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과 함께.
내가 호주로 넘어올 때, 동부의 익히 알려진 대도시가 아닌 서부 오스트레일리아(Westen Australia)의 '퍼스(Perth)'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다'였다. 바다로 나가 놀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은 여행자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퍼스'가 매력적인 곳일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바다에 금방 닿을 수 있는 퍼스는 매력 넘치는 도시였다.
와인 농장에 일을 하러 떠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윤조형이 내가 퍼스로 다시 돌아온 그 주말에 퍼스 근교의 로킹엄(Rockingham)으로 스노클링을 하러 간다고 했고, 나도 같이 스노클링을 하러 가기로 했다. 호주에 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윤조 형은 농장일과 공장일 등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지금은 퍼스 남서쪽의 프리맨틀(Fremantle)에 집을 얻어 살고 있었다. 나는 프리맨틀 주변의 공장에 지원서를 쓰러 갈 때면 종종 윤조 형을 만났고, 윤조 형으로부터 일을 구하는 노하우에 대한 여러 가지 팁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세계 여행을 하는 중간에 호주에 와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여행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 때문에 윤조 형과 나는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윤조 형도 호주에 도착하기 전까지 여행을 했었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여행을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토요일 아침, 나는 시티에서 로킹엄 행 전철(맨두라 라인/Mandurah Line)을 타고 로킹엄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만나 해변(beach)에 나갈 계획이었다. 퍼스에서 남쪽으로 40km가량 떨어진 로킹엄으로 가는 열차는 한산했다. '바다'가 좋아서 퍼스로 왔지만 두 달 동안 바다를 맛보지 못한 나는 들떠있었다.
아직은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이제 곧 여름이 시작될 것이라고는 했지만 아직은 쌀쌀함이 느껴지는 날씨 탓인지 해변은 붐비지 않았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이 바다에 들어가 보겠나.
햇살이 코발트블루빛 바다 위로 떨어져 찬란하게 빛났다. 눈부신 바다. 와아-
윤조 형은 오늘 저녁 만찬을 위해 핀(FIN, 오리발)과 작살(Harpoon)을 준비해 왔고, 나에게는 미리 칼을 챙겨 오라고 일러둔 터라 나도 잠수용 칼을 한 자루 챙겼다. 윤조 형의 여자친구는 바닷가 그늘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각자 바닷속으로 들어가 스노클링을 하면서 해산물들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는 작은 보트를 타거나 카누에 올라 노를 저으며 이리저리 떠다니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지만, 우리처럼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윤조 형은 여러 번 잠수를 해 본 적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물고기들은 형의 작살을 피해가지 못했고, 몸통을 관통당한 채로 물 밖으로 끌려 나왔다. 나는 바위와 암초들 사이를 이지저리 헤엄쳐 다니면서 조심스럽게 전복을 채집했다. 바닷가에는 전복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지만 불필요하게 많이 채집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크기가 큰 것만 몇 개 골라 날렵하게 채집했다. 물결이 밀려와 찰싹찰싹 바위를 때리는 곳, 그 바로 아래에서 전복들이 자라고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 간 다음 바위와 전복의 몸통 사이로 정확히 칼을 꽂았다. 칼이 바위와 전복 사이를 정확히 갈라놓지 못하면 전복을 바위에서 떼어 놓을 재간이 없었기 때문에 정확도와 순발력이 요구되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즐거운 시간은 항상 빨리 흘러간다. 바다 위를 부유하다가 지치면 해변으로 나와 준비해온 음식들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농장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지금까지 여행 했던 장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했다. 윤조 형은 호주에서 겪었던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이 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었다.
바닷가에서 보내는 호주의 주말, 내가 꿈꾸던 호주에서의 생활은 대서양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과 함께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윤조 형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백팩커스로 돌아오면서 전복과 물고기를 몇 마리 챙겼다. 초장을 가져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크 형과 기욱이에게 회를 쳐줄 생각이었다. 분명, 좋아할 것이다.
앞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