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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r 05. 2021

꿈을 쫓기 위해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건 착각이다

내가 일하는 분야는 기술 쪽이다. 타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잘하는 사람이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거울을 보면 내가 가장 잘 생긴 것처럼 이쪽 분야도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가장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이것을 경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커뮤니티나 스터디에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는 이미 잘하는데 기회가 없어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어 학벌, 지연, 혈연 등에 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대학 진학을 포기해서라도 꿈을 좇겠다고 하는 사람을 본다. 예를 들어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건축을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 사랑하는데 대학교 과목을 쭉 보니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다며 진학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다. 대신 유명한 건축디자이너를 만나며 그사람에게 배우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기 주도로 공부하면 훨씬 효과도 좋고 잘할 거라 판단한다. 이것은 그럴싸한 말이지만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가를 알아보는 눈도 없을 뿐더러 스스로 공부하더라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를 진학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보는 기준에서 교과 수준을 판단하는 문제점이 있다. 고수가 보는 교육과정과 초보가 보는 교육과정은 확연히 다르다. 또한 교육과정이 그렇게 짜여있는 것은 어떤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 종종 굳어진 시스템의 불합리성이 고발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매년 새로운 과정이 갱신되고, 트렌드에 따른 학습과정이 변경되기도 하는데 그것을 쉽게 평가 내릴 순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점을 찍어두어야 한다. 운전기사를 뽑아야 하는데 당신이라면 면허는 없지만 10년 운전한 사람과 면허가 있고 4년 경험이 있는 사람 중 누구를 뽑겠는가? 대부분 후자를 뽑는다. 대학졸업장, 자격증은 최소의 신뢰를 보장한다. 


종종 인문학도에서 개발자를 뽑는다느니 인문학 전공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를 뽑는다느니 하는 말이 들리는데, 그런 사람들도 나름의 자격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그게 대학이든, 어느 경진대회 우승이든, 실무경험이든 최소한 타인이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것 없이 무턱대고 뽑는 회사는 거의 없다.


내가 지금보다 젊을 적 했던 흔한 착각 중 하나가 바로 ‘나는 실력이 좋은데 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할까?’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의 부품을 만드는 건 잘할지 몰라도 시스템적으로 구조를 만드는 것에는 미숙했던 것이 사실이다. 구조적, 그리고 연결적으로 잘해야 진짜 능력이다. 하나의 현상과 경험 가지고 스스로를 잘한다고 여기는 것은 딱 우물 안의 개구리 꼴이었다.


최소한의 증빙자료를 들고 있어야 한다. 그게 대학 졸업장이든 자격증이든 말이다. 그 위에 본인의 실적을 올려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빙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저는 이것 해봤으니 제가 전문가예요’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도 믿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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