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회사 동료들이 한데 모여 송별회를 열어줬다. 내 송별회(?)에 꼭 오라는 초대장도 받고 아주 커다란 꽃다발도 받았다. 그날 찍은 사진을 보니 내가 너무 환하게 웃고 있어서 마치 상이라도 받은 사람의 얼굴이다. 몇몇 동료들은 내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바쁠 때면 옆으로 슬쩍 다가와, "레아, 뭐 도와줄 거 있어? 뭐든지 이야기해 줘"라고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던 주니어들, 그리고 몇 년 동안 함께 야근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동료들, 몇 달 쉬다가 다시 오라는 매니지먼트의 제안까지. 결국에는 감사하 일들만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꼼꼼하되 간단한 핸드오버를 한 후, 회사 동료들의 응원과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시원섭섭한 동시에 감사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 마음이 몽글몽글함을 넘어 축축하게 다 녹아버릴 지경이었다. 나를 기다리고 남자친구 K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엉엉 울었다. 바보같이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언젠가 K와 통화하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은 내가 톱니바퀴처럼 다른 톱니바퀴와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맞아서 갈리고 갈려서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아. 점점 덜렁덜렁 거리다 톱니바퀴가 빠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