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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Dec 06. 2023

언제부터였을까?

그녀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한과장은 미소가 사라질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리곤 문자를 한 통 남겼다.


"지각 금지"


도망가듯 한과장 차에서 빠져나온 미소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웃었다.


'내가 지각하나 봐라! 1시간 일찍 출근할 거라고!' 미소가 외친 절규의 목소리는 동네가 울릴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


미소를 보낸 후 한과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자연스럽게 조수석으로 눈길이 갔다. 급정거했을 때 놀란 표정. 그녀 닿았던 팔의 감촉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입사 첫날? 아니면 워크숍.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공미소는 입사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했다. 신입사원 중에 가장 먼저 출근했고 내가 한 번 지적한 것은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딱 부러지는 성격에 눈이 갔던 걸까? 그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어쩌다 김대리와 잘 어울리는 그녀를 보았다. 단전에서 화가 치밀었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처럼 그녀에게 심술을 부렸다.


'진짜 유치하다 한준혁'


피식 웃은 그는 그녀의 향기가 가득 담긴 차 안의 공기를 느끼며 뻥 뚫린 도로를 달렸다. 아무래도 공미소 처돌이가 된 것 같다.


다음날 아침 미소는 1시간 일찍 출근했다. 어제 처리 못한 일을 끝내고 편안히 한과장을 맞을 준비를 했다. 오늘은 지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사원 때는 늘 일찍 출근했는데, 군기가 빠지긴 했지. 고개를 들어 한과장이 출근했나 일어섰는데 마침 미소 쪽으로 다가오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공주임. 뭐 잃어버린 거 없습니까?"

"네? 제가 뭘 잃어버린 게 있나요?"

"그거야. 주인이 알겠지."

"네? 제가요? 가만 보자."


가방을 열어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지 찾았다. 휴대폰은 책상 위에 무사히 올라와 있고, 지갑도 가방에 고이 모셔져 있고. 흠..... 잃어버린 게 없는데.....


"이거."

"어? 이게 왜 과장님 손에 있어요?"

"공주임. 물건 잘 잃어버리죠? 덜렁이었네."


지각금지에 이어 덜렁이라니! 미소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저 덜렁이 아니거든요.' 우리 동네의 자랑 공미소라고요. 우리 과에서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바로 공. 미. 소라고요.


"감사합니다. 제가 이걸 미쳐 못 챙겼네요."

"괜찮아요. 신세를 졌으니 갚으면 되지."

"신세요? 그냥 과장님 차 안에 떨어져 있어서 주워주신 거 아니에요? 제가 잃어버리려고 한 것도 아니고. 급정거 때문이었다고요."

"음. 그래도 찾아줬으니까. 오늘 저녁 사죠."

"네? 갑자기 저녁이요?"


의문의 말을 남긴 채 돌아서는 한과장 뒤로 미소는 레이저를 쏘아댔다. 한혁 너 때문에 내가 반드시 올해 안에 경제적 자유 누린다! 레이저를 쏘는지 알 길이 없는 한과장은 쓰윽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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