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이 없었다.
수요일, 에이전시로부터 퍼스에서 북쪽으로 약 25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브룸(Broome)' 근처의 수박 농장(Watermelon farm) 일을 주선받았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쌌다. 목요일 오전, 우리 셋은 북쪽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고 나는 일자리 확인을 받기 위해 농장주에게 전화를 했다. 농장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설마,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크 형과 기욱의 얼굴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1시간 뒤, 어렵사리 농장주와 대화할 수 있었지만 그의 마지막 말은 "다음에 연락을 주겠다"라는 말이었다.
오후 5시. 목요일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퍼스와 프리맨틀 주변의 수많은 공장에 지원서를 썼지만 그 어디에서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대개 공장에서는 목요일 낮에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린다고 했다. 목요일에 연락을 하고, 금요일에 면접(Interview)을 본 후, 월요일부터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공장도, 농장도. 모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금요일을 퍼스 생활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퍼스에 더 이상 미련을 두고 있지 않는 듯했다. 믿었던 일자리-브룸의 수박 농장. 수영장까지 갖춰진 농장이라는 말을 했을 때의 마크 형과 기욱은 얼마나 좋아했던가-마저 사라져버린 오후. 더 이상 할 일이 없었고, 우리는 노을빛이 서서히 스미는 퍼스 역( Perth Station) 뒤편에서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대고 있었다.
어떡하지?
수박 농장으로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백팩커스 체크아웃을 해 놓은 상태였다. 돌아갈 곳이 없었다. 더 이상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을 때, 내가 말했다.
카나본으로 갈까?
가자.
목요일 오후 5시. 퍼스에서 북쪽으로 1000km 떨어진 곳으로 일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룻밤을 꼬박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
더 좋은 일자리, 더 좋은 job. 그걸 찾아서 퍼스를 떠나기로 했다.
앞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