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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21. 2020

간헐적 단식의 진짜 힘은 체중조절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16:8, 5:2와 같은 암호 같은 숫자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간헐적 단식하는 방법이죠. 현재 간헐적 단식은 일상에서 하기 쉬운 하나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부터 온갖 다이어트 다 해보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최후로 찾는 곳 중 하나가 단식원이었죠. 


그런데 간헐적 단식을 해 보다가 체중 조절에 별 효과가 없으면 그만두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체중이 어떻게 되든,  현대사회에서 간헐적 단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늘 이야기하는 방 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간헐적 단식은 자가포식 (autophagy)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유명합니다. 간헐적 단식을 통하여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지면 우리 세포는 그 안에 존재하는 부속품들, 특히 망가진 부속품들을 신속히 분해해서 재활용을 시작합니다. 치매를 비롯하여 많은 질병들이 이러한 망가진 부속품들이 제때 처리가 안 되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망가진 부속품 처리 속도를 올려 주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중요합니다. 방 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로 인하여 망가지는 부속품들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간헐적 단식만이 자가포식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가포식은 세포에 스트레스가 적절하게 가해지는 상황, 즉 호메시스를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면 어디서나 관찰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은 사람들의 일상에 접목하기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간헐적 단식은 우리 인체 내에 축적된 지용성이 높은 합성화학물질들을 (보이지 않는 코끼리의 몸통이자 진정으로 나쁜 놈들이죠) 체외로 배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제가 "현미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독약이라고 2?"라는 글에서 이 놈들이 제대로 몸 밖으로 배출되기 위해서는 식이섬유를 넉넉히 먹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단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이 놈들이 담즙과 함께 간에서 소장으로 잘 나와줘야 합니다. 간헐적 단식은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아주 촘촘한 간내 담관을 통하여 흘러나와 담낭에 모였다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소장으로 분비가 됩니다. 이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담낭에 충분한 양을 모아놓았다가 일시에 소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순환 주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먹는 시간과 먹지 않는 시간의 정확한 구분이 중요한데요, 먹지 않는 시간을 길게 가질수록 이 담즙을 충분히 모아둘 만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할 점은 간에서 담즙이 만들어지는 이유입니다. 담즙은 일차적으로 지방 흡수를 위하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즉, 담즙의 합성과 분비에 있어서 지방의 존재는 필수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직도 저지방식을 건강식단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공기, 음식, 물 등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현대사회에서 저지방식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식이섬유와 질 좋은 지방, 이 두 가지는 지용성 화학물질들의 배출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것은 이미 만인이 중요한 줄 다 아는 운동 정도입니다. 


간헐적 단식은 본인의 형편에 따라서 융통성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생체리듬에 맞춘 간헐적 단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자율신경계가 최고조로 부교감 신경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시간입니다. 자가포식을 비롯하여 우리 몸이 스스로 고치고 청소하는 시간이죠. 여기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아침 단식보다는 저녁 단식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침 단식이 훨씬 하기 쉽죠. 그럴 경우에도 가능한 한 저녁을 일찍 먹고, 잠들기 전 비우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줘야 합니다. 그리고 담즙을 이용한 배출 기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5:2 (5일 먹고 2일 단식)보다는 매일 하는 16:8 (8시간 먹고 16시간 단식) 이 더 의미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정제탄수화물과 가공식품에 기반한 간헐적 단식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공복감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간헐적 폭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간헐적 단식이든 아니든, 자연식품에 기반한 식단이 식생활의 기본이 되어야만 먹는 것에 대한 강박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이 단지 편리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그리 환영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자연식품과 함께 하는 간헐적 단식은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방법으로 새롭게 재조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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