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물어본다는 게 마치 모든 상황에 정답인 것처럼 여겨진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는 걸 최근 협업하면서 깨닫는 중이다.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건 맞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물어보는 의도가 다르다는걸 느꼈다. 일을 지시받았다면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고심하는 게 필요하며, 충분히 시도해보고 되고 안됨을 판단하는 게 순서라 생각한다. 그런데 조금 해보고 안되면 바로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심할 땐 A-Z까지 하나하나 모든 걸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마치 문제지를 받으면 바로 정답부터 보는 사람처럼 말이다.
더 애매한 건 모른다고 물어보고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책임전가에 가깝다. ‘내가 질문한 것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태도로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네가 도와주지 않아 못했어’라는 자기 합리화를 만든다. 누군가 나에게 일을 맡겼다는 건 책임감을 보는 것이다. 책임감이란 해당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보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책임 전가하는, 핑퐁식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물어봤는데 대답이 없네요’라는 말로 자연스레 타인에게 책임과 문제를 떠넘긴다.
이런 사람은 매력이 뚝 떨어진다. 즉 다시는 협업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후임이라면 일을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된다. 줘야 될 일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직접 하고 만다. 그 사람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것보다 이후 올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서로 좋지 않은 것이다. 일을 주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일을 받는 사람에게는 성장과 경험의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질문을 어떻게 하는가, 내가 하는 질문은 상대방을 배려하는가 생각해보는 게 좋다. 인터넷에 잠깐 검색해도 나올 수 있는 것을 사사건건 묻는 건 사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하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그로 인한 책임전가까지 해버린다면 가장 최악이다. 질문은 모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만약 아무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에 중독되면 안된다. 모르는 것을 묻는것은 상대방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것이지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려고 하는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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