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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암감이랑 동거를 하고 있다
09화
서울 구경 한 번 해보실래요?
by
Lena Cho
Aug 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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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반차를 내고, 한 낮 불볕더위에
종묘에 간 적이 있다.
종묘는 평일에는 개별 입장이 되지 않고,
그룹을 지어 해설사와 함께 약 1시간
가량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고, 마치면
해설사와 같이 나와야 해서, 개별적으로
둘러보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자는 목적에서
입장객을 제한적으로 받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말엔
개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은 사람은 주말이나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오면 될 거 같다.
나는 따로 예약은 하지 않고 갔으나,
평일 낮이라 그런지 예약을 하지 않고도
시간이 되어서 모인 사람들끼리 같이
입장할 수 있었고, 나와 함께 조를 이룬
인원은 나까지 약 8명 정도 되었다.
노년이나, 중년의 부부가 2팀이
있었고,
아들과 엄마, 그리고 나처럼 혼자온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외국인을 위한 투어도
있어서, 외국인들도 꽤 눈에 띄었다.
해설사 분이 친절하셔서 걸음이 느린 내가 다니기에 마음이 좀 편했다.
예전에 코비드-19 시국 때 한 번
갔을 땐, 평일에도 개별 입장이 가능해서
그냥 천천히 둘러보며 산책하기도
좋았는데, 이번엔 뜻밖에 해설
강의와 함께 둘러보니 좀 더 과거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종묘가 신전이다 보니 가운데 길은 신이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즉 죽은 사람이 다니는 길..
한낮의 1:20분에 시작하는 투어여서,
한 시간가량 둘러보는데도, 내입장에선
좀 힘이 들긴
했지만 나무가 많고,
설명을 듣는 동안 쉴 수 있어서
보통 사람이라면 크게 힘들 정도의
코스는 아니었다, 그리고 정전은
예전에 내가 갔을 때도 공사 중이었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어서 멀리서만
지켜볼 수 있었고, 공사는
24년쯤 마무리가
돼서 25년쯤 오픈이 된다고 했다.
공사중인 정전
오래된 건물인 만큼 보수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종묘를 가기 전에 길을 잘못
들어서 운현궁을 먼저 가게 되었는데,
이왕 온 거 시간이 있어 천천히
운현궁을 둘러보았는데 고택의 앞, 뒤, 옆,
위, 아래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다.
서울 도심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무료입장이다.
한 낮 도심의 열기로 땀은 줄줄 흘러내렸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은은하면서
잔잔함이 깃들여 있는 듯 사람으로
치면 내유외강의 품위 있고,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나한테만 그럴 수도 있는데, 마치
경복궁을
축소해 놓은 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창경궁을 축소해 놓은 거처럼 보이기도 해서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거처럼
보였고,
가을에 오면 또 그 아름다움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뒷모습
예전에도 회사 사람이랑 점심
시간에 한 번 온 적이 있긴 한데, 그땐
점심시간에 잠깐 둘러보는 거라,
이렇게 감동적이진 않았으나 시간을
갖고 둘러보니 그 매력이 한 껏 더
매력을 발산하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오시는 분들도 꼭 여유를
갖고 오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물론
나처럼 더울 때 말고, 좀 더 시원할 때
말이다.
내가 이렇게 길을 헤매면서 근처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는데, 종로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박물관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로마에서도 그냥
걸어 다니면서도 보이는 건물 하나,
다리 하나하나가 다 마치 박물관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거처럼 느껴졌었는데,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도 그
느낌을 충분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우리 회사
건물 지하에도 선사시대 박물관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서울 구경을 하러 온다면 강남, 한강,
63 빌딩, 서울 N타워나 롯데월드
타워를 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곳을 가기 전에 종로를 천천히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서울에서의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청계천이며, 광화문 광장, 서울 역사
박물관이며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에서, 운현궁까지...
그리고 종로는 꼭 위에 나열한 곳을
가지 않더라도 종로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다니거나, 그러다 쉼이 필요할
땐 잠시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들어가서 책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도 있고, 좀 더 걸어가서 익선동,
인사동 거리까지 둘러보려면 1박으론
부족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여행지를 가듯 빠르게 훑어
볼 때랑 천천히 다니면서 둘러보는
거랑은 느낌이 훨씬 다르다, 우리가
차로 쌩하고 지나치는 거랑 걷는 거랑
다르듯이 또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을
하게 되면 그곳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걸음이 느려서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으니 남들이 지나치는 것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나의 보폭에 맞춰서 다니다 보면
함께 간 사람도 그곳을 왔던 곳인데도,
'어머 여기 이런 것도 있었네 하며'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는 걸 보면 그 매력의
차이는 분명히 있는 듯하다.
뭐 걸음이 느리다고 해서 다 아름다워
보이진 않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걸음이 느리고 남들처럼
달릴 수도 없기에 나의 여행은 늘
여유롭고, 한가롭다.
요즘 사회가 점점 더 삭막해지고,
끔찍한 사건도 많이 일어나는데
그 사람들도 쉽진 않겠지만,
이런 곳을 한 번씩
둘러보면서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마음의 위안을 삼아
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종묘
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후 및
추존된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으로서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종묘는 태조 3년 (1394) 10월 조선
왕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그해 12월에
착공하여 이듬해(1395) 9월에 완공
하였으며, 곧이어 개성으로부터 태조의
4대 조인 목조, 익조, 도조, 환조의
신주를 모셨다.
현재 정전에는 19실에 49위,
영녕전에는 16실에 34위의 신주가
모셔져 있고, 정전 뜰앞에 있는
공신당에는 정전에 계신 왕들의
공신 83위가 모셔져 있다.
1592 임진왜란 때 정전, 영녕전이
일본에 의한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608년에 다시 세웠다고 한다.
-FROM 종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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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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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개엄마(23년11월에 유기견이었던 토리 입양) 성심성의껏 돌볼며 행복하게 살기~ 쉬운 말로 솔직한 저의 이야기가 브런치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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