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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양이 CATOG Jan 28. 2022

별거인듯 별거아닌 '행복'

'행복'이라는 '숨'

 2009년쯤 캐나다로 갔던 김연아 선수가 세계대회를 제패할 수 있도록 도와준 드림팀,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이 인터뷰를 처음 봤을 때 적지 않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어쩌면 이 대답이 가장 캐나다스러운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흔희들 캐나다를 2등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2등이 행복하다고? 캐나다에서 살아보기 전의 나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2등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금, 여기, 오늘, 즐겁고 기분 좋게 하고픈 일을 하며 오늘의 행복을 찾는 것. 그리고 결과는 따라오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도전 분야의 1등이 되지는 않는다. 1등이 되지 못했다고 좌절감에 빠지기보다, 1등이 되었다고 허무함에 빠지기보다, 오늘 최선을 다해 즐기며 살아봤다면, 무엇이 주어지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1등이 되지 못함을 쓰라리게 받아들이기보다, 1등이 되고 난 후의 허무 암에 빠지기보다 오늘의 발자취를, 어제보다 오늘의 조금의 성장을 기뻐해 주고 스스로의 등을 토닥여줄 수 있는 관대함을 스스로에게 용인할 때, 내일 조금 더 노력해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노력했으니. 내일 하루 또 노력해 봐야지.  


 행복이란 게 정말 별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일들처럼 부단히 노력해야 겨우 얻어지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문득 행복에 어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것 같다. 이렇게 하면 행복할까? 저렇게 하면 행복할까? 살던 곳을 떠나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까지 계속되었던 행복을 찾는 노력은 뜻밖의 단순한 결말로 귀결되었다. 특별히 별일이 없으면, 특별히 나쁜 일이 없는 이 무난함이 행복한 거라고 말이다. 나는  이미 행복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니까 이 무난함을 누리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별거 아니게 보이는 이 지루하릴만치 무난한 이 상황이 어제의 내가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 발견하지 못했을, 행복이었었나 보다.  너무 쉬워서 ‘설마 이건 아니겠지’라고 그렇게 지나가버렸을 행복이었나 보다. 바쁜 일상 속 어쩌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마주하는 오늘의 느리고 지루한 무난함의 시간을 달콤하게 즐겨봐야겠다.


 어쩌면 불행할 이유를 찾는 게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르지. 사실 행복할 이유는 너무 많은데? 정신없는 하루 속 바람 한줄기, 유쾌한 대화, 따뜻한 차 한잔. 행복이란 건 불행한 일이 없다기보다. 삶에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간헐적인 폭풍우의 간극 사이에서 마시는 한모금의 '숨' 같은 것인 것 같다. 한땀 한땀 마시는 '숨'을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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