로 한다. 매우 고치려고 노력하는
습관이자 지금도 개선 중인 습관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오늘의 줌바 선생님을
깎아내린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그건 꼭 아니고,
그냥 내가 유독 멋있어 보여야 열심히
움직이는 습관이 있다는 걸, 생활 체육을 통해서도
깨달았다는, 사소한 성찰 같은 것에 더 방점이 있다.
그래서 그간 거쳐온 직업들도
주변에
늘 멋있는 사람이 넘쳐났다.
성격검사 ENFP유형들이 좀 덕후스럽게 일을 대해야
행복하
단
평가도 심심찮게 들었다.
예시로 윌리웡커라고.
그런
생각
도
중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바둑왕과 걷기왕.
바둑왕은 바둑왕이 아니라 딴 제목 같기도 하다.
맞다. 바둑왕이 아니라 오목왕이다.
아니,
오목소녀구나. 오목달인으로는 박세완이 나오고
걷기달인은
심은경이 연기했다.
어떤 것에 잠시 미쳤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얘기다.
다소 뭔가 잘 몰입하다가 쉽게 흥미를 잃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변덕스러운 사람들도
보면 괜찮을 작품. 나름 교훈도 강하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라?
두 영화 모두 주인공에게
얼마나
이입했는지 모른다.
정말 재밌게 보았다. 두 주인공 모두
우연히 어떤 대상의 멋
에
이끌려 발을 디딘 데에 중독되었다가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중도하차한다.
딱히 승부에 관심 없다.
영화 제목을 보면 최고 왕처럼 타이틀을 해놓곤
슬며시 빠져버리는 결말, 샛길이 생기는 엔딩이다.
좋아하는 영화다.
그리고 자신을 인정한다.
그게 내 눈엔 자기애로 보였다.
나는 줌바에 다소 시들해진 나를 다시 흥미를
일으키고자, 그래 내가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고
그 동작들이 절실히 다가오면
스스로 아름다워서 빠지게 해야겠단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오늘 수업 중 한 생각이다.
그럴 때 떠오른 오목 두는 박세완의
분열 자아의 장면!
유레카 해결책을 찾는 박세완. 깨달음을 얻은 장면이다.
구체적인 상황은 너무 스포일러라 함구.
그래도 줌바에 흥미가 오르든 떨어지든
줌바 한 회 수업 당 스텝수는 장난 아니다.
2시간 이상 외롭게 걸어야 만 보가 되는데,
줌바 한 시간이면 만 보 폭죽이 시계 액정 안에서 터진다.
정말 대단하다. 줌바를 창시한 사람은 누굴까.
keyword
줌바댄스
일상기록
운동
Brunch Book
운동에 닿아가는 시간 1
01
말 없는 덤벨
02
스미스씨
03
줌바를 배우다
04
조금씩 점점
05
신사 빽다방부터 왕십리 이디야까지
운동에 닿아가는 시간 1
레아프레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3화)
레아프레스
소속
직업
크리에이터
움직임을 기록합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발자국
구독자
27
제안하기
구독
이전 02화
스미스씨
조금씩 점점
다음 04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