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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Nov 20. 2020

뭔가 해낸 게 없단 생각이 들 때

한 달 전쯤, 아는 지인에게서 '올해는 XX에 올인할 거예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확한 내막은 잘 모르지만 일단 하고 싶어 하는 일이었던 거 같고, 그러기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주변정리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 극단적인 선택이라 생각은 했지만 스스로의 의지도 확고하고 잘 해내겠지 싶은 생각에 응원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최근에 그분과 대화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말했던 목표에 대한 언급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물어봤다. 그때 이러이러한 것을 하신다고 했는데 잘 되고 있어요?. 들려오는 대답은 다른 이유 때문에 미루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정말로 이유가 있어서 미룬 건지, 혹은 하다 보니 미뤄진 것인지 당사자 말곤 아무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그런데, 올 초만 해도 자격증을 따겠다고 생각한 것이 3개월쯤 지나자 모두 리셋되어버렸다. 평소 하던 일에 매몰되어 잊고 있었던 것도 있었고, 어느 순간엔 '이거 따서 뭐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속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만두게 된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고치는 게 좋지만, 하던 것을 엎는 것은 큰 손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동안 들인 시간도, 노력도 아무것도 건질 게 없기 때문이다.


내 경우 그만둔 이유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아지는 거 같지 않아서였다. 그 시점에 이같은 고민을 했다.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러나 이미 이 단계까지 왔다는 것은 어쩌면 그만둘 이유를 찾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감나무가 있다. 가을이 오기 전에는 이 나무가 열매를 맺을지, 얼마나 맺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무는 열매를 맺는 순간까지 계속 살아낸다. 이 열매가 맛이 있을지 없을지, 열매가 안 필지를 걱정하기보다 그저 꿋꿋이 자기 할 일을 한다. 물론 나무는 열매 맺는 것이 자기 할 일중 하나일 뿐이겠지만.


목표 달성은 열매와 같다. 그것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대략적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기대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축복이라는 상상하는 능력은 때론 일을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을 불안감을 안고 계획했던 것을 꾸준히 해나 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그간 하는 일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반성도 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계획했던 자격증 따기 목표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속했더라면 지금 어땠을까? 그럼 좀 더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이것 외에도 수많은 계획을 세웠다가 덮길 반복했다. 어쩌면 계획을 수정하려는 노력보다 그냥 해보고 끝까지 가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차라리 그만두더라도 후회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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