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8_Vasconcelos Library
위치 : 멕시코시티 (Eje 1 Nte. S/N, Buenavista, Cuauhtémoc, 06350, CDMX)
설계 : TAX
준공 : 2006 (설계기간 : 2003-2004)
연면적 : 38,091 sqm
용도 : 도서관 (문화 및 집회시설)
오랜만에 건축 답사지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을 다녀왔다. 멕시코에 오기 전, 가장 가고 싶은 건물 두 개를 꼽으라면 소우마야 뮤지엄과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이었다. 두 건물모두 멕시코스럽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인상적인 현대건축물이었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의 공중 서고로 인해 만들어지는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이를 구현하는 구조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건물이었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레볼루시옹(Revolucion) 역에서 1km 떨어져 있기에 1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 멕시코시티 북부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이고, 기차역과 맞붙어있기에 깔끔한 도시풍경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두 블록을 제외하면 주변이 공사 중이거나, 그라피티가 많은 벽들로 깔끔한 인상의 도시풍경은 아니었다.
주변을 지나 도서관에 도착했는데, 처음에는 입구를 찾지 못했다. 정면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한 1-2분 정도 더 걸었는데도 입구가 나오지 않아서 되돌아왔고, 정면 좌측으로 좁은 진입동선이 있었다. 정면 입구는 도로와 맞닿아있어서인지 차량 출입구로 활용되고 있었고, 측면으로 진입해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건축적인 문제라기보다 도시적인 문제이다. 그럼에도 도시적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보고, 마스터플랜을 정리했다면 입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이후 주변을 돌며 다시 한번 외관을 살펴보는데, 긴 장방형태이기도 했고 나무에 가려져서 전체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건축을 답사하는 하나의 즐거움인 전체 형태를 관찰할 수 없다는 점도 조금은 아쉬웠다.
그렇게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서관 내부로 진입하였다. 들어가자마자 도서관 축방향을 향하니 장관이 펼쳐졌다. 공중에 떠있는 서고와 그 아래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느껴졌다. 이 도서관의 별명은 인터스텔라 도서관인데, 실제로 책의 우주 속에서 거닐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에서 서고는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조닝으로 나누어지고, 그 안에 격자형으로 서가가 배치되어 효율적으로 책을 찾을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서고라는 공간을 중심에 선형적으로 배치하여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였고, 이를 통해 도서관 어디에서든지 책과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서고를 공중에 띄우는 아이디어를 통해 도서관을 초현실적인 책우주 공간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지 않았지만 책우주 속에 머무르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이미 다양한 세계와 연결된 것 같았다. 그리고 공중 서고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리드 내에서 서가가 불규칙하게 배치되어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즉, 도서관 전체가 선형적인 큰 질서 안에 배치되었지만, 불규칙한 배치를 통해 동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계획한 것이었다.
도서관 축을 따라 걸으며 초현실적인 공중서고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내부가 꽤 밝다는 점이다. 서가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내부 공간이 어두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니 양 측면과 천장에서 다량의 반사광이 들어와 도서관을 밝히고 있었다. 측면은 파사드 디자인을 통해, 천창은 북쪽을 향함으로써 반사광이 도서관 내부로 들어오게 되고, 천장 조명 없이도 일정한 조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천장 조명은 해가 지고 나서 보조 조명으로 사용되는 것 같았다) 이러한 빛의 흐름에 따라 밝은 공간인 양쪽 바깥으로 열람실을 배치하고, 중심부에 서고를 배치하여 책의 손상을 최소화하였다. 동시에 천창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빛으로 인하여 서고의 신성한 공간 효과도 만들어냈다. 그리고 도서관은 40m 길이의 동일한 세 개의 매스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연결 부분 전체는 에칭 처리된 유리마감으로 되어있어 다량의 반사광이 내려오는 공간이다. 이 부분에 플랫폼이 위치하여 서고로 진입하는 동선으로 활용되고, 중심축을 반복적으로 밝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반적인 도서관에서 서고는 책의 보존을 위해 창에서 일정 부분 떨어져 공간적인 의미를 갖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서는 빛의 방향을 제어함으로써 가장 우아한 공간으로 전환하였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탄하였다.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구경하는 관광객은 나와 비슷하게 축을 따라 걷고 있었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열람실이나 서고로 가기 위해 양쪽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도서관의 공간 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도서관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는 열람실 아래 공간에 양쪽으로 다양한 규모의 세미나실과 전시실이 계획되었다. 이 공간은 다양한 그룹활동이 이루어지는 회의실이나 강좌가 열리는 교실이 되기도 하며, 외부와 연계되어 어린이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2층부터 4층은 열람실과 서고가 계획되어 있었다. 먼저 2층은 중앙에서 중앙 계단을 통해 플랫폼에 도착하게 되고, 양쪽으로 진입하면 열람실로 이어지게 된다. 카운터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중심축 방향으로 좌석이 나열되어 있고, 바깥쪽으로는 신문과 잡지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철골계단이 나오게 되는데, 이 계단을 따라 4층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 층에 2-3개의 중간층의 서고가 계획되어 있었다. 도서관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열람실의 층고는 높여 시원한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싶지만, 서가는 2.4m 정도만 되어도 선반이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책을 찾아야 한다. 내가 가본 여러 도서관에서는 열람실 층고를 높게 하기 위하여 3-4m 층고로 계획하였지만, 서가는 2.1-2.4m 높이로 계획되기에 서가 위 공간이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였다. 하지만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서는 중앙축을 중심으로 안쪽으로는 서고를, 바깥쪽으로는 열람실을 계획하는 해결책을 통해 공간을 분리하였다. 이를 통해 한 층의 층고는 약 6m 정도로 계획하여 열람실의 훌륭한 공간감을 만들어냈고, 동시에 각 층에 2-3개의 중간층 서고를 계획하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는 기능적인 측면과 디자인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하는 최상의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중간층 서고를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도는 기능적인 용도로 계획되었지만, 도서관의 핵심적인 아이디어인 공중에 띄워지는 방식으로 디자인되며 건축의 일부분에서도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의 핵심 경험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계단을 오르며 2-3층 서고와 열람실을 돌아보고 4층에 도착하니 자연스럽게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공중 서고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구조를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라는 궁금증을 드디어 파헤쳐볼 수 있었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의 기본 구조에 대해 살펴보면, 철골철근콘크리트 기둥이 약 9m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다. (단면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새를 포함하는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이기에 그 너비가 넓었고, 이로 인해 벽과 기둥 중간 어딘가에 있는 구조요소이다.) 그리고 위쪽에서 수평 트러스 빔이 양쪽 기둥을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수평 트러스 빔에 서고를 매다는 현수구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요약해 보면, 현수 구조형식으로 매달린 서고의 연직하중이 수평 빔에 걸리게 되고, 다시 빔은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기에 아주 두껍고 반복적인 기둥이 서있는 것이다. 공중 서고의 중력방향의 힘을 매다는 방식으로 해결하였다면, 기둥에 연결된 네 방향 가새를 통해 좌우로 흔들리는 힘을 해결하였다. (‘공중 서고’ 사진 참조) 이렇게 최상층을 한 바퀴 돌며 관찰하고 나서야 건물 전체의 구조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세부적인 부분을 살펴보았는데, 먼저 거더와 빔이 없는 무량판구조로 계획하여 설비의 굴절을 최소화하였다. 이로 인해 천장마감 없이도 깔끔한 열람실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서고와 마찬가지로 슬라브에 매다는 방식으로 계단을 설치하여 구조적 언어를 반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1층에서 연결된 정원으로 나갔다. 조경은 건물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일부 영역에서는 1층 어린이 교육실과 연계되어 조경공간이 활용되고 있었고,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학생도 여럿 보였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으로 연결이 되는데 조경 영역도 두 개 층으로 계획이 되어있어 1층에서도, 2층에서도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부 정원은 영역에 따라 나무가 많은 구역, 꽃이 많이 심어진 구역 등 다양한 식재계획이 되어있었다. 도서관 설계자인 알베르토 칼라치가 건물만큼이나 조경을 중요시 여기는 건축가임을 고려해 보았을 때, 긴 장방형 매스 디자인으로 결정된 이유 중 하나는 양 옆의 넓고 긴 조경공간을 활용하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선형적인 건물을 중심으로 양쪽에 선형의 조경공간을 통해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잇는 건축적-조경적 산책로를 계획한 것이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과 외부 정원을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도서관이라는 용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생각하면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며, 빌리러 방문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럿이 모여 문화활동을 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시간이 남아 잠시 들리기도 하고, 관광을 하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목적을 충족하기 위하여 1층과 2-4층을 분리하고, 안쪽과 바깥쪽을 나누어 공간을 계획하였다. 물론 기능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였지만, 중심축에 공중 서고를 배치함으로써 도서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이러한 강렬한 공통의 감각을 만들어냄으로써 도서관이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도시의 중요한 인프라 시설로 작동하게 되었다. 건축가는 공중 서고를 통해 사람과 책이 모이는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이러한 공통의 감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처음 도서관을 방문한 이후, 카페 대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멕시코에 있는 동안 자주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 들러 시간을 보내고 또 새로운 점들을 발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